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남재현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입력 2018-09-10 11:13 | 수정 2019-12-31 11:10
재생목록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보고서를 입수하고 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천일염 산업에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하루도 빠짐없이 소금을 먹습니다. 생각보다 고민은 빨리 정리가 됐습니다. 특히 해양수산부에 제출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천일염뿐만 아니라 값 비싼 해외 천일염의 오염도 심각했습니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았던 것도 보도 시점을 앞당기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 관련 뉴스 보기 [단독,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국내 첫 보고]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국내외 천일염 모두 미세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직 보도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을 해 드리자면 보고서는 국내에서 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를 분석한 결과,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00그램당 프랑스산은 242개.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에서는 17개가 나왔습니다. 체 역할을 하는 필터는 150마이크로미터 크기까지 거를 수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1년에 8천 개?…사실은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먹는 소금양은 1년에 3.5kg 정도로 추정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천일염을 주로 먹는다고 가정하면 400~500개에서 8천 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론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습니다. 검출 실험에 사용한 필터가 150마이크로미터까지 거를 수 있는 필터였는데 이보다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미 밝혀진 것처럼 수돗물이나 어패류를 통해 먹을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까지 합치면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도대체 어떤 소금을 먹으란 말이냐

    매일 소금을 먹고 있는 저희 역시 궁금했습니다. 전 염전으로 또 다른 기자는 마트로 향했습니다. 4개 제품의 천일염을 추가로 분석 의뢰했는데 1종류만 빼고 역시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그럼 검출이 안 된 1개 제품은 안전한 것이냐"라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 있게 "네"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봤을 땐 생산공정이 다른 천일염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드는 정제염이나 천일염을 가공해서 만드는 죽염 같은 가공염들도 괜찮을지는 의문입니다.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도처에 깔려 있는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이란 말이 여전히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흔히 쓰는 플라스틱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특히 자외선을 오래 받게 되면 잘게 부서지는데 이게 흙이나 강물,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웬만한 것들에 다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이미 이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 있는 제품들도 많은데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과 7월, 치약과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 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크기라 있어도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관련 뉴스 보기 [생식 저하·체내 축적…미세플라스틱 안전·환경기준 '전무']



    제2의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심지어 공기에 떠다닌다는 해외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빨래를 하고 나면 화학섬유로 만든 옷에서 떨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워낙 크기가 작다 보니 먹고 난 뒤 우리 몸에 쌓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연구 결과를 보면 0.1m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으로 침투해 간과 심장, 뇌에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건국대 안윤주 교수팀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물벼룩의 알 83%가 부화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지만 속속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미세먼지처럼 미세플라스틱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세플라스틱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물과 해산물, 천일염에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나 유해한지, 만약 먹는 게 불가피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먹어도 되는지 누군가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 답을 내 놓을 곳이 없습니다. 이제 막 우리 주변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어떤 농도로 존재하는지 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책은 언제 나오나"…적어도 1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실태 조사와 함께 유해성 기준마련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해외 연구보고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저희가 취재한 결과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역습의 시작…도망칠 곳이 없다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대안이 뭐가 있을까요"였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사용을 줄이는 것뿐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플라스틱 재사용과 관련된 OECD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가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건 생산한 건 50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전체 생산량을 100으로 볼 때 절반은 최근 13년 동안 생산이 됐다고 합니다. 생산 단가가 싸고, 쓰기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마구잡이로 쓰고 버리기만 했던 겁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도 프란치스코 교황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당장 쓰는 걸 줄이기라도 합시다"라고 말이죠.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