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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구 씨와 조 씨, 재벌의 자녀로 산다는 것

조현용 기사입력 2018-05-05 09:58 최종수정 2018-05-05 15:15
재벌 대한항공 갑질 조현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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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인데 군대에 갔을까

포목상으로 시작해 기업을 일으킨 구인회 창업주의 후손들은 LG그룹과 LS그룹 등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구인회 창업주의 남동생만 다섯이고 후손들 중에는 아들도 많아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주 그들 중 한 사람인 모 회장을 만났습니다. 한 해 매출만 수십 조 원을 올리는 그룹 회장이니 평소 만날 기회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 재벌그룹들을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습니다. 왜 그 집안 남성들은 재벌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군대에 다녀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단순 명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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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평소 영국 사람들 얘기를 하셨다”

3년 동안 복무하고 병장으로 제대한 회장님이 말했습니다. “우리 집안 분위기가 그랬다.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가 있는데 군대 가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아버님이 평소 영국 사람들 얘기를 하셨다. ‘영국은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먼저 참전하지 않느냐. 그래서 영국 귀족들이 대접을 받는 것이다. 부자가 존경받으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군대에 갔다. 3년이라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밤마다 소위 ‘빠따’ 맞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밖에서는 부잣집 아들이라 그럴 일이 없지 않았겠나. 잘해 준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질문 자체가 이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꼽히는 재벌 집안 자녀들이 당연한 국민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 또 특권에 따르는 책무를 알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저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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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아시다시피 재벌들이 모두 이들 같지는 않습니다. 어제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신속하게 사과하면서 쥐고 있던 특권을 내려놓았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겠다고 나선 언니는 사과와 퇴진을 미루면서 일을 더 키웠죠. 권리와 함께 의무도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딸들이 사고를 쳤지만 이제 딸들만 법의 심판을 받는 데 그치기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는 대한항공 총수일가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출입국관리법의 강제퇴거 규정이 ‘품행’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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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대접 받는 이유를 기억해야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노력으로 특권층 부모 밑에 태어나 좋은 교육 받고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 없고 힘없는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이들이 노력을 안 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특별해서 재벌 부모를 가진 게 아니라 부자 부모 밑에 태어나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행동했어도 이들이 지금처럼 미움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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