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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하청·비정규직이라 월급 '반 토막'

[뉴스인사이트] 하청·비정규직이라 월급 '반 토막'
입력 2018-12-21 16:15 | 수정 2019-12-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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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하청·비정규직이라 월급 '반 토막'
    이 시대에는 왜 사연은 없고
    납부 통지서만 날아오는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절실한 사연이 아닌가
    - 함민복 '자본주의의 사연'

    때로는 숫자가 말보다 많은 뜻을 담습니다.

    충남 태안군 화력 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 월급도 그랬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하청·비정규직이라 월급 '반 토막'
    '프로젝트 계약직' 월급은 210여만원

    김용균 씨는 '프로젝트 계약직'입니다.

    지난달 받은 월급은 211만 7427원입니다.

    기본급은 165만원 정도고 휴일과 밤에도 일하니 추가 수당을 받습니다.

    한국서부발전 정규직 1년차 평균 월급이 340만 4666원입니다.

    비정규직은 20년차가 365만 5477원입니다.

    정규직은 지난해 상여금으로 1253만 4000원을 더 받았습니다.

    비정규직은 상여금이 없습니다.

    발전 회사 내부에서 월급 계산

    발전 회사 내부에서는 실제로 월급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계산합니다.

    5년마다 비용 원가를 조사하고 재작년에 1억원 넘게 들여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월급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정해 놓았습니다.

    '컨베어운전원' 직무 내용을 보면 김용균 씨가 했던 설비 점검, 이상 유무 파악, 떨어진 석탄 및 분진 제거 등이 있습니다.

    김용균 씨가 받아야 할 기본급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출했습니다.

    기술자 등급별로 단가를 다르게 적용했고, 근무 일수와 초과 근무 수당도 반영했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항목 6개로 구분했는데 고급 기술자, 중급 기술자, 초급 기술자, 고급 숙련 기술자, 중급 숙련 기술자, 초급 숙련 기술자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하청·비정규직이라 월급 '반 토막'
    하청 업체 거치면 446만원 → 212만원

    숫자는 명징합니다.

    기술 수준이 가장 낮은 초급 숙련 기술자는 교대 근무를 하면 직접 노무비, 즉 월급 446만 2612원을 받아야 합니다.

    발전소마다 단가가 조금씩 다릅니다.

    서부발전 태안 9호기와 10호기에 일하는 사람도 별도 단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받아야 하는 중급 기술자는 577만 9249원, 가장 적게 받아야 하는 초급 숙련 기술자는 438만 2705원입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월급 기준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국발전기술 직원은 "임금의 원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400만원, 500만원 넘어가는 월급은 처음 들어보는 숫자였습니다.

    "사원 기본급이 170만원 정도 되고, 2년 지나야 대리로 진급할 수 있어요.
    대리 1년차가 되면 기본급이 180만원 초반 정도 되거든요.
    대리에서 과장은 4년을 채워야 되고 과장 1년차는 기본급 230만원 정도 돼요".

    "우리 월급 떼서 임원들 월급 채운다"

    직원들은 하청 업체에서 얼마를 떼 가는지 모르고 짐작만 합니다.

    "하청 업체에서 운영비 명목으로 돈을 떼고요.
    OB라고 해서 발전소에서 퇴직하고 오신 분들이 있어요.
    급여에 차이가 나니까 차액을 보전하는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저희끼리 하는 얘기가, 저희 월급 떼 가지고 임원들 월급 채워 준다고 하거든요.
    왜냐하면 퇴직자라고 해서, 사장 라인이라고 해서 거의 일을 안 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다 현장에 나가지."

    사실상 원청인 발전 회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

    하청 업체에 일감을 넘길 때 총액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직원 월급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근로 조건을 간섭하게 되면 경영 간섭이라고 해 가지고.
    청소 용역이라든지 하는 직종은 정부에서 기준 단가가 정해져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아요.
    (하청 업체에 임금 기준을) 적용하라고 저희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서부발전에서 한국발전기술에 중간 이윤을 제대로 안 챙겨주는지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청 업체 이윤 10%를 포함해서 입찰 금액을 설계하고, 낙찰가는 하한선이 87.995%라고 답했습니다.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은 보고서에 있는 직접 노무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 명에 대한 금액이 아니라 여러 명 평균을 낸 금액"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기술 등급별로 나눠서, 한 명에게 주는 월급을 정확히 446만 2612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전문가 "전형적인 간접 고용 특징"

    노사 관계를 연구하는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보고서를 보여줬습니다.

    몇 장을 보여주자마자 "원청과 하청 구조에서 간접 고용을 하면 벌어지는 전형적인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관리가 허술한 부분을 틈타서, 노동자 임금을 떼 먹는 게 관행처럼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원청에서 기준을 정해도 하청에서 단가대로 줘야 한다는 법적 기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신의 성실 원칙에 의해서 지켜져야 한다고 보고요.
    고용노동부에서 지침을 만들어서라도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합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아무도 김용균 씨 사연을 알지 못했습니다.

    김 씨에게는 지난달 월급 211만 7427원 명세서만 날아갔습니다.

    원청이 만든 월급 기준과 하청이 주는 월급 사이.

    그곳에서 절실한 사연 하나가 스러졌습니다.

    자료 제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삼화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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