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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청년은 왜 선상에서 목숨을 끊었을까?

오해정 기사입력 2018-04-30 14:33 최종수정 2018-04-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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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근무예비역 5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군 복무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지만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은 관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그 군 복무를 배 안에서 하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년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25살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구민회 씨입니다. 구민회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해양대에 진학했습니다. 세계를 누비는 마도로스를 꿈꾸며 이역만리에서도 꼬박꼬박 어머니에게 용돈을 송금하는 효자였습니다. 3등 기관사로 창문도 없는 50도에 육박하는 기관실에서 근무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효도할 생각을 하며 힘을 냈다고 하는데요. 그런 구민회 씨가 왜 복무 5달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망망대해…괴롭힘을 당했던 정황들

구민회 씨가 탔던 배는 석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케미컬선이었습니다. 심할 경우 1년 가까이 본국에 돌아오지 않고 배를 타야 하고 두어 달에 한 번 하는 외출은 잠시 배에서 내려 육지에 외출을 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선원들은 얘기합니다. 구민회 씨가 탔던 배는 그나마 인터넷이 됐지만 인터넷이 안 돼 외부 세상과는 단절된 배도 많다고 하는데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서 홀로 외롭고 쓸쓸할 때면 하소연할 데 없이 막막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구민회 씨가 죽기 전 지인들에게 보낸 카톡을 보면 배 안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정황들이 눈에 띕니다. 사람을 원숭이 취급한다.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 윗사람에게 문제 제기해도 소용이 없다. 이렇게 막막한 본인의 속내를 지인에게 터놓았고, 급기야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근무한 지 5달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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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회 씨의 시신은 한 달 넘게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지난 22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이유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한 달 넘게 시신을 인도해주지 않은 것입니다. 가뜩이나 충격을 받은 유족들은 시신이 인도되지 않아 이중으로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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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그만두면 다시 입대…치명적인 약점

승선근무예비역은 항해사나 기관사가 3년간 선박회사에서 근무하면 현역복무로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국가비상시 긴급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제도죠. 이들의 군 생활은 지역 병무청장이 관리해야 하지만 1년 가까이 해외에 체류하는 배들이 대부분이라 실태 점검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중도에 그만두면 현역병으로 다시 입대해야 하는 약점을 이용해서 고립된 선상에서 욕설과 폭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근무 중 다쳐도 산재처리를 받기 쉽지 않았고, 해당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일할 배를 줄 수 없다고 하면 무작정 근무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공식 집계된 통계로만 지난 10년간 중도 포기자만 230여 명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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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중도포기자 230명

지난 5년간 이 밖에도 두 명의 젊은이가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근무하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들, 친구, 애인이었던 젊은이가 고충을 견디지 못하고 외롭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들에게 정당한 형식으로 군 복무를 시키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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