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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오해정 기자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입력 2018-04-07 10:38 | 수정 2020-01-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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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학교 근처에 살아요?…3점 드립니다.”

    사립학교 채용비리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취재에 착수할 당시, 기자입장에서는 좀 물린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한 뒤에는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황당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근무 경력과 똑같은 비중으로 출퇴근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점수를 매겼습니다. 학교근무경력이 있으면 최고 3점을 주는데 집이 가장 가까운 응시생도 3점을 받는 것입니다. 지방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경기도에서 출퇴근 거리를 기준으로 서류전형 점수를 매긴다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했습니다. 4명의 응시생 가운데 합격자는 이사장 손자로 학교 측은 “아무 생각 없이 이전에 만들었던 기준들을 발췌해서 넣은 것뿐”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을 했습니다. 이 학교의 이사장은 설립자 큰아들, 둘째 아들은 교장, 부인은 교사, 손주 3명은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족벌 사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글씨 잘 써서 합격?…알고 보니 이사장 아들

    글씨가 중요한 기준인 학교도 있었습니다. 5년 이상 행정실에 근무하면 5점을 주는데 글씨를 잘 쓰면 서류평가에서 15점을 받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서류작업을 컴퓨터로 하는 요즈음 글씨가 과연 그렇게 중요한 요소일까요? MBC는 도대체 글씨에 얼마나 차이가 나면 점수를 다르게 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필 자기소개서를 입수해 봤습니다. 4명 가운데 3명이 글씨 영역에서 최고점을 받았는데 어떤 기준에서 채점이 이뤄졌는지 학교 측은 기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고 채용된 사람은 이사장 아들이었습니다. MBC가 전국의 사립학교를 전수조사해 본 결과 모두 530여 곳의 사학법인에 이사장 친인척 9백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료는 제출한 학교만 토대로 산정을 한 것이라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 시 종교나 나이를 묻는 것을 인권위에선 차별로 보고 있는데요. 서류전형에서 감리교 장로교 이렇게 기독교 분파별로 점수를 다르게 준 학교도 있었고요. 35세 이하, 39세 이하, 40세 이상 이렇게 나이에 따라 서류평가에서 점수를 다르게 준 학교도 눈에 띄었습니다. 행정직원의 월급은 거의 다 정부에서 지원받습니다. 4대 보험 정도 사학재단에서 내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교사와 똑같이 사학연금까지 받고 이는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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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금수저는 단번에 행정실장

    한 마디로 행정직원의 경우 교육부 가이드라인도 없이 이사장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의 경우에는 기자 경력만 있을 뿐 학교 행정실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행정실에서 가장 높은 학교 행정실장으로 단번에 채용됐습니다. 교육청에서는 행정직원의 경우에도 공개채용을 할 것을 권고는 하고 있지만 공개채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아버지인 이사장이 아들을 면접 봐서 채용을 결정한 것입니다. 채용비리가 국가적 화두인 요즈음 사학들은 어떻게 겁도 없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관행들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일단 징계권이 사학에 전권이 있어 교육청에서 감사 뒤 중징계를 권고해도 사학에서 경징계로 축소하거나 시간을 끌어버리면 그만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교육계도 전관예우?

    전국 시 교육청 공무원 출신의 사학법인 재취업도 여전합니다. 지난 2010년 이후 모두 48명이 사학재단에 재취업했는데요. 교장으로 재취업한 경우가 31명, 행정실장이 3명, 법인실장이나 국장이 4명이었습니다. 감사를 받을 때 교육청에 정보를 캐묻거나 시 교육청 예산을 배정받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들을 사립학교에서 재취업시킨다는 게 교육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 학교에서는 교육청 출신 공무원이 행정실장으로 와서 체육관을 세워주는 등 37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기도 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이 공로를 인정한다며 공적비까지 세워줬는데요. 취재가 시작되자 바로 철거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학교 설립자도, 교장도 아닌 행정실장의 공적비가 세워진 것도 특이하지만 떳떳한 공적비라면 과연 취재가 시작된 뒤 일주일 만에 철거했을까요? 현행법상 공무원이 이렇게 바로 사립초중고에 재취업해도 문제 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관련 뉴스 보기 [교육계도 전관예우…사학재단 재취업 '은밀한 유착']

    [뉴스인사이트] 어느 사학재단의 이상한 채용기준
    사립학교…그들만의 요새

    정부는 각 사학이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학교 법인은 마치 봉건시대 영주처럼 징계도, 인사도 기준 없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가 드물던 시대에 학생들에게 교육의 터전을 마련해줬던 설립자의 훌륭한 의도는 높게 삽니다. 하지만 무상교육이 확대되면서 교직원의 인건비를 거의 다 정부가 지원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분명히 바뀌어야 할 부분은 있어 보입니다. 황당한 징계 기준도 문제입니다. 사립학교는 시 교육청의 감사를 받고 징계권고까지는 받지만 참고만 할 뿐, 법인 이사회에서 징계권을 갖고 있습니다. 행정실장의 횡령사실을 내부 고발했던 한 교사는 황당하게 세월호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파면조치 됐다가 최근 어렵게 복직했습니다. 반면 오답을 정답으로 바꿔주면서까지 자신의 사돈을 체육교사로 불법 채용한 강남의 한 중학교 교장은 중징계 권고를 받았지만 이사회에서 뒤집어 경고 처분만 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사학이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정지원은 받으면서 인사권과 징계권을 사학에서 모두 갖고 있는 이상 어떠한 재단이라도 이러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진 못할 것입니다.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불합리한 구태와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재점검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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