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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삼성그룹 '간판' 바뀐다?

조현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09 21:20 최종수정 2018-04-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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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사람들이 돈을 구하려고 바쁘게 은행을 드나들고 있어." 최근 한 금융권 취재원이 전한 말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려고 은행을 찾는 것일까요? 단순한 주식거래 움직임을 포착하고 시작한 취재였는데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하기로

몇 달 전부터 삼성그룹은 대규모 주식 거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30%를 되사오는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상장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시장에서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니, 삼성물산이 지분 30%를 매입하려면 많게는 3조 원 가량을 조달해야 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등 바이오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했고요. 미국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 -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되사온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지분 가운데 상당부분을 삼성이 다시 사들이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이 자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있었던 것입니다.

삼성전자 지분 모으기 위한 움직임일까?

삼성전자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향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약 8% 가운데 상당 부분을 확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는 20조 원 가량이 필요한데요.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현재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75% 가운데 일부를 팔고, 여기에 비상장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킨 뒤 남는 상장차익을 더해 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을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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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입장에서 생각해봐"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을 때 한 전문가로부터 "JY(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생각해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이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향후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 분명한 물건을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팔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그럼 삼성의 바이오 부문이라고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구조를 살펴볼까요. 이 지점에서 'JY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75% 가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43.44%와 31.49%)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뒤 지분 되사오기가 실행되면 삼성그룹이 80%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월9일 장마감 현재 56만2천 원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순히 경영권만 확보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비싼 주식을 이 정도로 많이 들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요. 삼성그룹 관계자들 역시 같은 취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과거 주력사업이 경영권 위협을 받았던 사례를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큰 사업을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75%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0%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바이오 사업을 삼성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사오려는 주체가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삼성물산이라는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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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원톱에서 전자-바이오 양 날개로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했습니다. 태양광, 자동차용 전지, LED, 헬스케어 그리고 바이오입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성공한 사업은 아직까지 바이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작년 11월 15만 리터 규모의 제3공장을 준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탁생산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이라는 것이 단순히 모조품 찍어내는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수준의 반도체산업 만큼이나 정밀한 생산력이 필요한,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뜻입니다. '퍼스트무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만들어냈지만 그와 견줄만한 수준의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팔로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항암제 등의 판매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허가 받는 등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라도 개발되는 날이면 두 회사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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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주력사업 바꾼 삼성

이쯤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을 시대별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1960년대에는 철광석 등 광물이 많았습니다. 사실상 변변한 수출품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당시 삼성그룹의 주력회사는 내수 위주의 제일제당이었죠. 1970년대의 수출 주력 품목은 의류였습니다. 같은 시기 삼성의 핵심은 제일모직이었고요, 1980년대 중반을 거쳐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반도체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선박 등이 주요 수출품목으로 등장합니다. 같은 시기 삼성에서는 삼성전자가 간판이 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반도체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조화가 이어진다면 삼성이 방점을 찍은 바이오산업이 향후 한국 경제의 주된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미국이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부분이 바이오산업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국내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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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간판',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다 삼성증권이 일으킨 사고,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슈까지. 최근 삼성 관련 뉴스들을 접하면서 이러한 기사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최근 뉴스의 흐름과 맞지 않는 기사로 오해를 살까봐 솔직히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향방에 따라 과거처럼 학생들이 전공을 달리 선택하고 일자리 상황도 변하는 경향이 이어진다면 전할 만한 이야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의 주력사업 변화는 한국경제의 발전 양상과 흐름을 같이 했습니다. 이러한 동조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삼성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 주목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 전자에서 바이오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된다면 그 의미는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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