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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곽승규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입력 2018-12-27 10:40 | 수정 2019-1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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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 올해는 유난히도 조직 내 부당한 업무지시, 나아가 범법행위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 젊은 공직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법원과 검찰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주목을 끌었는데요.

    용기를 내 사회 변화에 앞장 선 세 명의 젊은 공직자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검찰 내 성폭력과 부당한 인사보복 문제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입니다.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그날 변화가 시작됐다

    “제가 처음 입을 열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검사로서도 변호사로서도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지라도 감수하겠다, 사회적 자살행위를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한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 수가 있었습니다.” - 서지현 검사 -

    서 검사의 말처럼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사실을 폭로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서 검사는 자신의 삶이 또 다시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2018년 1월 29일.

    서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린 뒤 그날 저녁 한 방송사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아마 서 검사 자신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거센 변화의 목소리에 직면하게 됩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미투(Me too) 운동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달라진 건 없다

    ‘미투’는 뜨거웠습니다.

    그동안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남몰래 혼자 속앓이를 했던 이들이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많은 공감을 얻으며 사회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변한 건 많지 않습니다.

    당장 서 검사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국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정작 성추행 혐의는 기소조차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에 대해 인사보복을 한 혐의에 대해서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긴 싸움을 하는 사이 검찰 내부에서는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원하는 곳으로 발령받기 위해 일을 키웠다’는 등 서 검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차 가해’에 노출된 다른 피해자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목 이 사람②] "누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나?" 서지현 검사가 묻다
    다시 시작

    “스쿨미투를 하는 학생들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 학생들 하는 이야기가 스쿨미투를 한 이후에 굉장히 여러가지 따가운 시선들로 인해서 굉장히 위축되고 고통스러웠는데 제가 나간 팟캐스트를 보니까 저희(학생들이)가 공익제보자이고 이 세상을 바꾸는 멋진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서지현 검사 -

    서지현 검사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등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는 다수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여전히 미흡하기만 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서 검사는 이렇게 묻습니다.

    “피해자들이, 공익제보자들이 입을 열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두려움이나 나약함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공포와 수치로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던 이 잔인한 공동체 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에 대한 다짐과 함께.

    “누군가 정의를 이야기하기 위해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하는 이젠 비정상적이 시대는 이제야 끝내야합니다. 수치와 공포로 피해자들의 부패 속에서 신음하는 공익제보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던 이 잔인한 공동체는 이제는 바뀌어야합니다."

    "저도 더욱 굳건히 버티어나가겠습니다.”(지난 14일, 올해의 호루라기상 수상 소감 中)

    ▶ [엠빅X소수의견] 올해의공직자 ② 검찰 내 '성폭력 피해 폭로', 서지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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