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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당신이 모르는 암보험 이야기

노경진 기사입력 2018-06-17 15:42 최종수정 2018-06-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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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마무리가 동화 속 해피엔딩이라면, 우리가 주말 저녁 가족드라마에서 보는 해피엔딩은 이런 류일 겁니다. 내내 속만 썩이는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며 고생 고생만 하던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결국 죽을 병-암에 걸리고 이를 계기로 불효만 해왔던 자식들이 뒤늦게 철이 듭니다. 눈물바람으로 부모를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오랜 시간을 한숨으로 기다리면 이윽고 지친 표정으로 나온 의사선생님이 마스크를 벗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죠.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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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 끝났는데... 이후의 삶은?

의료기술의 혁신적 발달과 보편적인 의료서비스 확대로 이제 일반 가정도 이 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암이 발병하고도 5년 이상 생존하는 암 생존율이 70%를 넘긴 거죠. 한마디로 수술이 잘 끝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잘 압니다. 이것이 절대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요. 수술 한 번으로 완쾌되는 암은 사실상 드물죠.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더라도 마저 남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멀쩡한 세포도 동시에 죽이는 항암치료를 받은 뒤, 그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재발의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요. 환자의 고통뿐만이 아니죠. 그를 돌보는 가족들의 정신적, 물리적 고통. 천문학적인 치료비용 등. 한 번의 이벤트 같은 수술이 아니라 길고도 긴 고난의 터널이 환자와 그 가족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암은 ‘만성질환’으로 분류됩니다.

현실 속의 우리는 그래서 각종 대비를 해둡니다. 대표적인 게 보험에 가입하는 겁니다. 주변에 워낙 암환자들이 많다 보니,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암보험을 드는 이들이 많아졌죠. 그런데 최근에 이 암보험 분쟁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거죠. 소비자원에 접수된 암보험 민원은 2013년엔 55건에 불과했지만, 2017년엔 209건으로 4배로 폭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도 7백 건에 달합니다. 관건은 바로 요양병원의 암환자 치료를 어떻게 보느냐 입니다. 종합병원에서 행해지는 종양제거수술이나 항암치료는 약관에서 명시된 ‘암의 직접치료’로 인정돼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요양병원에서 후유증을 치료하는 건 암의 직접치료로 인정할 수 없어서 지급할 수 없다는 겁니다.

▶ 관련 뉴스 보기 [대법원 판결에도…'암 후유증 치료는 보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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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치료는 암의 직접 치료가 아닌가?

지난 6월9일 뉴스데스크는 이같은 실태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보험사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도 요양병원 암환자에 대해 의료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이들이 퇴원위기에 처했다는 내용도 함께 다뤘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걸린 댓글도 천2백 개에 달했습니다. 절절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몇 개만 옮겨봅니다.

“유방암 환자입니다. 대학병원 수술 후 바로 다음날 오전 퇴원하라 해서 나왔습니다. 항암치료도 당일하고 통증이나 고통은 모두 혼자 감당해내야 합니다. 요양병원 입원은 지급할 수 없다고 전화 오는 보험사 직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한번 암 걸려봐…그 소리가 나오나라고”

“대학 병원은 수술만 해주고 상처만 아물면 환자 상태가 어떻건 퇴원하라 합니다. 그 논리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 게, 또 수술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이 있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쫓기듯이 나와서는 갈만한 병원의 선택지가 넓지 못합니다. 특히 나이가 드셨을수록 병의 차도는 없어 보이지만 집에서 계시기엔 불안한 경우는 거의 요양병원을 가시게 되는데, 이게 보험사기라며 사람을 사기꾼 만드니 어이없을 노릇이죠.”

“ ‘요양병원은 암을 위한 입원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하시는 분들께 묻습니다. 정작 본인들이 어느 날 암에 걸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며 그 부작용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때 어디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집이나. 3차 병원 응급실 구석은 아닐 겁니다. 또, 아무런 면역지지치료 없이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고열에 시달리고 못 먹고 못 자고 토하고 통증에 시달리면서요? 피를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어지러움에 쓰러지면서요?

보험사도 회사이니 재정의 건전성을 고려하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지급여력을 갖춰야 다른 수많은 고객들에게도 수십 년 안정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겠죠. 처음 암보험을 설계했을 땐 몰랐을 겁니다. 의료기술 발전 속도가 이처럼 빠르고, 요양병원이 급속히 확대돼 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보험금을 받을 암 생존자들이 이렇게 늘어날 것을요. 처음 보험상품을 만들 때의 보험료로는 감당 안 되는 상황이 보험사들에도 펼쳐진 겁니다. 건강보험공단도 마찬가지겠죠. 같은 이유로 암 생존자들에게 들어가는 재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살려만 놓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암환자들이 되찾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그 가족들이 그 부담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건지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거죠. 이미 보험사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대법원 판례도 바뀌었습니다. 2008년엔 ‘수술과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만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해석해 요양병원 치료는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했지만, 2년 전인 2016년엔 항암치료 후유증이나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도 지급대상이라고 해서 요양병원으로도 보험금 지급 범위를 넓혔습니다. 소비자원도 금감원에 암보험 약관을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고, 현재 금감원도 요양병원의 암환자 치료 일부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약관개정작업 중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 변경된 약관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또 어떻게 대응할지 후속취잿감입니다.

▶ 관련 뉴스 보기 [요양병원은 안 된다?…보험금 못 받는 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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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혁신이 진정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술발전은 유토피아를 실현시킬 것으로 보여졌지만 반대로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펼쳐놓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봐왔습니다. 의료기술 발달과 평균수명 증가가 이 사회에 주어진 진정한 축복으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전 사회적인 고민과 해결책 마련의 필요성을 암보험을 둘러싼 상황을 보며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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