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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공윤선 기자

[뉴스인사이트] 내가 지입구급차를 취재한 이유

[뉴스인사이트] 내가 지입구급차를 취재한 이유
입력 2018-04-10 08:59 | 수정 2020-0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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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내가 지입구급차를 취재한 이유
    아프거나 다쳤을 때, 사람들은 병원에 갑니다. 다급한 경우 119를 눌러 구급대원을 부릅니다. 하지만 소방서의 119 구급차는 모든 아픈 사람들을 병원으로 데려다 줄 만큼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민간 구급차’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민간 구급차를 이용한 경우는 연간 15만 건에 달합니다. 지난 2010년엔 13만 건 정도였으니 이용건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겁니다. 전국에 있는 876대의 민간구급차들은 오늘도 내일도 응급환자들을 싣고 병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민간구급차는 깡통구급차?

    그런데, 이른바 ‘깡통 구급차’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구급차 안에 응급구조사나 의사, 간호사 같은 의료진이 타고 있지 않은 구급차를 말합니다. 환자 ‘혼자’ 구급차에 타고 있는 겁니다. 현재 응급의료법률 제 48조에 따르면 ‘구급차가 출동할 때는 반드시 응급구조사나 의사 또는 간호사가 탑승해야 합니다. 하지만 깡통 구급차 안에선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처치를 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겁니다. 이런 ‘깡통 구급차’에 대한 문제가 보도된 건 민간구급차가 영업을 시작한 뒤로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인 저는, 이런 깡통 구급차가 계속해서 적발되고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 경남권과 수도권에서 민간구급차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들에게 들은 민간구급차 시장은 그야말로 왜곡되고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왜곡의 시작은 ‘지입 구급차’에 있었습니다.

    ▶ 관련 뉴스 보기 [구급차에 구조사 없이 운전사만…위험한 '깡통 구급차']


    까다로운 허가조건... 지입차는 무사통과

    민간 구급차 운영은 지자체의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가 응급 의료의 한 축인 만큼 허가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자본금 2억 이상에, 특수구급차 5대 이상, 일정 크기 이상의 사무실을 구비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응급구조사도 구급차 1대당 2명씩 고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입 구급차는 이런 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합니다. 지금도 전국 어디서든 구급차 한 대만 가지고 있으면 ‘지입 구급차’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방식은 2가지입니다. 먼저 민간구급차 영업을 하고 싶은 개인이 구급차를 산 뒤 민간구급차 운영 허가를 얻은 회사에 로열티와 월 운영비를 지불하고 구급차를 등록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는 민간구급차 허가 업체가 가지고 있는 구급차를 개인이 산 뒤 마찬가지로 로열티와 월 운영비를 내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겁니다. 로열티 또는 보증금 명목의 돈은 구급차 한 대당 500만원에서 천만 원 정도입니다. 월 운영비도 30에서 70만원에 달합니다. 취재진이 업체에게 지입 구급차 운영을 문의했을 때, 업체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내가 지입구급차를 취재한 이유
    “환자가 죽지만 않으면 문제없다?”

    차 한 대당 로열티는 천만 원이고, 이 돈은 운영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돌려주지 않으며, 자신의 업체는 직접 운영하는 구급차가 한 대도 없지만, 허가 조건상 사무실을
    운영해야하니 월 사무실 운영비를 꼬박꼬박 납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수입은 월 500이상을 낼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또, 지출을 절약하기 위해, 응급구조사 고용은 하지
    않아도 되고 알바를 쓰든, 구조사를 아예 안 태우고 영업을 하든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이러면서 업체 사장은 “막말로 환자가 죽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합니다. 깡통 구급차가 매번 문제가 되는 이유 중 대다수가 여기 있었던 것입니다. 어차피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허가를 받은 업체만 관리하기 때문에 지입 구급 업체가 실제로 ‘깡통 구급차’를 운영하든 안하든 적발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천만 원의 로열티에 매달 수십만 원의 운영비까지 지불해야 하는 지입 사장 입장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법과 편법 운영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겁니다.

    ▶ 관련 뉴스 보기 [지입 구급차, '갑질'에 '요금 덤핑'까지…"처벌 규정 없어"]


    허가 업체의 갑질, 커지는 부실

    이 밖에도 지입 구급차는 허가 업체의 지입 사장들에 대한 ‘갑질’문제와 ‘덤핑 요금’ 제시로 인한 시장의 잠식 등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취재진은 취재를 하며 여러 명의 지입사장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구급차 업계에 큰 실망을 했다면서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현을 덧붙였습니다. 허가 업체가 구급차의 명의를 가지고 있다 보니 업체 대표가 시키는 대로 뭐든 지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을 안 들으면 구급차를 등록에서 빼버려 지입 사장이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정상적으로 법을 지키며 지입차를 두지 않고 직접 구급차를 운영하는 선량한 업체 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지입차를 두고 있는 허가 업체의 경우 구급차 운영으로 인한 수입보다 지입 구급차를 두고 월 운영비와 로열티를 받아 챙기는 게 주 수입원이 되다보니, 지입 구급차들을 관리하기 보다는 늘리는 데 급급합니다. 허가 업체들의 방조 속에 지입 구급차들은 일을 따내기 위해 기본요금이 7만5천원인 특수 구급차를 5만원, 심지어 2만원을 받고 운행하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또, 병원 위탁도 무료로 해준다며 무리한 영업에 나서기도 합니다.
    [뉴스인사이트] 내가 지입구급차를 취재한 이유
    지입구급차에도 처벌규정 도입해야

    문제는 현재 이런 지입구급차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입구급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 규정을 만들라고 권고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입 구급차가 불법인 지 여부조차 명확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구급차는 30%가까이 늘었고, 여전히 지입구급차가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한 숫자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소 절반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관할 부처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불법과 편법 운영되고 있는 민간 구급차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즉 국민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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