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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잘 뽑으면 해결사, 막 뽑으면 불상사

이재민(epic@mbc.co.kr) 기사입력 2018-06-10 07:30 최종수정 2018-06-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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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지방의원

6·13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지방의원’도 뽑습니다. 광역 의원만 824명, 기초 의원만 2,927명이니까 이번 선거에서 뽑는 공직자 4,016명 가운데 90% 이상이 지방의원이네요.
우리 동네 지방의원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시의원이나 구의원 이름 한 명 정도 알면 많이 아는 축에 속했습니다. 지방의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는데, 실제로 선거 공보물에서 후보 얼굴을 처음 보시는 경우가 많죠.
지방의원들은 우선 주민을 대표해 조례를 만들고, 심사하는 일을 합니다. 지방 살림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올해 대한민국 정부 예산 428조 원 중에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193조 원입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구청장이나 군수가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방의원입니다.
지방의원들 월급은 세금에서 나가는데요. 의정활동비를 포함해서 기초의원에게는 평균 5천 6백만 원, 광역의원에게는 8천만 원 정도를 줍니다. 그런데, 제대로 일하고 있을까요.

▶ 관련 영상 보기 [6.13 지방선거…이름도 잘 모르지만 잘 뽑아야 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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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해외여행

올해 1월, 서울 서대문구의원들은 6박 8일 일정으로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구의원 12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7명이 같이 갔고 대부분 관광지만 돌았습니다. 원래는 올해 하반기에 가기로 했던 연수인데요. 왜 갑자기 연초에 가게 된 걸까요. 회의록을 공개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19일, 서대문구의회 회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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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이 되고 나서 바로 해외 연수를 가기보다, 경험을 쌓은 상태에서 가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논리인데요. 언뜻 들으면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구의원 연수가 1년에 한 번이라는 점입니다. 스페인 연수에 쓴 6천 5백만 원은, 원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구의원들이 해외 연수비로 써야 했을 돈이죠. 후임자들이 써야 할 연수비를 임기 말에 당겨 쓴 겁니다.
한 서대문구의원은 ‘임기 말 땡처리’ 논란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냈는데요. “한정된 예산과 날짜에 연수 계획을 짜다 보면, 섭외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회는 보좌진이 있어서 스케줄을 잘 짤 수가 있는데, 우리는 구청 직원들이 짜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 가면 식사를 하고 나서 유명한 관광지를 볼 수도 있고, 일과가 끝나면 술도 한 잔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어떻게 하루 종일 업무만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놀고 먹으면서 쓰는 돈이 자기 돈이 아니라, 세금이라는 게 문제죠.

(‘외유성 연수’ 논란 서대문구의회 연수 보고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oo.gl/mVAKQ3

경남 남해군의회 의원들도 올해 2월 스페인에 다녀왔는데요. 아예 ‘관광 자원 시찰’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녔습니다. 다녀와서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일부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 내용과 똑같았습니다.

(‘복사·붙여넣기’ 의혹 남해군의회 연수 보고서입니다.)
https://goo.gl/Mr4s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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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 갑질은 여전

요즘 세상에 의원이 돈 봉투를 받으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은데, 지방 의원들은 예외였습니다. 한 전직 시의원은 “피감 기관에서 봉투를 준다”고 했습니다. “용돈 비슷하게 주는 것”이라는데, 당을 막론하고 어떤 시의원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자기는 안 받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너만 잘났냐”는 비난이 돌아왔다는군요.
시의원이나 구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거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른바 '갑질' 행태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동료 의원에게 ‘골드 바’를 준 시의원이 법정 구속됐습니다. 인천에서는 구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헌옷 수거 사업 독점권을 주는 대가로 한 업체 사장에게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라고 합니다.
서울 한 구의원은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점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점원으로 일했던 대학생은 “계약서도 안 썼고, 최저 시급도 안 주면서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잘랐다”고 했습니다. 점원은 구의원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래도 되느냐고 항변했지만, 구의원은 “내 친구가 국회의원”이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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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약 살펴보세요

지방의원도 국회의원처럼 입법부 구성원입니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일을 하듯, 지방의원은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법은 멀고 조례는 가깝습니다. 다자녀 학생 교육비를 지원하고, 어린이집 미세먼지 관리를 돕고,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례들이 모두 올해 상반기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방의원 선거 공보물을 보면, 공약은 대부분 “길을 놓아 주겠다”, “학교를 유치하겠다”, “공원을 만들겠다”는 내용들입니다. 지방의원들이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거죠.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방의원들 공약을 보면, 대부분 개발 로비스트가 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공약 중에 조례를 만들겠다는 부분을 잘 따져 봐야, 지방의원을 할 준비가 됐는지 구분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세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지방의원인데, 아무나 뽑으면 세금을 곶감 빼먹듯이 아무데나 사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백지수표를 위임하게 되는 거죠. 지방의회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들을 뽑아야 됩니다.”

이제 우리 동네 지방 의원 후보자가 누구고 어떤 공약을 냈는지, 확인해 보실까요?
https://goo.gl/Mcuu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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