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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조현용

[뉴스인사이트] 압구정 VS 대치동, SKY캐슬은 어디?

[뉴스인사이트] 압구정 VS 대치동, SKY캐슬은 어디?
입력 2018-12-25 06:20 | 수정 2019-12-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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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압구정 VS 대치동, SKY캐슬은 어디?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이야기들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울까. 사교육계에 정통한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때 전국 모든 학원 강사 가운데 수입이 두 번째로 많았고, 스스로 사교육계의 왕좌에서 내려와 교육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교육평론가 이범 씨를 찾았습니다.

    아래는 이범 씨가 말하는 현실 속 <스카이캐슬>입니다.

    재벌+전문직+자녀교육

    <스카이캐슬> 속 등장인물들은 의사라는 전문직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어 합니다. 무엇을 통해 그게 가능한가. 당연히 공부를 통해서죠. 뻔한 재벌스토리라면 이 정도로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아빠들의 직업을 전문직으로 설정하면서 보통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운 '공부'라는 소재를 끌어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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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재벌은 그렇게 공부 안 시켜"

    사실 말이 안 되죠. 진짜 재벌은 재벌적인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시키지 않아요. 그렇게 시킬 이유가 없죠. 왜냐하면 상속을 통해서 자기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물려줄 수 있거든요. 재벌들도 공부를 시키기는 하죠. 기업을 물려받으려면 어느 정도 학식은 있어야 되고, 이를테면 경영학 같은 전공을 공부해야 하니까요. 다만 꼭 계속 1등을 해서 최고의 학벌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죠.

    하지만 전문직은 다릅니다. 극중에서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잘 사는 거의 재벌급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건 가공의 결합에 불과합니다. 실제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전문직 가운데 성공해서 어느 정도의 부를 이룬 사람들은 그렇게 큰 부자는 아녜요. 물론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훨씬 부자겠죠. 하지만 전문직은 상속을 통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가 없어요. 또 드라마에 묘사된 전문직 문화는 주로 대치동 문화인데요. 강남이라고 다 같은 강남이 아니고요. 압구정동·청담동 문화가 있고 대치동 문화가 있는데 그 둘은 상당히 달라요.

    "대치동 문화? 강남이라고 같은 강남 아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분양된 게 70년대 말인데요. 그때 당시 이미 특혜 분양이 됐어요.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분양을 받아 들어갔던 곳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예요. 거기에는 이미 부자였던 사람들이 많아요. 부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거죠. 그래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속을 통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가능해요. 그분들도 물론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긴 하는데요. 꼭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그리고 돈이 많기 때문에 해외유학을 보내는 비율이 높아요. 하지만 해외로 유학 보내는 이유가 한국에서보다 좋은 학벌을 가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부모가 경영하는 회사도 물려받을 건데, 해외 나가서 폭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오라는 취지에 가까워요. 학원쇼핑 같은 것은 대치동에서 볼 수 있는 거지 대개 압구정동 부모들은 대치동 부모들처럼 학원쇼핑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분양된 게 80년대 초인데요. 그때 은마아파트 주변은 제대로 개발이 안 돼 있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죠. 주변에 제대로 개발도 안 돼 있고 심지어 주변에 비포장도로도 많았어요. 이런 상황이니까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은 그런 데 가서 살고 싶어 하지 않았고요.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올려가고 있던 전문직들, 주로 법조인이나 의사 같은 이들이 은마아파트를 많이 찾았습니다. 현대아파트와 은마아파트는 초기 입주민 구성부터 달라요. 대치동에는 당대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대대로 부자는 드물고. 부의 규모가 좀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상속을 통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주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자기의 성공도식, 즉 공부를 통해 성공한 과정을 자녀에게 반복시키죠.

