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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셧다운' 보라카이…제주의 미래?

박주연 기사입력 2018-05-01 09:16 최종수정 2018-05-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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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접한 충격적인 장면

시커먼 오폐수가 바다로 그대로 흘려들어 가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난 4월 26일부터 6개월간 폐쇄, '셧다운'에 들어간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관광객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졌고, 환경오염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유튜브로 본 이 모습이 놀랍기도 했지만 어딘가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습니다. 제주하수처리장의 용량이 초과돼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내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잉 관광이 만들어낸 폐해였습니다. 과잉 관광을 주제로 '제주MBC 창사 5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차라 보라카이 취재를 강행했습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보라카이 섬

보라카이 출장을 준비하는 중 현지 코디에게서 두 장의 사진이 날아왔습니다.
도심지에 잔뜩 쌓여 있는 경찰 방패와 천막들...
현지 코디는 언론보도 (특히 한국 언론보도) 이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수익이 줄어든 주민들과 교민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취재와 인터뷰가 어려울 거 같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취재팀인 것을 알면 보라카이 섬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라카이 섬에 들어오더라도 취재팀의 안전과 취재 진행 여부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친 뒤 몇 명의 인터뷰 일정을 잡고 잔뜩 긴장한 채 취재 길에 올랐습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직업도 회사원으로 적고 목적도 여행이라고 적은 뒤 관광객인 척하며 공항을 빠져나올 때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던지... 줄인다고 줄였던 촬영장비 배터리는 왜 그렇게 많아 보였던지... 지금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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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블라복 비치

오랜 시간 동안 오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흘러들어 갔던 블라복 비치. 물은 끈적끈적 오염된 상태로 이끼가 가득했고 바닷물에서 냄새도 났습니다. 바람이 좋아 카이트 보드를 타는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테지만 이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겼고, 해변 주변 불법 관광시설들은 문을 닫아 대낮인데도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관광업체 업주들은 6개월의 일시적인 폐쇄조치에 들어가지만, 사실상 언제 재개장 할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수를 바다로 그대로 보내지 않기 위해 막아놓았지만 악취가 진동했고,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해변 근처에 쌓여 있었습니다. 대부분 관광업에 종사하는 블라복 주민들은 관광수익이 크게 줄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블라복 비치는 보라카이의 다른 해변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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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환경 정화 사업 추진

지난 4월 26일 폐쇄 이후 정화활동을 벌이겠다는 뉴스 기사와 달리 보라카이에서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됐던 블라복 비치에는 하수관 공사가 한창이었고, 다른 지역들도 하수관에서 넘쳐 쌓였던 하수 찌꺼기들을 일일이 사람이 퍼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허가가 취소된 리조트도 철거됐고, 불법 건축물들을 철거하는 작업 모습을 가는 곳마다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보라카이에서 자체 처리하지 못해 쌓였던 쓰레기도 이미 본섬으로 다 옮겨졌고 쓰레기 정화시설을 신축할 준비도 한창이었습니다. 해변에는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고, 때마다 쌓였던 해조류도 제거 작업이 진행돼 생각보다 아주 깨끗했습니다. 특히 보라카이 폐쇄 결정에 따른 위기감을 느낀 세부나 인근 지역은 자체적으로 임시 폐쇄 기간을 두고 환경정화 작업이 진행했다고 합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폐쇄가 관광산업에 큰 직격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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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제주의 미래일까?

필리핀 보라카이 주민들은 당장 수익이 줄어들어 걱정도 있었지만 6개월 뒤 모습에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6개월 뒤 보라카이는 깨끗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을 곳이 될 것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필리핀 주민들의 대답이었습니다. 폐쇄 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환경정화를 위한 정책은 필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라카이는 환경정화 사업과 함께 관광객 수용력 조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보라카이 섬에 관광객이 얼마나 들어오는 것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적절한지에 대한 조사라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도 과잉 관광에 대한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범죄 발생률과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물 부족 현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방문 관광객 수 증가라는 환상을 좇으며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던 제주. 제주는 섬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생태·환경적 관광객 수용력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섬’이라는 생태 환경적 수용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성장위주 관광은 더 큰 폐해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라카이와 같은 대대적인 환경정화도 생태. 환경적 관광객 수용력 조사도 없는 제주의 미래가 더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보라카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6개월 뒤에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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