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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현대차 재판이 '개점휴업'된 사연

곽승규 기사입력 2018-10-01 11:08 최종수정 2018-10-01 11:18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하청기업 원청업체 법원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하청기업, 원청업체, 법원
2017년 5월 19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딱 열흘 째 되는 날입니다. 특히 이날은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발탁돼 메인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던 그의 화려한 복귀는 새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진 않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하청업체에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원청업체 법인과 임직원까지 기소한 것입니다. 검찰이 하청업체 노조 탄압과 관련해 원청에도 형사책임을 물은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의미 있는 일임에도 평가는 냉혹했습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상임대표는 "정권이 바뀌니 검찰이 달라졌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라 말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검찰은 2011년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조 탄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청인 현대자동차 측이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습니다. 증거확보 시점이 2012년이고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을 기소한 게 2017년이니 대략 5년 동안 사건을 '묵힌' 셈입니다. 심지어 2013년에는 아예 불기소 처분(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면죄부까지 줬습니다. 뒤늦게나마 기소가 이뤄진 건 현대차의 개입의혹을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세상에 공개되고 지속적인 재수사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뀐 지 딱 열흘만이자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두고 이뤄진 늑장 기소, 진작 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만약 정권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기소가 이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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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자가당착

검찰 스스로도 과거 유성기업 사건 수사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재조사 대상인 12개 사건을 언급했는데 노동 사건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게 바로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련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본조사를 보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본조사를 통해 과거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재판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검찰의 '행동' 없는 '반성'은 자기모순 행위에 불과합니다.

재판 한 번 열리고 무기한 연기

비록 많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사흘 앞두고 현대차 법인과 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판이 열리게 된 셈이죠. 그렇다면, 지금 재판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재판은 딱 한 번 열리고 무기한 중단된 상태입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검찰의 늑장 기소로 사건 발생 6년 만에 처음 재판이 열렸지만 이번에는 현대차 측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노동법 제94조에 적혀있는 ‘양벌규정’이 너무 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양벌규정이란 불법행위가 적발됐을 시 관련자뿐 아니라 법인(회사)까지 양쪽을 모두 벌하는 규정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현대차 직원들의 유성기업 노조탄압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죄가 확정되면 현대차 법인까지 처벌을 받게 되는 건데 이게 부당하다며 문제를 삼은 거죠. 현대차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려주기 전까지 재판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사건 발생 6년 만에 재판 딱 한 번 열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셈입니다. 검찰은 현대차 재판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유성기업 사건의 본조사까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니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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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게만 해달라"

현대차 직원들의 죄가 법원에서 확정된 것은 분명 아닙니다. 현대차 측은 유성기업 노조탄압 개입 의혹에 대해 “하청업체의 부품의 생산 상황을 확인한 것일 뿐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하청업체가 부품을 제대로 납품할 수 있는지 계속 살펴볼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중 노조 관련 이야기가 나온 것뿐이지 노조탄압을 지시한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지, 진실이 무엇일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현재 재판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죠.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이 답답하고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그래도 포기는 없다고 말합니다. 원청인 현대차 사옥 앞에 천막을 치고 밤샘 노숙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1년 27명 해고와 100여 명의 징계 이후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성기업 사태. 인터뷰에 응한 해고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공평하게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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