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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서유정

[뉴스인사이트] 우리도 당신의 동료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도 당신의 동료입니다
입력 2018-05-17 15:29 | 수정 2020-01-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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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우리도 당신의 동료입니다
    “국가가 짐을 조금 덜어 달라”

    서른 살이지만 일곱 살 같은 행동을 하는 아들 인규, 그 옆에 24시간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엄마는 어느 날 자신이 아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 남겨질 인규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영화 '채비'속에 등장하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 현실 속 이야기와 꼭 닮아있는데요.
    발달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식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합니다.혼자 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이 항상 눈에 밟히기 때문이죠.

    이런 걱정의 마음이 모여 지난달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호소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삼보일배를 하며,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직업 훈련센터도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인이지만 어디도 갈 곳이 없는 발달장애인들을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 달라는 건데요, 책임을 요구하는 데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누구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잘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도 당신의 동료입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축복”... 성과도 남달라

    발달장애인 취재 과정에서 만난 최형주씨는 지적장애 1급이지만 인천공항공사 VIP라운지에서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공항 VIP라운지에 진열될 음료수를 옮기고, 사발면 비닐 포장지를 쉴 새 없이 뜯으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하루 수 백 개의 사발면 포장지를 뜯어 공항 VIP라운지에 채워 넣으려면 잠깐이라도 쉴 수 없다는게 최씨의 설명인데요, 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또 잘하기 위해 포장지를 뜯는 방법까지 연구할 정도로 일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난 계속 일하고 싶고, 또 해야 하고..."

    서울의 한 5성급 호텔 뷔페에서 일하는 김예증씨도 지적장애를 갖고 있지만 4년째 호텔에서 근무하며 정직원이 됐습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정돈하고 커피 기계에 커피콩을 채워넣으면서 여느 직원들과 다를바 없이 제 할 일을 합니다.

    "동료들과 일하면서 항상 즐겁고, 어려운것이 있을때는 동료들한테 많이 의지하게 되는것 같아요."

    편견 속에 좌절하는 발달장애인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가운데 70%가 넘는 15만여명이 20대 이상 성인들인데요, 성인이 된 후 형주씨나 예증씨처럼 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시설이나 직업훈련센터에 가는것 조차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의 수용인원도 1만 여명으로 부족한데다 시설 입소 후 3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떠돌이처럼 보호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찾아 헤매야 하는 거죠. 성인이 돼 어엿하게 자기 일을 찾고 돈을 벌면 좋겠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항상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정부 부처의 절반 이상이 2.7%인 장애인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만났던 형주씨나 예증씨처럼 누구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게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증언입니다. 형주씨를 고용한 한 항공사 팀장은 "다소 지루해 하고 식상해 할 수 있는 일을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오히려 즐거워하고 재밌어한다"며 발달장애인들의 장점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면, 발달장애인 고용은 결국 '상생의 길'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호텔에서 예증씨와 함께 일하는 동료도 일을 하기 전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데요. 그런데 막상 함께 일을 해 보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는 점을 보면서 겪어보지 않고 가지고 있던 장애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부끄러워졌다"고 귀띔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도 당신의 동료입니다
    기회 달라는 '호소'에 '도움'과 '지원'으로 답해야

    이처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사회에서 일하는데 무리가 없더라도,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시설 같은 곳에서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게 필요한데요. 전국에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훈련시설센터는 8곳에 불과합니다. 센터에 들어가는 것도 입소시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까다로운 기준이 있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든데요. 이런 조건 탓에 장애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은 아예 입소를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센터측은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교육을 받으면서 규칙을 잘 지켜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을 준비가 돼 있어야 일반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입소 기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는 데요. 결국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발달장애 부모들의 한숨은 늘어만 갑니다. 발달장애인은 점점 늘어 현재 2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체장애 등은 소폭으로나마 꾸준히 줄고 있는 현실에 발달장애인 증가는 많은 의미를 갖게 하는데요. 늦더라도 이들이 언젠가는 더 나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몫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달라는 호소...그 외침에 언젠가는 답을 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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