    "'대전족'은 전국적인 현상…줄넘기 교습도"

    이러한 대치동 전문직 문화가 2000년대 초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됩니다. '대전족'이라는 현상이 시작되는데요. 이른바 대치동 전세족이죠. 강남 집값이 비싸지만 전세는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그러니까 대치동에 전세로 들어가서 교육을 시켜보자는 거죠.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에 대치동에 진입해서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빠져나오는 식이죠. 이런 순환고리가 심화되면서 하나의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거죠. 대치동 시장이 굉장히 특이한 게, 상상가능한 모든 사교육이 다 있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사교육 선호가 똑같지 않거든요. 꼭 입시와 상관없는 사교육도 많아요. 예를 들어 줄넘기, 농구도 가르치고 별거 다 가르치는 사교육들이 있어요. 줄넘기까지 학원을 보낸다고 하면 너무하다는 비판도 있죠. 그런데 줄넘기 과외를 시키는 건 꼭 점수를 잘 받으라는 차원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일주일 뒤에 학교에서 체육 수행평가로 줄넘기 시험을 보게 돼 있는데 아이가 줄넘기를 3개 밖에 못한다고 치면요. 이때 줄넘기 과외를 시키는 부모의 의도는 단순히 점수를 올리겠다는 게 아녜요. 우리 아이가 너무 좌절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거죠. 또 흔히 논술이라고 포장돼있는 사교육이 있는데, 대충 논술이라고 돼있지만 그 안에 독서토론 이런 게 많이 들어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학교를 보냈을 때 독서하고 토론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나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학원에 가면 독서와 토론을 많이 하게 되고 아이의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죠. 교양수준도 높일 수 있고요. 대치동에는 이러한 상품들이 다 있는 거예요. 목동이나 중계동도 사교육시장으로 유명하지만 대치동의 특징은 아주 세밀한 특수한 사교육이 다 존재한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대치동 사교육이 독보적이죠.

    "'엄마 매니저' 시대에서 '코디' 시대로 전환"

    코디는 실제로 있어요. 제가 만나본 적도 있는데 코디도 여러 등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 사람 건너 아는 코디는 한 달에 700만 원을 받습니다. 소위 풀서비스를 해주는 거예요. 아이 개인에 대해서. 필요한 사교육, 정서적인 관리, 학교에서의 여러 문제, 이런 것들을 일체 관리해주고 컨설팅을 해주는 거죠. 엄마가 학생의 매니저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죠. 근데 요즘처럼 학종이 도입돼서 예전보다 챙겨야 할 게 많아진 상황에서 돈이 많은 분들은요.

    엄마가 직접 일일이 챙기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한계가 있는데, 전문가를 모셔 와서 아이 관리를 맡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충분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일부 부유층에서는 코디를 쓰는 시대로 전환이 시작된 거예요. 과거 우리나라의 극상층, 재벌이나 재벌에 가까운 집안의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개인 과외교사들이 팀을 이루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 해에 해당 팀이 가르친 아이가 어떤 실적을 냈느냐에 따라 다음 해 연봉이 결정됐죠. 그리고 아주 소수의 가문에서만 그 정보를 공유했고요. 이게 사실 코디의 시초라고 봅니다.

    '출세경쟁'에서 '공포경쟁'으로

    이러한 '대전족' 현상의 배경에는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는 점이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양극화됐고요. 비정규직으로 1년 근무하면 몇 퍼센트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가 하는 통계가 있어요. OECD 평균이 35%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1%로 OECD 회원국 꼴찌예요. 11%. 3년 내 전환율은 OECD평균이 53%인데 우리나라는 22%로 역시 꼴찌입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누구나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현재의 교육경쟁이 과거의 교육경쟁하고 달라진 겁니다. 90년대까지는 명문대 입학 경쟁이 출세경쟁이었다면 지금은 공포경쟁이 붙은 거예요.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쟁이죠. 같은 시기에 ‘인서울’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스카이'란 말은 옛날부터 있었는데 '인서울'은 옛날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이었어요. '인서울'이란 말이 무엇인가 하면요. 좋은 일자리를 25%, 나쁜 일자리를 75%라고 보면 25%에 들어가기 위한 학벌상의 마지노선입니다. 그게 대체로 '인서울 지거국'이라는 거예요. '지거국'은 지방거점 국립대를 뜻합니다. 실제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서류심사에서 탈락기준으로 삼는 게 사실상 그 정도에 가까워요. 대치동 가서 노력하고 아이 교육시켜 놓으면 안 돼도 '인서울'은 하지 않겠어 하는 심정으로 겸사겸사 대치동에 가는 겁니다.

    "아직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경쟁은 무엇인가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해요. 입시경쟁을 무엇인가의 결과로 본다면 그것은 사회적 활력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아직 사람들이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 거죠. 사회적 활력과 에너지의 결과이기도 한 거죠. 경쟁이란 건 굉장히 양면적인 거예요. 그래서 <스카이캐슬>이 폭넓은 공감을 얻는 측면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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