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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송민화 기자

[뉴스인사이트] 무너진 조선산업…'유령도시' 거제

[뉴스인사이트] 무너진 조선산업…'유령도시' 거제
입력 2018-04-05 11:05 | 수정 2020-01-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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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무너진 조선산업…'유령도시' 거제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모양새입니다. 경남지역은 대형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부터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까지 우리나라 주요 조선소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불어 닥친 중형 조선소 침체에 경남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앞서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무너진 조선산업…'유령도시' 거제
    텅 빈 조선소 거리

    지난 3일 오전 8시.
    예전엔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성동조선해양 정문은 적막감이 맴돌았습니다. 거리에서는 생각보다 굴러다니는 차량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텅 빈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멈춰 섰습니다. 시내버스 기사는 "승객이 한 사람 탈까 말까 한데...옛날하고 비교할 수 없다"며 통영의 현재 모습을 덤덤히 전했습니다. 이미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듯.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식당이 들어선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통영 안정공단의 한 공인중개사는 “식당도 거의 문 닫았고 하루에 전화 한 통 받기 힘들다. 통째로 공실 된 원룸이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두꺼운 철판을 다루고 거대 크레인을 움직이던 조선소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출근 버스 대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기업 회생의 작은 불씨라도 살리기 위해 가는 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울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 관련 뉴스 보기 [경남 지역 조선소 도시 초토화…'유령도시' 되나 ]

    [뉴스인사이트] 무너진 조선산업…'유령도시' 거제
    천이백 명 노동자 가운데 천 명이 휴직

    성동조선의 한 노조원은 기대했던 현 정권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나오지 않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중형 조선소를 되살리겠다던 현 정부의 의지를 이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초까지 천2백여 명에 달하던 노동자들 가운데 천 명가량은 여섯 달째 휴직 상태입니다. 폐업하거나 부도가 난 협력업체가 속출하면서 고용센터는 실업자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로 넘쳐 났습니다. 한 근로감독관은 "하루에 대략 5명에서 8명 정도는 실직 조사를 받고 있고, 실업 신고자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문을 닫은 통영의 또 다른 조선소 신아는 곳곳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습니다. 해가 지면 퇴근하는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주변 상가는 인적조차 사라졌습니다. 아예 상가 건물 전체가 문을 닫은 곳도 있었습니다. 예약이 넘쳐나던 유명 횟집들도 상차림 한 테이블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 횟집 주인은 “문을 열어 놓으면 손해가 더 커지다 보니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라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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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탓만 할 수 없는 조선 산업 쇠퇴, 노동자들은 어디로?

    경남 창원에서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은 노숙 투쟁 중입니다. 생산직 690여 명 가운데 500명가량을 내 보내야 한다는 사측의 인적 구조조정 안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희망퇴직에 80여 명 아웃소싱 전환에 30여 명이 신청한 상태지만 사측의 요구 조건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노숙 농성 중입니다. 노동자들은 100명씩 교대로 비 가릴 지붕 하나 없는 길거리에서 침낭 하나 깔아놓고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낮에는 날씨가 조금 누그러지지만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 한밤중에는 길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배를 만들던 거친 손으로 마땅히 할 일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화장실에 한 번 가려면 100여 미터 떨어진 상가 건물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물도 마시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추위나 육체적 불편함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간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박을 만드는 기술자라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절망감과 상실감만 남은 듯했습니다.

    어느덧 4월, 조선소에도 봄꽃이 만개했지만 생계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과 주민들은 아직도 한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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