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로 이동

[뉴스인사이트] 핵폐기물이 사라졌다

조명아 기사입력 2018-05-24 15:53 최종수정 2018-05-24 17:03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핵
우려는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최근 서울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와 대전의 원자력연구원 시설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핵폐기물이 없어졌다는 MBC 보도 내용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종 핵폐기물은 납 27t과 구리 5.2t, 금 300g 등으로 알려졌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핵 폐기물의 행방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랬나?

범인은 원자력 마피아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과거 연구원 직원 일부가 핵폐기물을 관행적으로 협력 업체 등을 통해 팔아온 것으로 안다는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신빙성 있는 제보자였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라진 핵폐기물을 원자력연구원 내 전․현직 직원들이 훔쳐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핵
위험하지 않을까?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라진 핵폐기물이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금이 금반지나 금니로 쓰이고 있다면, 구리 전선이 내 사무실에서 쓰이고 있다면,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핵폐기물 피해는 우리보다 앞서 핵을 써온 해외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대만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철근으로 지어진 건물이 79곳이나 확인됐습니다. 대만 위생서(署)는 이 건물들에 피폭돼 암이나 백혈병에 걸린 사람은 8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등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결혼반지를 낀 남성의 손에서 암세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핵
핵폐기물 무단처리, 이번이 처음일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마디로 ‘상습범’입니다. 지난해에도 서울 연구로를 해체하면서 나온 토양과 콘크리트 등 각종 폐기물을 연구원 안 야산에 몰래 묻다가 적발됐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핵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던 한 시설에서 불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그 밖에도 세슘 등에 오염된 핵폐기물 52톤을 무단으로 녹였고 핵폐기물을 태운 뒤 배출가스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폐기물만 문제가 아닙니다. 원자력연구원 내 아찔한 사고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07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정기사찰을 앞두고 농축실험에 쓰인 우라늄 2.7kg을 잃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이 우라늄을 일반폐기물로 잘못 분류해 태운 것으로 확인돼 큰 논란이었습니다. 또 2011년에는 연구로 하나로에서 방사선량이 기준치보다 수천 배 초과해 검출돼 대전에 백색경보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연구원들의 방사선 피폭, 요오드 누출, 중수 누출 등 그동안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고가 났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핵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원자력연구원은 한결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소수의 일탈 행위로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협력 업체 직원 등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연구원 측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원의 시스템 문제로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원자력연구원이 ‘별문제 없다’는 안전 불감증에 빠져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뼈를 깎는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핵
예리한 ‘감시견’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지금까지 소수의 영역이었습니다. 과학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관련 시설은 대부분 국가 1급 보안 시설로 지정돼 있어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시와 견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자력 마피아가 생겨났고 각종 부패와 사고는 자연스럽게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만의 영역으로 두면 안 됩니다. 연구원 1.5km 반경에만 3만 5천여 명이, 대전에는 15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MBC가 원자력연구원을 예리하게 지켜보며 계속해서 높은 문턱을 넘어가겠습니다.

오늘의 m pick

공감지수가 높은 기사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