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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입력 2018-11-11 15:39 | 수정 2019-12-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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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숨겨진 비밀을 열다

    ■ 계속되는 업추비 '공방'

    지난 9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현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일부 공개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심 의원이 정부 시스템을 해킹해서 얻어낸 자료를 공개했다', 심 의원은 '불법 고의 유출은 없었다'며 서로를 고소했고 얼마 전 끝난 국감장에선 여야 간 삿대질과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진행 중인 예산안 심사에서도 심 의원이 속한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깎아야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 왜 문제 삼나

    비판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심 의원이 작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3개월간 청와대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하니까, 써서는 안 되는 밤 11시 이후 심야시간, 휴일에 쓴 건수가 모두 1천8백여 건으로 이는 지침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또 호프집이나 와인바 같은 곳에서 결제한 내역이 발견돼, 사적인 사용이 의심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가 행사가 늦게 끝나거나 세종시 같은 곳에 지방 출장을 다녀오면 복귀 늦은 시간에 복귀하기 때문에, 심야 시간 사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통상 음식점이 문 닫은 때라 불가피하게 주점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고 주말에도 긴급 현안을 처리하러 업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추진비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단독] 청와대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입수

    현재 청와대 업무추진비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 자료로 분류돼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전 정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추진비의 상세한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안보 관련 업무를 하는 청와대 고위직의 동선이 노출될 수 있고 국익에 큰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MBC <스트레이트>는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업무추진비의 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해 공개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08년 9월 한 달간, 당시 정정길 대통령 실장을 비롯한 60여 명의 비서진들이 사용한 카드 내역이 빼곡히 적힌 16페이지짜리 문건입니다. 이 카드 사용 내역은 법이 허용한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해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은 비공개로 분류돼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자료이지만, 이명박 청와대 문건을 입수하면서, 일부를 지운 부분 공개 문서 형태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심재철 의원의 주장처럼, 업무추진비를 주점에서 쓰고 휴일에 쓰는 일이 현 정부의 이례적인 사용 행태인지 국민들이 직접 검증해볼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반대로, 청와대 주장처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해가 될 일인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입수한 자료를 보면,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추진비는 월 1억 540만 원까지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대통령 실장은 월 6백만 원, 외교안보수석, 정무수석 등 수석급은 월 4백만 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쓸 수 있었습니다. 비서관은 120만 원부터 3백만 원까지 다양한데, 기획조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의 한도가 각 3백만 원과 2백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할당됐습니다. 어느 보직의 힘이 센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 추석 연휴에도 '업추비' 결제

    2008년 9월 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이날 민 모 농수산식품비서관은 업무추진비를 세 곳에서 씁니다. 먼저 서울 강남에 있는 일식 음식점 '아라아라'에서 '농식품 관련 창업박람회 회의'를 합니다. 4명이 업추비 9만 원가량을 지출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 '탐앤탐스'에서 2만 2천 원을 사용합니다. 카페에선 '된장 세계화 관련 회의'를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날 마지막 사용처는 워커힐 호텔. 3명이 26만 6천2백 원을 결제했습니다. '푸드엑스포 추진위원장 임명 및 향후 행사 관련'이라고 지출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김 모 과학비서관도 토요일인 9월 20일 5성급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에서 업추비 카드를 긁었습니다. 교과부 원자력 국장을 면담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다음 주 토요일에는 국정과제 관련 면담을 했다며, 이번엔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업추비 16만 9천4백 원을 썼습니다.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2008년 당시에도 추석 연휴를 포함해 휴일과 주말에도 청와대 비서진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달 결제 건수 570건 가운데 56건, 그러니까 열 건 중 한 건은 휴일과 주말에 사용했습니다. 다만, <스트레이트> 팀이 확보한 자료에는 결제 시각은 기록돼 있지 않아 심야 시간 사용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 1인 15만 원 식사…특급 호텔에서도 빈번히 사용

    비록 단 한 달간의 사용 내역이지만 1인 10만 원 이상의 고액 식사 사용 내역도 눈에 띕니다. 2008년 9월 한 달 동안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 가장 비싼 식사를 결제한 것은 누구일까요? 서열이 가장 높은 대통령 실장이 아닌 박형준 전 홍보기획관이 그 당사자였습니다. 9월 2일 63빌딩의 한식당에서 3명이서 45만 원어치 식사를 한 것으로 기록에 나오는데요. 현재 63빌딩에 한식당은 없지만, 당시에는 '루프가든'이라는 한우 구이 식당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 논란으로 불교계가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할 때입니다. 문건에는 이곳에서 '불교 문제 관련 민심'을 청취한 것으로 쓰여 있습니다.

    그다음은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뒤를 이었습니다. 박 전 수석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각각 48만 5천 원 68만 3천 원어치의 식사를 결제했습니다. 1인당 사용 금액으로 환산하면 12만 원, 1인 11만 원가량을 쓴 셈입니다. '기자간담회'와 '관계 부처 회의'가 명목이었습니다.

