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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택시에 "청와대 가요" 말 못했던 그…"다시는 실패 말자"

[뉴스인사이트] 택시에 "청와대 가요" 말 못했던 그…"다시는 실패 말자"
입력 2018-11-13 08:42 | 수정 2019-12-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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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택시에 "청와대 가요" 말 못했던 그…"다시는 실패 말자"
    문 대통령에게 '김수현'이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文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한 초기 참모들이 조직표와 업무분장을 구상하던 시기의 일입니다. 참모들은 대선 전에 준비했던 초안을 토대로 회의를 거쳐 조직도를 1차 완성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조직도를 검토한 문 대통령은 다른 부분은 다 수용했지만 딱 한 부분을 고쳤다고 합니다. 부동산 정책입니다. 경제수석 산하에 배치돼 있던 부동산 정책을 사회수석 산하로 옮긴 것입니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이미 내정된 상황에서였습니다.

    사회수석은 교육, 보건복지, 환경, 문화체육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수석에 지금까지 유독 부동산 정책업무가 포함돼 있었던 것은, 그 사회수석이 바로 '김수현'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김수현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습니다. 2005년 이른바 8·31 부동산대책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보유세 강화 등을 추진하며 시장의 저항을 온 몸으로 겪고, 그 좌절의 기억을 체화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택시에 "청와대 가요" 말 못했던 그…"다시는 실패 말자"
    '지지율 15% 정권'의 좌절을 기억하며 '와신상담'

    김 실장과 식사를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그가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임 기자는 택시 타고 청와대 가자고 했을 때 기사 분께 욕먹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 답하자 자신은 노무현정부 시절 택시를 타면 청와대로 가달라는 말을 차마 못했다고 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참모들이 그랬다며, "삼청동 무슨 미술관으로 가주세요" "삼청동사무소로 가주세요"라고 한 뒤 거기서 내려 청와대까지 걸어간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지지율 15%의 정권에서 일하면 그렇게 된다며, 그 이야기를 현 청와대의 동료 직원들에게도 종종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자고. 임기 말까지 당당하게 "청와대로 가주십시오" 할 수 있게 하자고.

    더 이상 실패하지 않겠다는, 어떤 와신상담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다시는 실패해선 안 된다" 같은 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도 유사할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비슷하게 좌절했었고 가장 비슷하게 와신상담을 체화하고 있는 인물이 김수현 실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부동산 정책을 맡겼던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는 실패하지 말자"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죠.

    부동산 정책을 경제수석으로 이관하고 있다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과문하게도 그때 곧바로 김수현 수석의 영전(?)을 직감하진 못했습니다. 아직도 감(感)이 부족한 거죠.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확실한 근거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경제수석 산하로 이관하고 있다는 말은, 사회수석을 바꾸겠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문 대통령에게 있어 부동산 정책을 관장할 수 있는 사회수석은 김수현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바꾼다면 영전 혹은 경질인데, 탈원전이나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김수현 사회수석을 문책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있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택시에 "청와대 가요" 말 못했던 그…"다시는 실패 말자"
    소득주도 성장, 이제부터 '진검승부'하려는 듯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가장 기사가 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경제정책 2가지입니다. 왜 그런가 짚어보니 두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됩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남북은 비핵화 후 한반도에 신경제지도를 그리는 평화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도 3가지로 압축됩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그리고 공정경제입니다. 한 마디로 국민이 잘 살아야 기업도 잘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공정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책은 아직까지 잘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인색한 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장하성 전임 경제팀의 경우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나 장 실장 개인의 역량에 대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둘의 팀워크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 8월 개각 때도 김 부총리에 대한 교체가 청와대 내부적으로 검토됐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8월 개각에서는 빠졌습니다만, 그 즈음(8월 20일) 문 대통령이 경제팀을 향해 '완벽한 팀워크'를 주문하면서 "직을 걸어달라"고 한 것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2기 경제팀,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실장은 '원 팀'을 강조합니다. 과연 '왕수석, 왕실장' 논란을 넘어 진정한 원 팀이 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확고한 소신을 가진 경제정책 기조도 분명히 시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제팀 엇박자로 인한 실행력의 아쉬움' 같은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엇박자 논란이 해소되고 원 팀이 정착돼 추진력과 실행력 모두 강화됐는데도, 그런데도 경제 회복이 난망하다면 그때는 진정으로 정책기조 자체에 물음표가 붙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 본인도 잘 알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인사를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진검승부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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