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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입력 2018-04-24 10:57 | 수정 2020-01-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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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일회용 컵 보증제’…기억하십니까?

    빈 병을 동네 슈퍼에 가져가면 돈을 돌려받는 공병 보증금 반환제도, 다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일회용 컵에도 보증금 제도가 있었다는 사실, 기억하시는지요?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구매할 때 50원이나 100원씩 보증금을 낸 뒤 다 쓴 컵을 가져가면 되돌려 받는 건데,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돼 2008년 폐지된 제도입니다.

    이달 초 쓰레기 대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10년 만에 재도입하기로 했는데요. 그만큼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얘기일텐데,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이 쓰고 있을까요?

    ▶ 관련 뉴스 보기 [일회용 컵 보증금 부활…10년 만에 다시 도입키로]

    [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연간 7억6천만 개…7년 새 70% 급증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7개 업체의 지난 2016년 일회용 컵 사용량은 7억6천만 개. 지난 2009년 4억3천만 개보다 70% 넘게 급증했습니다.

    현장 취재를 위해 카페가 밀집한 서울 연남동 거리를 돌아봤는데요. 산책을 하거나 사무실로 가져가기 위해 일회용 컵을 쓰는 사람들도 물론 많았지만, 카페 안에서도 일회용 잔 대신 머그컵을 쓰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주변 길바닥에는 다 쓴 컵들이 버려져 있는 이른바 '컵 무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카페 안 재활용 분리수거대에도 일회용 컵이 더 들어갈 틈도 없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20대 시민 김나형 씨는 "매장에서 음료를 살 때 점원들이 손님들에게 머그잔을 선택할 지, 일회용컵으로 할 지를 묻지 않고 그냥 일회용 컵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머그잔에 담아 달라는 말은 잘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 이현지 씨의 얘기도 들어봤는데요.

    "길거리 주변에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길거리에 많이 내다버리는 것 같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당신들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그렇다면 보증금제를 다시 도입하기만 하면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지난 2006년 기준 손님들이 일회용 컵을 매장에 되가져오는 비율은 38%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해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은 무려 41억여 원. 업체들은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요?

    회계상 기타 수입으로 분류해 이 중 절반 가까이를 광고비와 회식비 등 고객 지원이나 환경 문제 해결과 상관 없는데 썼습니다. 한 마디로 업체들이 눈 먼 돈으로 생각하고, 허투루 쓴 건데, 환경단체들이 이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자 지난 2008년 당시 정부는 보증금제를 슬며시 폐지해버렸습니다.

    이경률 환경실천연합회장은 "기업들이 미반환 보증금을 소비자에게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썼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 돈을 가지고 기업 배불리기를 했다는 결론 밖에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당신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 그들은 회식비로 썼다
    이번엔 다를 거라는 정부, 과연?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과거 컵 보증금제가 정부와 자율적 협약을 맺은 곳에서만 시행되다 보니 법적 강제력이 없어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 보증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미반환 보증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중입니다.

    환경단체들은 회계 처리가 투명해져야할 뿐만 아니라 보증금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돈이 쓰여져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재정이 열악한 재활용 처리 업계나 환경 보전을 위한 연구 사업 등에 쓰도록 해야 한다는 건데요.

    환경부는 이르면 이 달 안에 컵 보증금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포함해 쓰레기 대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컵 회수율도 높이고, 미환반 보증금을 꼭 써야할 데 쓰도록 하는 이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수가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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