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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신정연

[뉴스인사이트] 귀신길 아니라는데…교명변경 꽂힌 교장선생님

[뉴스인사이트] 귀신길 아니라는데…교명변경 꽂힌 교장선생님
입력 2019-01-10 15:54 | 수정 2019-12-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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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귀신길 아니라는데…교명변경 꽂힌 교장선생님
    지난해 말 은평 뉴타운에 자리한 신도중학교가 '귀신 길' 논란으로 시끄럽다는 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요약하면 작년 3월 새로 부임한 교장이 신도중학교의 한자가 귀신 신(神)에 길 도(道), 즉 '귀신 길'이어서 불길하니 교명을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와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건데요.

    커지는 갈등에 보다 못한 3학년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토론방에 교장의 교명 변경이 부적절하다며 철회해 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교장은 토론 대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징계를 위한 선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했고, 교명 변경을 반대한 교사에게는 행정처분인 '경고'를 내렸습니다.

    급기야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교장의 독단과 권한남용을 참을 수 없다'며 진정서까지 냈습니다. 결국, 교육청이 지난해 말 특별 장학을 실시하고 10일엔 감사까지 나갔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사안이 황당했던 건 이 학교의 정식 이름은 귀신 신(神) 길 도(道)가 아닌 새 신(新)에 도읍 도(都)였던 겁니다.

    서울교육청에 설립 인가 당시 정식 한자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애초 '귀신 길'도 아닌 교명을 교장이 문제 삼는 바람에 불필요한 신경전이 벌어진 겁니다.

    ▶ 관련 영상 보기-[뉴스데스크] "학교 이름 바꾸라"…교장 혼자 결심하면 따라야?
    교장의 갑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보도한 뒤, '후속보도를 해 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제보가 계속 빗발쳤습니다.

    언론의 지적과 교육청의 조치에도 교장의 독단과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8일 졸업식을 나흘 앞두고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3장짜리 안내문이 문제였습니다.

    안내문 표지부터 교장의 인사말, 교가 등 학교명 '신도'가 적힌 부분은 어김없이 한자로 '神道(신도)'가 표기돼 있었던 겁니다.

    이미 학교 정식 명칭이 '귀신 길'이 아닌 신(新)도(都)라고 제가 정확히 취재해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神道'라고 우기는 겁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장이 의도적으로 이를 써넣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갈등에 대해 교장이 사과를 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교명 변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분노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자거나 혹시 졸업식 날 교장이 '귀신 길' 이야기를 또 꺼내면 가만두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혹시 졸업식 날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까 싶어 교육청 장학사까지 참석했습니다.

    다행히 졸업식은 큰 갈등 없이 끝났습니다. 단상에 선 교장은 '귀신 길'을 언급하지 않았고 안내문도 한자를 없애고 모두 한글로 적은 새 안내문이 배포됐습니다.
    [뉴스인사이트] 귀신길 아니라는데…교명변경 꽂힌 교장선생님
    교장, "이전 학교에선 동백꽃 길 고집해 갈등"

    또 다른 제보는 교장의 갑질이 신도중학교 부임 이전에도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들은 바로 지난 2017년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에 다녔던 학생과 학부모들이었습니다. 그해 봄 이 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장을 없애고 동백꽃 숲길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교장을 비난하는 낙서가 교내 곳곳에서 발견되자 교장은 CCTV 설치를 요구하고 형사 고발을 하겠다며 한동안 범인 잡기에 열을 올렸다고 합니다.

    또 담임을 맡은 한 기간제 교사가 있었는데 여름 방학이 끝나고 교장이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아 해당 반의 담임이 바뀌면서 학생들이 울고불고 단체로 교장을 찾아가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한 학부모는 그 기간제 교사가 이전 학교에서 교장에게 다른 일로 찍혔는데 계약 해지로 앙갚음을 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 학교 학부모들은 교장 부임 한 학기 만에 교장 퇴진 운동을 시작했고 127명이 서명해 교육청에 제출했습니다.

    2017년 12월 말 이 교장은 결국 직위 해제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교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사유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와 빚은 갈등 때문은 아니고, 교장으로 처리했어야 하는 행정업무 중 소홀히 한 부분이 있어 그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찌 됐든 학부모들이 퇴진운동까지 벌일 만큼 학생, 교사들과 충돌했던 교장.

    그러나 불과 3개월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울 시내 다른 중학교에서 다시 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그리고 이 교장과 함께 한 지난 1년간 신도중학교는 '귀신 길' 갈등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교장이 신도중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자리만 옮겨 간다면 이런 갑질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이달 안에 나올 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교의 조직 문화를 바꿔보자며 직위와 상관없이 선생님들 간 호칭을 '쌤'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까지 내놨는데요,

    이렇게 수평적 조직문화를 희망하는 교육청이 신도중 교장에게 얼마나 합당한 조치를 취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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