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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1월 19일, 한·미 정상 통화의 진실은?

임명현 기사입력 2018-09-13 09:28 최종수정 2018-09-13 19:43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한미FTA 사드 마이크 펜스 김여정 밥 우드워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한미FTA, 사드, 마이크 펜스, 김여정, 밥 우드워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내용에 대해 소개한 대목이 화제입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하루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 "180일 내에 폐기 서한을 보내고 무역관계를 파기하고 싶다. 당신들이 우리를 상대로 뜯어내고 있다"며 격노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라"며 언성을 높였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봤습니다. 올해 초는 평창올림픽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북한 문제 등으로 인해 한미 정상의 통화가 잦았습니다. 그런데 우드워드의 주장처럼 1월 19일에 한미 정상이 통화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제공되는 'e춘추'의 브리핑 자료에 의하면, 1월의 경우 두 정상은 4일과 10일 두 차례 통화했습니다. 범위를 넓혀서 봐도 그다음 통화가 2월 2일이었습니다. 1월 19일을 전후로는 통화가 없었습니다.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한 'news release'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둘 중 하나일 겁니다. 1) 1월 19일 통화가 있었지만, 양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다. 2) 우드워드의 날짜 취재가 틀렸다.

1번의 가능성과 관련해 취재했습니다. 먼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통화했습니다. 박 실장은 "한미 정상의 통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어조가 분명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인해드리기 어렵다(혹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 '잘 모르겠다' 같은 반응이 아니었습니다. 이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을 했는데, 1월 19일에 한미 정상이 통화한 기록은 없다는 것이 일관된 반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번은 어떨까요? 만약 우드워드의 날짜 취재가 틀린 거라면, 1월 4일이나 10일, 그리고 2월 2일 이 세 차례의 통화에서 FTA와 관련한 언급이 나왔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제공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확인해봤습니다. 1월 4일과 10일에는 FTA 관련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방안 등이 골자입니다. 그런데 2월 2일, 딱 한 줄이 들어가 있습니다. 맨 마지막 줄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라는 겁니다. 백악관 역시 짤막하게 언급했네요.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라고 말이죠.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한미FTA, 사드, 마이크 펜스, 김여정, 밥 우드워드
종합해 볼 때 우드워드가 지칭한 '1월 19일 통화'는, 사실은 '2월 2일'에 이뤄진 통화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날의 통화는 지금까지도 몇 가지 물음표를 낳고 있는 통화이기도 합니다. 이례적으로 통화 당일이 아닌 다음 날 청와대의 브리핑이 나왔습니다. 백악관이 먼저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특히 통화 사진과 영상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비해 한국 정부의 적극성이 매우 약했다는 의미입니다. 외교가에서는, '청와대는 통화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는데 백악관이 먼저 오픈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취재도 그랬고, 최근 다시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월 2일 통화에 보인 태도가 달랐던 건 FTA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통화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극비 회동에 대한 협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월 2일 통화의 배석자는, 우리 정부의 경우 평소처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남관표 2차장이 아니라 정보당국의 고위관계자였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이 제공되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1월 말 미국을 방문해 펜스-김여정 회동 등과 관련한 사전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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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요한 협의가 오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TA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우드워드가 기술한 것처럼 '험한 소리'를 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추론인데,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회동을 미국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TA 등에 대해 평소 쌓였던(?) 불만을 토로했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자 개인의 추정일 뿐입니다. 미래에 공개될 외교기록, 그리고 문 대통령 등 양국의 당국자들이 추후 발간할 회고록 등을 통해 공개될 수 있는 사실관계일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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