    경복궁 돌담길이 바라보이는 '뷰'로 유명한 소격동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청와대 업추비가 결제됐습니다. 와인바를 겸하고 있는 곳으로 400여 종의 와인을 보유한 것이 자랑거리입니다. 점심 5만 원대 저녁 10만 원대 코스메뉴를 제공합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은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 활동가 대회’를 준비한다면서 단 두 명이 20만 1천3백 원을 결제했습니다.

    특급호텔 이용도 잦습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청와대 인사들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추석 물가점검 및 경제 안정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을 받았고 '노인인력 발전방안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합니다.

    롯데 호텔에선 '과학기술의 투자 관련 간담회', '중대 재해 예방 대책 협의'를 열었습니다. '신용회복 관련 의견 청취'를 위해서도 롯데 호텔을 이용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 인사들이 자주 이용했던 코리아나 호텔의 일식점 '사가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영호남 민심을 청취'하는 명목으로 27만 원이 결제됩니다.

    전체 사용처를 검토해보면 당시 청와대 비서진들이 신라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롯데호텔, 조선호텔 등 주요 특급 호텔들을 무척 애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결제 내역 열 건 중 한 건은 호텔에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청와대 비서진이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액 식사를 했다고 해서, 예산 사용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 유흥주점 사용 '지침 위반'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흔적이 발견돼, 의구심을 낳습니다. 박 전 경제수석은 '종부세 개편안 관련 기자 간담회'를 '파넬'이라는 상호의 일반 유흥주점에서 열었습니다. 업추비 14만 2천5백 원을 사용했습니다. 상호 명만으로는 어떤 곳인지 찾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홍보1비서관도 '구스'라는 일반 유흥주점에서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습니다. 사용액은 3만 3천 원 정도로 소액이었습니다.

    카드회사에서 분류해온 업종으로 따졌을 때, 사용 내역이 있는 2008년 9월 한 달간 일반 유흥주점’에서 모두 10건의 업추비 결제가 있었습니다. 이미 카드가 사용되기 1년 전인 2007년, 정부에 클린카드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반유흥 주점은 의무적 사용 제한 업종으로 분류됐습니다. 따라서 유흥주점 사용은 예산 사용 지침 위반입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맥주를 즐기는 호프집도 유흥주점으로 신고된 것으로 볼 때 실제 업태는 예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먼저 감사원에 문의해봤습니다. 2008년 청와대 업무추진비 감사는 없었고 2010년과 2012년에 감사원의 재무 감사가 있었습니다. 이때 업무추진비의 부당 사용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고요?

    살펴본 것처럼, 심재철 의원이 지적한 업무추진비 사용 행태는 이전 정부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됩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청와대의 업무라는 것이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만나는 상대에 따라 다소 비싸더라도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반면, 막상 열어보니 김이 샐 만큼 국가 안보와 깊게 관련돼 보이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물론 누구와 만났는지, 즉 업추비를 지출한 대상 명단을 모두 지운 상태로 공개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얘긴 역으로 업무추진비의 상세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처럼,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지우고 공개 시점도 일정기간 이후로 조절한다면 더 많은 내역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그동안 국민들이 이조차 판단할 수 없었던 건 업추비 사용 내역을 일괄적으로 비밀로 취급해왔기 때문 아닐까요? <스트레이트> 취재진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운 좋게 일부 내역을 입수하면서 '비밀'의 왜소한 실체가 드러난 셈입니다.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의 강성국 사무국장은 "현재 청와대는 업무추진비를 연 2회, 유형별 총액만 공개하고 있다. 크게 의미 있는 정보공개라고 할 수도 없다. 업무추진비의 공개 목적이 혈세낭비와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것을 감안한다면 세부적인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청와대의 공개행태는 형식적인 구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접 한번 살펴보시죠.

    ▶ 원문보기 - 2008.3월~9월 수석·비서관 업무추진용 카드 사용 내역
    [뉴스인사이트] ① '최초 공개' 청와대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
    [연속공개]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숨겨진 비밀을 열다

    지난해 7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등에서 발견된 이전 정부 청와대 기록물 4,346건. MBC <스트레이트>팀은 이 가운데 공개 혹은 비공개 분류된 1,239건의 원문을 입수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수차례 문건이 이관된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끝에 얻어낸 결과입니다.

    취재진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고 영포빌딩에 숨겨뒀던 4,308건의 기록물 가운데 공개 분류된 339건의 문건 역시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 분류된 비밀 문건 일부도 별도의 과정을 거쳐 확보했습니다.

    권부의 핵심이라는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았던 문건들, 그러나 도망치듯 두고 나가거나, 세상에 공개를 원치 않아 숨겼던 문건들을 <스트레이트>가 차례로 공개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청와대의 비극적인 실패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찾고, 우리 사회가 교훈을 얻기 위한 작업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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