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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곽승규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입력 2018-12-24 11:13 | 수정 2019-12-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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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 올해는 유난히도 조직 내 부당한 업무지시, 나아가 범법행위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 젊은 공직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법원과 검찰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주목을 끌었는데요.

    용기 내 사회 변화에 앞장 선 세 명의 젊은 공직자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이탄희 판사입니다.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 ‘일제 강제징용 사건’ 등 청와대와 재판거래 의혹
    - 재판 개입 및 재판 배당 조작 의혹...

    단 한 건만으로도 ‘사법 불신’을 초래할만한 메가톤급 사건들이 ‘의혹’을 넘어 ‘진실’로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워낙 사건의 뿌리가 깊고 방대하다보니 관련 사건을 통칭해 ‘사법농단’이라고 부르고 있죠.

    그런데 법이라는 미명 하에 엘리트 법관들끼리 은밀히 벌여온 일들이 어떻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던 것일까요?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사직서를 낸 젊은 판사가 있었다

    ‘진실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장된 출세의 길을 포기하는 대신 사직서를 낸 한 젊은 판사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죠.

    당시 수원지법 안양지원 소속이던 이탄희 판사는 상위 1% 엘리트 법관들만이 갈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로 발령을 받습니다.

    그저 튀지 않고 무난하게만 지내면 앞날이 보장된 그런 곳으로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탄희 판사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파일이 존재하고 있고 자신 또한 그곳에서 판사 사찰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 판사의 선택은 단호했습니다.

    업무를 거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직서는 반려됐지만 이 판사는 법원행정처에 남길 거부하고 원 소속인 안양지원으로 돌아갑니다.

    가장 출세가 보장된 ‘그곳’에 발령을 받고도 원 소속처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 일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해 언론보도로 이어졌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게 됐습니다.

    출세코스인 법원행정처에 다녀간 판사 중 부당한 지시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이는 이 판사가 유일했습니다.

    만약 그도 부당한 지시에도 침묵하고 순응했다면 ‘사법농단’의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있었을 것입니다.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그가 용기를 낸 이유

    큰 일을 한 이탄희 판사에게 언론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모든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그가 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참여연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의인상’ 행사였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면 자연히 언론에 노출이 되고 그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 있지만 언젠가 또 용기를 내야할지도 모를 다음 공직자를 위해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하는 선례를 만든 것입니다.

    이 판사는 수상 후 약 2분간의 소감을 남겼는데요.

    단 한마디도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진정성이 담겨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과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이 판사의 수상 수감 전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주목 이 사람①] '상위 1%' 법원행정처에서 뭘 봤길래 사표를?
    < 이탄희 판사의 수상소감 >

    “사실을 이분(다른 공익제보자)들이 뚫고 오신 의미를 생각하면 제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가란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도 공직에 있는 사람이 편안하게 여기 설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좀 드리자면 사실은 저는 부끄럽지만 공익을 위한 제보를 한다는 취지이전에 공직자로서 제 명예, 직업윤리를 지킨다는 취지가 가장 컸습니다.

    다만 그것을 지켜나가는데 있어서 진정성을 가지려고 하면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되겠다, 그러는데 있어 용기가 필요하다, 그 부분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요. 사실 그게 벌써 작년입니다. 작년 2월이어서 제가 올해의 의인상이라고해서 농담처럼 저는 작년의 의인인데 이제 주시나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청중 웃음) 벌써 지금 한 2년째 오늘도 매일매일 저희가 온몸으로 겪어나가고 있는데요.

    그걸 보면서 제가 느끼는 부분은 결국은 공직자가 진정한 명예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충분히 성찰하지 못하고 큰 권한을 갖게 됐을 때 그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이걸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직자가 공적인 절차에서 특히 공적인 문제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부정직함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문화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꼭 자리잡았으면 좋겠고요.

    특히 우리 젊은 공직자들이 그런 부정직함을 합리화하는 그런 조직 논리를 학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회가 꼭 됐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제가 사직서 낼 때 유일하게 상의할 수 있었던 저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엠빅X소수의견] 올해의공직자 ① 사직서 내고 양심지켰다, 이탄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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