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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이문현

[뉴스인사이트] 실수가 부른 지옥철 9호선

[뉴스인사이트] 실수가 부른 지옥철 9호선
입력 2018-10-29 11:50 | 수정 2019-12-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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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실수가 부른 지옥철 9호선
    ■ 실수가 부른 ‘지옥철’ 9호선

    지난 10월 12일에 보도국 인권사회팀으로 제보가 하나 왔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혼잡이 심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9호선 혼잡한 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닌데, 왜 지금 이런 제보가 왔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보를 읽다 보니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일 비명소리가 나고 사람을 짐짝처럼 우겨넣고 운행합니다. 안전사고 곧 나니까, 제발 취재 부탁드립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하면, ‘짐짝’ 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9호선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출근길 고통을 호소하는 항의 글이 넘쳐나더군요.

    사실 9호선 혼잡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MBC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사가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며 2015년 2단계 개통 때부터 수년 동안 비판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상황은 변하지 않을까요. 아니 왜 더 심각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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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행 구간 늘어난 9호선

    올해 12월 1일, 9호선 석촌역과 올림픽공원역 등 8개 역이 추가로 개통됩니다. 그러면 전체 운행 구간이 지금보다 약 8.9km 늘어나죠. 지난 10월 7일부터 서울시는 늘어난 이 구간에서 시험 운행을 진행 중입니다. 열차 수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운행 구간이 8.9km 늘어나면 당연히 기존 구간(개화역 ↔ 종합운동장역)을 오가는 열차 횟수는 줄고, 배차 간격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미어터지는 9호선이 더 혼잡해진다는 건 누가 봐도 뻔한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걸 몰랐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도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9호선 혼잡도를 조사했습니다.
    출근시간 가장 붐비는 순서대로 (1)염창역은 179% (2)노량진역 177% (3)당산역 162%로 조사됐습니다. 참고로 혼잡도 179%가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해드리면요, 지하철 한 칸 정원이 160명인데, 여기에 286명이 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수치는 3단계 연장 구간 시험 운행을 시작하기 전의 조사 결과입니다. 연장 구간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 지금 지하철 혼잡도를 조사한다면 이보다 훨씬 올라갈 겁니다.)

    자.. 그렇다면 시험운행까지 들어가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날 거라는 걸 다 알면서도 서울시는 왜 대비를 하지 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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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 실수라니..승객불편·3단계 개통 지연 초래

    당연히 준비는 했습니다. 꼼꼼하게 하지 못했을 뿐이죠. 당초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18대 전부를 승객들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는 6칸 급행열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존 4칸짜리 급행열차를 6칸으로 늘리려면 국토교통부한테서 '(1)전동차 완성검사필증'과 '(2)안전관리 체계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 행정절차를 빼먹은 겁니다. 올해 초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국토부 협조까지 받아가며 통상 6주가 걸리는 승인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결국, 6월까지 마무리하려고 했던 계획을 올해 12월로 6개월 늦췄습니다. 급행열차 18대를 모두 6칸짜리로 바꿔서 투입한다는 가정 아래 세웠던 ‘3단계 구간 10월 27일 개통’ 계획도 당연히 무산될 수밖에 없었죠. 결국 3단계 개통은 6칸 급행열차가 모두 투입되는 시점인 12월 1일로 지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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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칸 급행열차의 남다른(?) 활용법

    서울시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부랴부랴 6칸 급행열차를 꾸준히 늘렸고, 배차 시간이 조정된 지난 10월 7일부터는 전체 급행열차 18대 중 12대를 6칸 급행열차로 운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급행의 2/3가 6칸짜리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게 웬걸, 제가 출근시간에 염창역에 나가서 강남방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직접 세어봤더니 서울시 설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염창역 기준으로요, 출근길 승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아침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총 12대의 급행열차가 지나갔습니다. 이중 ‘6칸 급행열차’가 몇 대나 되는지 제가 일일이 세어보니, 단 4대뿐이었습니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3대중 2대 꼴로 6칸 급행열차가 와야 했는데, 실상은 3대 중 1대꼴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오히려 6칸 급행열차가 더 적게 운영되는 이유가 궁금해서 담당 국장님에게 물어봤더니, 본인도 의아해하며 실무자에게 이유를 알아보라고 지시하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 피크시간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시간표를 짰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며칠 동안 답을 듣지 못하다가 '[바로간다] '지옥철' 9호선을 타봤습니다'가 방송됐던 지난 10월 24일 실무자한테서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8시 30분 이후 6칸 급행열차가 3번 <8시 39분 · 8시 50분 · 9시 1분> 배치된 것은 염창역 이후 역의 승객들을 수송하기 위한 것임. 전체 열차 순환을 고려하면 각 역의 피크타임과 맞지 않을 수 있음"

    강남방향으로 당산-여의도-노량진 역에도 승객이 몰리기 때문에, 열차가 염창역을 통과한 이후에도 다른 역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입니다.

    아니,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7시 30분에서 8시 30분까지, 이 전쟁 같은 1시간이 지나가면 이후부터는 조금씩 승객들이 줄어드는데 왜 굳이 이 시간대 이후에 6칸 급행열차를 투입한다는 걸까요?

    담당 국장님이 제게 귀띔 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열차 배치가 효율적으로 안 된 것은 아닐까요?
    서울시 해명을 다시 읽어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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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통 터지는 승객..사과는커녕 해명 한 마디 없었다.

    10월 7일 배차 간격이 늘어난 이후, 9호선 승객들은 ‘서울시 메트로 9호선’ 홈페이지에 ‘원래 시간표로 돌라달라’는 민원 글을 올립니다. 가뜩이나 지옥철인 9호선이 더 지옥이 됐다는 항의였습니다.

    제가 세어봤더니 10월 8일부터 딱 일주일 동안 161개의 민원이 올라왔는데, 이중 149개가 배차 간격 조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9호선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주)’는 배차 간격 조정에 대한 민원글에 답변 한 줄 달지 않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후 MBC <바로간다>팀의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지시가 내려갔는지 승객 민원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더군요.

    # “출근 시간 9호선을 타 보셨나요?”

    회사가 상암동에 있다 보니 저는 이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출근시간에 9호선을 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경험해보니 이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제 일터로 돌아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오전 내내 무기력했습니다.

    취재 도중 서울시에서 9호선 실무를 책임지는 공무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출근 시간에 9호선을 타 보셨나요?"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1-2년 전에 한번 타봤고, 주로 낮 시간대에 이용을 해서.."

    과연 이 분 뿐일까요? 서민 생활을 몸소 체험하시겠다면서 한여름 옥탑방 살이까지 하신 박원순 시장님은 아침 출근길 지옥으로 변하는 9호선의 상황을 알고나 계실까요?

    저는 닷새 동안 출퇴근 시간에 9호선을 타본 후에 ‘바로간다’ 기사를 썼습니다. 한두 번만 타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서, 매일 같이 타고 또 타봤습니다.

    취재 기자도 이 정도로 현장에 나가서 실태를 파악하는데, 의사결정을 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최소한 기자보다는 더 자주 나가서 시민들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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