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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임현주 기자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입력 2018-05-13 11:18 | 수정 2020-01-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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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구치소 향하는 이명박

    재판 시작 전부터 '불출석' 요구한 MB… 건강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래 앉아있기 어려운 건강상태입니다. 재판에 계속 나올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도 의문입니다. 불출석 재판을 요청합니다." -지난 10일 법정에서 강훈 변호사의 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변호인이 피고인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 재판을 요구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기 어려우니 증거조사를 할 때 재판에 불출석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은 5월 23일에 열립니다. 이 사건의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정계선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공판준비기일에 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불출석 요청을 받고, "주 2회도 출석이 어렵냐"고 물었습니다.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한 시간마다 휴정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돼 미리 말한다고 답했습니다. 재판장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미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동의하겠다고 한 만큼 증인들을 불러 조사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증거조사까지 거부하면 재판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눈치였습니다. 정계선 부장은 "재판을 가급적 6시 이전에 마무리하겠다. 한 시간마다 10분 정도 휴정하고 재판이 길어지면 요청할 때마다 휴정하는 방향으로 무리가 가지 않게 하겠다. 다만 그런 문제(건강상의 문제)로 증거조사 기일을 줄이면 판단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가라는 외래진료는 안 가면서… 당수치가 높아 재판을 못 나오겠다고?

    강훈 변호사는 법정을 나와 기자들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당수치가 높아져 구치소 측에서 외래진료를 권하고 있지만 특별대우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외래진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치소에서 외래진료를 다녀오는 게 특별대우일까요. 아니면 정식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재판부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재판을 요구하면서 한 시간마다 휴정하고 6시 이전에 재판을 끝내도록 하는 게 특별대우일까요. 법원에선 재판이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시작되고 오후재판은 2시부터 열리는데 법정소란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휴정을 하진 않습니다. 가끔 재판이 너무 길어질 때면 '판사님들은 화장실도 안 가시나?' 싶을 때도 있지만 중요 사건의 경우 장시간 휴정 없이 재판이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면 기업인들이 마라톤 회의를 할 때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들어가는 것처럼 판사님들도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하나 의문을 갖고 몇몇 판사님께 조용히 물어보기도 했지만 "판사들은 초임 때부터 생리적인 현상을 컨트롤하는 훈련이 되어 있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판사들은 생리현상까지 컨트롤 하면서 재판을 이어가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은 한 시간마다 10분씩 휴정을 한다? 이것이 특별대우가 아니면 무엇이 특별대우인가요.

    재판 진행 과정에서 휴정을 하면 흐름이 끊깁니다. 휴정 시간에 피고인 측이 말맞추기를 할 수도 있으며 앞서 했던 진술을 다시 번복할 수도 있고 재판만 계속 지연될 수 있어 재판장들은 가급적 휴정을 하지 않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만화 보고 요가는 하면서… 재판은 거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라며 1심에 이어 2심 재판도 보이콧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습니다.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서 외부 병원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지난달 초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내려지기 직전, 법무부 관계자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아봤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1심 선고 날도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대체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싶었습니다.

    "식사도 잘하시고요. TV나 신문은 안 보십니다. 만화책이나 프랑스 잡지 등을 읽으시고 꾸준히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십니다."

    저는 제 귀를의심했습니다. 요가를 할 정도의 건강상태라면 법정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답답했습니다. 가끔 박 전 대통령이 만화책을 보다가 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 교도관들도 있다고 합니다.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법의 날'은 꼭 챙기던 두 대통령… 성숙한 법치주의 확립은 어디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법의 날 행사를 챙겼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9년 4월 24일 금요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코엑스에서 열린 제46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법의 날 행사에 온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성숙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전에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신뢰와 원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조인들이 높은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공직자들은 권한이 큰 만큼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고 더욱 엄격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휠체어 탄 재벌총수보다 못한 전직 대통령
    재벌총수는 휠체어라도 타고 법정에 나타나는데…

    법조인 등 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성숙한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했던 전직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어떤 모습인가요. 법조계 안팎에선 전직 대통령들이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검찰 수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재판을 보이콧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줬다며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휠체어 타고 법정에 나타났던 재벌 총수들이 재판을 보이콧하는 전직 대통령보다는 낫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 거부'와 '재판 보이콧'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수사에 불응해도 괜찮구나, 기소되어도 재판을 거부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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