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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남재현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입력 2019-01-08 16:45 | 수정 2019-12-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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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흔히 겨울이 되면 "3일 동안 춥고 4일 동안 따뜻하다"는 뜻의 '삼한사온'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 대신 '삼한사미'라는 말을 더 자주합니다.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날씨가 좀 풀리고 나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오는 현실을 빗댄 말이기도 합니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요즘엔 오히려 마스크 끼고 다니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취재를 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펄쩍 뜁니다.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아직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사람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겁니다.

    최근엔 호흡기나 심장뿐 아니라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만 있을 뿐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더 취약한지도 아직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노약자나 어린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를 피하고 마스크를 꼭 끼고 다니도록 권고하는 수준입니다.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미세먼지에 취약한 질병 4가지는?

    이번 기사의 시작이 된 연구용역 보고서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특히 영향을 받는 질병이 따로 있는지 봤더니 실제 있었던 겁니다.

    성균관대 예방의학과 정해관 교수팀이 데이터가 국가응급진료망, 즉 응급실 환자정보 460만 건을 분석해 봤더니 4개의 질병에서 미세먼지가 몰려오기 전과 후에 환자 수가 뚜렷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2014년과 2015년 데이터로 분석 모델을 만들고 2016년 데이터로 검증을 거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4월과 5월의 환자정보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폐에 염증이 생기는 폐렴과 호흡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장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심장 수축 이완 능력이 저하되는 심부전, 4가지였습니다.

    초미세먼지가 '나쁨'일 때 폐렴은 11%, 만성 폐질환 환자는 9% 정도가 늘었고 심부전은 7%, 허혈성 심장질환은 3%까지 환자가 증가했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뉴스데스크] 미세먼지 나빠지면 '4대 질병' 환자 는다


    만병의 근원 '미세먼지'…"심근경색·뇌출혈 일어날 때 반응과 같다"

    증가 폭이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의 증가 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은 수가 아닙니다. 숨겨진 환자가 더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내과 전문의인 정보영 교수도 "미세먼지는 보통 폐로 들어와서 온몸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이른바 자율신경계를 교란시켜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킨다는 말은 쉽게 말해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겁니다. 몸 안에 있는 신호등들이 고장 나 맥박수도 불규칙해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정 교수는 "교감신경이 깨진 날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방에서 사람 몸을 측정해 보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이 일어날 때와 똑같은 반응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미세먼지 걷혔다고 안심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런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받는 시기도 각각 달랐습니다.

    폐렴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미세먼지가 몰려온 하루 뒤, 심부전은 이틀 뒤, 허혈성 심질환은 사흘 뒤에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미세먼지가 지나가더라도 질환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오면 어느 때보다 약을 잘 챙겨 먹고, 외출도 삼가는 것이 좋다고 당부합니다.

    ▶ 관련 영상 보기 - [뉴스데스크] 미세먼지 나빠지면 "노인 혈압·혈당 더 오른다"


    "미세먼지, 혈압과 혈당도 올린다"

    또 이번 연구 결과도 드러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초미세먼지가 혈압이나 혈당 수치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60세 이상 고령 환자의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정상 성인인 경우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이른바 노약자, 여기에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면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겁니다.

    주민들의 만성질환 관리를 잘한다고 알려진 서울 강동보건소가 주민들의 2년치 혈압·혈당 자료 26만 4천여 건을 분석해 봤더니

    60세 이상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마이크로그램 올라갈 때마다 혈압은 평균 1.32배, 혈당도 1.22배 증가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미세먼지가 혈당도 높인다...취약 질병 4가지
    "미세먼지, 질병 위험군에게는 사선을 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성균관대 정해관 교수는 "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분들 중에는 건강 적신호가 켜지기 직전에 있는 분들이 많은데,

    미세먼지가 이분들에게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쓰러지기 직전인 건물에 손가락 하나만 갖다 대도 건물이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혈관이 곧 터지거나 막힐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지금처럼 미세먼지 취약계층을 노약자나 영유아로 뭉뚱그려 관리할 게 아니라 취약한 질병군으로 나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외출은 절대 삼가고 평소 먹던 약도 꼭 챙겨 먹도록 휴대전화 문자나 SNS에 알려주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들어가는 예산만 한 해 수조 원. 그런데 이 사업엔 그만한 돈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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