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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종욱 기자

[뉴스인사이트] 홍준표 패싱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뉴스인사이트] 홍준표 패싱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입력 2018-06-05 07:22 | 수정 2020-01-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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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홍준표 패싱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맞은 첫 휴일. 통상적이라면 초반 선거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모든 정당이 당력을 집중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유세 일정이 비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당 지지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없는 힘까지도 끌어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일 텐데, 당 대표가 칩거한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홍준표 패싱 논란, 현실이 되다

    당초 홍 대표의 6월 3일 일요일 일정은 강원, 충북, 경기, 서울로 공지됐습니다. 전날인 2일 오후 2시였습니다. 두 시간 뒤, 일정은 충북 제천과 충주로 변경됐습니다. 또 두 시간 뒤, ‘선거 지원업무’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유세 일정이 모두 취소된 겁니다.

    3일 오후, 홍 대표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내부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홍 대표는 회의 결과를 페이스북을 통해 내놨습니다.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지역 인물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 의견을 받아들여 내일부터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 설명은 길었지만, 요약하면 후보들이 홍 대표의 유세를 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논란이 됐던 ‘홍준표 패싱’을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홍준표 대표 선거지원 스톱…'패싱' 논란 가열/MBC]


    '패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실 ‘홍준표 패싱’은 본격적인 선거 전부터 공공연하게 있었습니다. 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던 때, 당이 공식 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내세우자 여러 후보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새겨진 빨간 점퍼를 외면하는 후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들은 “홍 대표 때문에 못 찍겠다”는 시민들의 얘기를 적지 않게 듣는다고도 했습니다. “위기에 빠진 당을 살린 게 누군데!”라며 당내 반발을 잠재우던 홍준표 대표였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후보가 당의 방향과 달라도 된다, 대신 선거에서 이기고만 오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패싱’이 가시화된 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였습니다. 부산을 찾은 홍 대표의 곁에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앞서 천안을 찾았을 때도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울산에서는 김기현 후보가, 포항에서는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 홍 대표와 다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당에서는 후보들이 불가피한 일정이 있었을 뿐 일부러 홍 대표를 피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광역 단체장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빠진 것은 분명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홍준표 패싱'의 결정적 장면

    결정적 장면은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홍 대표의 유세 연설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설 중간 중간에 지나가던 차들의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홍 대표의 연설은 맥이 끊겼습니다. 홍 대표는 “반대하면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을”, “서울 강북에 가면 이런 사람들 많다”면서 애써 분위기를 무마시키려 했지만,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에서, 그리고 자신의 측근인 김대식 후보가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해운대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후보들의 성화에 일단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대표. 그러나 이대로 2선으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습니다. 정우택 의원의 ‘백의종군’ 권고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일축했었던 게 불과 지난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쉽게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이라 보이진 않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홍준표 패싱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2선 후퇴? '패싱'은 사실 그에게 '신의 한수'

    오히려 홍 대표의 이번 선택은 선거 결과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선거 이후를 바라본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 6곳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최근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9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선거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당 대표로서 모든 과실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참패하더라도 자신을 외면한 후보들에게 책임을 돌릴 여지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마땅한 대안 세력이 없는 당 내부 사정을 고려했을 때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분명 있을 겁니다. 만약 이런 부분까지 계산을 한 것이라면 지금 잠시의 치욕은 충분히 참을 수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후보들과 당직자들에게서 활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당 대표와 후보들의 불협화음 속에 분위기를 뒤엎을만한 회심의 카드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홍 대표가 칩거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집중 유세에는 이곳이 지역구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함께 했지만, 자동차 경적소리만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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