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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전예지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입력 2018-11-06 15:21 | 수정 2019-12-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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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한샘이 피해자 가족을 악플러로 고소했다

    이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한샘 측에서 악성댓글을 단 누리꾼을 대거 고소했는데 그중에 피해자 가족도 있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댓글 내용에 피해자 가족임을 드러내는 문구가 있었고, 한샘에서 고소당한 당시에 고소당한 사람이 피해자 가족임을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한샘이 피해자 가족임을 알고도 고소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우선 경찰에 확인해봤습니다. 한샘이 악플러로 고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요. 확인해보니 한샘이 악성댓글을 달았다며 개인을 고소한 건 '단 한 건'이었습니다. 그간 한샘의 성폭행 논란 관련된 수많은 기사, 그보다 더 많은 댓글 중에 딱 한 명만 고소한 겁니다.

    도대체 어떤 댓글을 달았기에 고소를 당한 걸까? 한샘은 정말 피해자 가족을 특정해서 고소한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고소를 당했다는 피해자 가족인 윤 모 씨를 만나봤습니다. 윤 씨의 딸은 지난해 2월, 한샘 대리점에 근무하다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후 윤 씨는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한샘 측이 미웠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건이 본사에서도 벌어졌고, 이후 한샘이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억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나무 숲에서 외치는 심정으로 억울함을 댓글로 달았다고 했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 '사내 성폭력' 한샘…피해자 가족까지 고소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2018년 11월 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고소당한 댓글들"

    한샘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댓글은 12개. 대부분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려있는 한샘 관련 기사에 단 댓글이었습니다. 1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린 기사부터 대부분 수백 건 이상의 댓글이 달린 기사였습니다. 수천 건이 넘는 댓글 중에 피해자 어머니인 윤 씨만 고소를 당한 겁니다. 윤 씨가 댓글을 단 시기는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이 논란이 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7개월 동안 단 12건의 댓글이 문제가 된 겁니다.

    아래는 한샘 측이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한 댓글들입니다. (한샘은 해당 댓글들이 '매우 극단적이고 과격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명예훼손
    - 집안단속이 먼저 아닐까?
    - 성폭행 불거지니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건 다 갖다 붙이고…
    - 피해자에게는 죽을죄를 지었다고 하고 합의 안 해 주면 '바로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노선 변경하는 비겁한 가해자들이 넘쳐 납니다.

    모욕
    - 한샘… 참 깨끗하진 못하단 느낌
    - 더러운 기업, 홈쇼핑에 한샘 나오면 바로 틀어버립니다. 불매 운동합시다
    - 홈쇼핑에서 두 채널이나 나오는 거 보고 토할 것 같았다.



    윤 씨가 한샘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지 않았단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윤 씨가 단 댓글들은 기사에 달린 다른 댓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욕설이 담기거나 허위내용을 유포하지도 않았습니다. 윤 씨의 댓글이 공감이나 추천수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도 아니었습니다. 댓글 창을 몇 페이지는 넘어가야 볼 수 있는 수많은 댓글 중 하나였습니다.

    사건을 맡은 경찰 역시, 윤 씨의 댓글이 악의적이지 않고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2018년 11월 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한샘은 왜 피해자 어머니를 고소했을까?

    반론을 듣기 위해 한샘 본사를 찾아갔습니다. 왜 수많은 댓글 중에 단 한 명만을 고소했느냐 물었습니다. 한샘 측은 해당 누리꾼이 한샘 관련 기사에만 댓글을 달았고, 한샘에 대한 내부 사정을 썼기 때문에 내부직원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떤 직원이 회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지 궁금해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소하기 전까지 피해자 어머니임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인 것을 알았으면 고소할 이유도, 어떤 법적인 조치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 어머니인 것을 알았을 때 고소를 취하하면 되지 않냐 물었습니다. (실제로 어머니 측 변호인은 한샘 측에 고소당한 직후, 고소당한 이가 성폭력 피해자의 어머님을 알렸지만,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2달 동안 한샘에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 한샘 측은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이 이렇게 누리꾼을 고소한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에서 아무런 의견을 주지 않았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놨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고소 취하를 하지 않았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이 댓글을 달았더니 한샘이 나를 고소했다"
    "성폭행사건 그 후…어머니의 이야기"

    고소를 당한 윤 씨의 딸은 지난해 초, 한샘의 1호 대리점으로 알려진 한샘유나이티드 협력업체에 입사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학교의 추천을 받고 들어간 첫 직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사 한 달 만에, 나이 차가 서른 살이 넘는 협력업체 사장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는 당시 상호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 주장했습니다. 사건 이후 근무를 지속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 수사부터 검찰 수사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중순쯤에야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일부 댓글에서 '이미 1년도 지난 사건으로 성폭행 프레임을 기업에 씌우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는 것을 봤습니다. 성폭력 논란 이후, 한샘은 성 관련 사건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예방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성희롱 관련 사내 매뉴얼을 새로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지난 6월입니다. 그리고 한 달 뒤쯤, 한샘은 (어머니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특정 누리꾼을 특정해서 고소했고, 어머니인 것을 알지만 고소 취하를 하지 않은 겁니다.

    어머니는 딸에게 자신이 한샘으로부터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알리지 못했습니다. 성폭행 사건에 대해 잊고 살라 얘기하는데, 이번 일로 딸이 그 당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쩌면 자신이 전과자로 남은 생을 살 수 있는데, 딸이 알게 되면 스스로를 탓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제보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한샘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지난해 2월부터 어머니는 매일 포털사이트에 '한샘, '한샘 성폭행'과 같은 단어를 검색한다고 합니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잊힐 거라 생각했지만, 가해자가 실형을 받은 지금도 한샘을 떠올리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어머니가 더 이상 포털사이트에 한샘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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