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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장인수

[뉴스인사이트] '비리백화점' 서울디지털재단, 태양광 패널도 그늘에 지었다?

[뉴스인사이트] '비리백화점' 서울디지털재단, 태양광 패널도 그늘에 지었다?
입력 2018-12-10 11:50 | 수정 2018-12-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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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비리백화점' 서울디지털재단, 태양광 패널도 그늘에 지었다?
    ‘비리백화점 서울디지털재단’ 취재를 마치고...

    # 장면 1.

    방송을 마친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제가 인터뷰를 했던 서울디지털재단 경비원이었다. “서울시에서 감사가 나와서 시간외수당 허위로 찍은 거 물어보는데 사실대로 대답해도 될까요?” 당연히, 적극 협조하시라고 답했다.

    감사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서울시 디지털창업과 직원 한 명도 재단에 나왔다고 한다. 이 직원의 유일한 업무는 서울 디지털재단 관리였다. 그러니까 재단에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할 책임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방송 이후에 비리를 조사하는 감사 직원들과 함께 나타났으니, 재단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재단 직원은 저에게 “(감사 진행 상황을) 염탐하러 온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단 직원들에게 서울시청은 믿을 수 없는 곳이 된지 오래다. 물론 어떤 직원들에겐 비리 저질러도 모르쇠하고 있는 서울시가 든든한 ‘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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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면 2

    11월 7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행정감사.

    이성배 의원: “(관용차) 블랙박스 영상이 하루치 밖에 없네요?”
    이처형 이사장: “확인을 해보니까 하루치밖에 그게 안됐다고...”
    이성배 의원: “디지털재단 맞죠?”
    이치형 이사장: “...”

    이 하루치 영상을 받았다. 영상이 촬영된 날짜는 8월 13일. 지울 거 다 지우고 준 영상일 테니 특별한 게 뭐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꼼꼼한 이유경 기자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했다. 영상 중간에 재단 본부장이 찍혀 있었다. 오후 4시 7분, 판교 현대백화점 옆 00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포도 세 상자를 들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이었다. 응? 뭔지 몰라도 재밌는 상황이었다.

    본부장의 그날 일정을 확인해봤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서울 무교동 한국정보화진흥원에 간다고 출장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이 본부장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출신이다. 그래서 관용차 운행 일지를 확인해 봤다. 8월 13일은 운행 기록이 아예 없었다.

    재단을 찾아가 본부장에게 물었다.

    “8월 13일에 00 건물에 포도 세 상자 들고 어디 가셨어요?”

    본부장은 순간 정신 줄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본부장은 대답을 생각해내는 데 한참 걸렸고 횡설수설 했다. 요약하면 ‘네비게이션 회사인 ‘000 컴퍼니’가 만드는 스타트업 회사에 포도 세 상자를 전해주고 왔으며, 업무와 관련 있는 일’이라고 했다. 000 컴퍼니 직원 분들 포도 맛있게 드셨을 것이라 확신한다. 포도는 거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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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면 3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은 11월 초 서울디지털재단에 CCTV 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단 직원들의 시간외근무와 휴일근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재단 측은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CCTV를 돌려보면 늦게 퇴근하는 직원한테 출입증을 맡겨 놓고 대신 찍도록 한 비리가 들통 날게 뻔하니까.

    서울시의회 행정감사가 끝난 뒤 기조실장이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 역시 재단 직원 한 명이 녹음해 취재진에게 주었다.

    녹음 파일에 담긴 기조실장의 음성.

    “당장 시의회에서 CCTV 내놓으래요. 그 사람이 (시간외수당을) 10시에 찍었다고 했는데, 10시에 없어요. 나가는 게.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우리가 개인정보보호법 해 가지고 우겨가지고 한두 달 걸리고...”

    그는 이어 말했다.

    “관련된 비용 토해내는 수준에서 끝나면 다행인 거죠. 공금횡령, 공문서 위조 막 들이밀 수 있어요. 근데 그게 여러 명 있다? 그러면 시의회나 본부에서 재단 역시 저러는데 재단이 있을 필요가 없다. 얘기 나올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없어진 중앙연구원, 출연기관들 있어요. 우리도 그런 거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비리가 다 드러나면 재단 문 닫을 수 있다”며 서둘러 직원들 입단속에 나선 것이었다.

    # 장면 4

    만나는 직원마다 태양광패널 얘기를 했다. 올해 주차장에 설치했는데 예산 낭비 행정의 표본이라는 것이었다. 사연과 내용이 너무 길어서 안타깝게도 방송에선 이 내용이 편집됐다.

    이 사진을 한번 보시라. 한 재단이 직원이 찍어 서울시에 신고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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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 얘기는 이렇다. 재단에서 서울시 예산을 받아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는데, 하필이면
    그늘에 설치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

    한 재단 직원은 인터뷰에서 “아니 기왕 설치하는 거 햇볕 잘 드는 데 설치하면 되지, 그걸 왜 나무 밑에다 설치하고 또 직원들 시켜서 나무 자르고...”라고 말했다.

    이 패널을 세우기 위해 시공된 철근은 초고층빌딩에 들어가도 될 만큼 굵고 튼튼해 보였다. 그런데 서울시는 재단 직원의 신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전 건물 배치에 따른 음영분석을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가을철 기준 하루 일조량 (서울지역 평균 일조시간 3.2시간) 이상 확보 가능 지역을 확인하고 향후 운동장 개발 등을 고려하여 현재 위치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는 이어 ‘해당 지역은 아침. 저녁 건물과 나무에 의해 그늘이 만들어 질 수 있으나 태양광 발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시간대인 11~15시에는 그늘이 발생치 않아 효율적인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지역입니다’라고 답했다.

    나무 그늘이 지는 곳에 태양광 패널 지으라고 한 그 전문기관이 대체 어딘지, 또 재단은 전문기관에 얼마를 자문료로 줬을지도 궁금하다.

    ‘태양광 패널 예산 낭비’를 신고한 재단 직원은 서울시 답변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양광패널 설치를) 2억 2천만 원 들여서 했는데 발전용량이 18킬로와트가 나와야 되는데 6.5킬로와트밖에 안 나온다는 거예요. 전문가 자문 받았다는데 웃기는 내용입니다”라고.

    서울시청 감사에서 이 부분도 다시 한 번 확인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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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면 5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불리한 보도인데 MBC가 할 수 있나요?”

    처음 만나 자리에 앉자마자 재단 직원이 한 질문이었다. 그는 이미 서울시에도 제보했고 시의회에도 제보했고 다른 언론에도 제보한 뒤에야 MBC를 찾아왔다. 서울시는 대놓고 뭉갰고, 시의회에서는 추궁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고 했다. 보도가 나가고 재단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끝으로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 두 가지.

    “비리를 제보 받았으면서도 서울시는 왜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걸까?”

    “제보 받고도 뭉갠 것이 담당자 실수였을까, 아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고의였을까?”

    자, 이제 서울시가 분명하게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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