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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윤정혜

[뉴스인사이트] '중국발 미세먼지' 진실 혹은 거짓

[뉴스인사이트] '중국발 미세먼지' 진실 혹은 거짓
입력 2018-05-12 05:52 | 수정 2020-01-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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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중국발 미세먼지' 진실 혹은 거짓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 종로 도심

    상상 속 중국은 황색 먼지로 가득 찬 도시였습니다. 중국을 간다고 하니 "왜 하필 중국이냐", "마스크를 수십 개 챙겨가라"며 건강을 염려하던 지인들에게도 중국은 그런 이미지였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 정부에 항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무려 27만 8천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정말 중국은 '미세먼지 소굴'인지, '야비한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중국발 미세먼지' 진실 혹은 거짓

    중국 베이징 하늘

    중국 미세먼지 4년간 급격히 개선

    중국 베이징을 찾은 지난 4월 말, 놀랍게도 베이징의 하늘은 참 파랗고 깨끗했습니다. 부모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어린 아기들도 참 많았습니다. 마스크를 낀 시민들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캐리어 속에 잔뜩 챙겨온 미세먼지 마스크들이 무색해졌습니다. 제가 만난 베이징 시민들은 모두 예전보다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요 74개 도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72에서 2017년 50으로 31%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미국 정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2013년부터 중국이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시행한 지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철강과 석탄 생산량 자체를 감축시키고, 노후차량을 2천만대 이상 폐차시키는 등 초강력 환경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정책을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더 엄격한 것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중국은 강제 2부제를 시행하고 공장은 물론 발전소까지 가동을 중단합니다. 또 도심에선 디젤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도 전기차와 전기버스는 물론, 전기차 충전소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오토바이도 모두 전기였는데요, 전 세계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의 90%가 중국에 몰려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알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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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대기질공동연구단

    중국은 깨끗해졌다는데…우리나라는 왜?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발 미세먼지에 몸살을 앓는 걸까요? 베이징에서 쫓겨난 공장들, 어디로 갔나 살펴봤습니다. 대부분 산시성과 허난성 등 내륙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그래서인지 내륙 공업단지의 미세먼지 농도는 개선 속도가 대도시에 비해 눈에 띄게 느립니다. 국제학술지 ‘환경오염’에 실린 중국 연구진의 논문 내용을 한 번 보시죠.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내륙 공업지역인 산시성의 경우 석탄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미세먼지 2차 생성 물질, 이산화황의 농도가 오히려 크게 증가했습니다. 석탄 사용이 늘었다는 겁니다.

    한중대기질공동연구단의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시성과 섬서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과연 중국 정부가 석탄 사용 등 공단 지역에 대한 배출량 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한 대목입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중국 정부의 수상한 석탄 투자를 규탄하고 있는데요, 친환경 에너지와 환경보호 사업에 투자해야 할 '녹색채권'을 석탄기업과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사실을 발견하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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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역 소각장 200여 곳…배출량은 공개도 안 해

    요즘 외신 기자들에게도 비교적 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브리핑을 하는 중국 정부이지만, 여전히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정보들이 참 많습니다. 소각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전역에 걸쳐 200곳이 넘는 소각장들은 대부분 실시간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는데다, 중국 정부의 배출 기준 자체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습니다.

    몰래 쓰레기수거차량을 타고 상하이의 소각장 안에 들어가서 보니, 음식물부터 플라스틱, 유리병, 깡통까지 한꺼번에 소각로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중국 학계에서조차 분리수거만 제대로 해도 중국 쓰레기의 20~30%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매년 소각장 수가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의 소각장 실태를 우리 정부도 알고 있을까요. 최근 우리 환경부에 제출된 아주대 김순태 환경공학과 교수의 보고서엔 중국의 소각장 증설로 인해 우리나라가 받을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혀 있습니다. 이미 보고가 됐다는 겁니다. 그럼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환경부에 문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소각장 건설 계획은 동부 연안에 국한된 것이 아닌 중국 전역을 기준으로 한 2015년도 수치임을 알려드립니다. (…) 전국적인 쓰레기 처리장 증가 요인은 존재하나, 중국 전역이 환경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특정 지역으로의 의도적인 이전, 건설은 근거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환경부 답변에 따르면 "일단 안심하라"는 건데, 과연 믿어도 될까요? 중국 정부는 소각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그 수와 대략적인 위치는 공개합니다. 정부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한 소각장은 환경부의 답변과 달리 동부 연안에 집중적으로 증설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먼 서쪽, 칭하이성과 티벳 시장자치구에는 소각장이 한 곳도 없고요. 신장 자치구에도 소각장은 단 한 곳뿐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부를 살펴보면, 허베이성엔 10곳, 산둥성은 24곳, 장쑤성엔 30곳으로 차이가 극명합니다. 비록 의도적인 배치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확실합니다. 오는 6월 '한중환경협력센터'가 출범하니 소각장 배출량 관리 등을 포함한 정보 교류도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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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국가 환경 모니터링 센터' 홈페이지 캡처

    '루머'는 OUT! 중국발 미세먼지…제대로 알고 요구해야

    대상이 모호하고 흐릿할수록 공포심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꼭 전문가의 보고서나 논문이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들도 중국의 대기질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순 없을까요? '제대로 알고 무서워하자'는 심정으로 찾아봤습니다.

    일부 해외 인터넷 사이트들을 보면,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의 AQI 지수가 오류수치인 '999'로 나오곤 해서 불안감만 고조시키곤 하는데요. 전권호 한중대기질공동연구단장은 '중국 국가 환경 모니터링 센터'(www.cnemc.cn)의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고 추천합니다. 실시간으로 중국 전 지역의 대기질 수치를 제공하고 있는데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 농도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정부의 대기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도 조금만 품을 들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털검색창에 '중화인민공화국 국가통계국'을 검색하시면 매년 중국 정부가 발간하는 월보와 연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stats.gov.cn) 첫 화면은 중국어라 당황하기 쉽지만 좌측 상단에서 영어로 언어 변경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서 우리는 중국의 석탄 생산량이나 증감 여부,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량, 쓰레기 발생량 등을 월별,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보에는 지역별 소각장 개수도 나와 있기 때문에 매년 어느 지역에 소각장 등이 증설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처럼 중국발 미세먼지를 둘러싼 근거 없는 루머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세먼지를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쪽으로 보낸다'거나 ‘우리나라의 나쁜 대기질은 모두 중국 탓’이라는 인식은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체 노력만으로도 현재 미세먼지의 절반은 줄일 수 있거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외면한 채, 루머에 휘둘려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중국의 어떤 정책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만큼 우리의 요구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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