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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강연섭

[뉴스인사이트]아무도 책임없다? 아주 특별한 진에어의 불법행위

[뉴스인사이트]아무도 책임없다? 아주 특별한 진에어의 불법행위
입력 2019-01-14 13:58 | 수정 2019-12-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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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아무도 책임없다? 아주 특별한 진에어의 불법행위
    에밀리 조, 외국인이라는 것을 5년간 몰랐을까?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 진에어 법인 등기부등본에 두 차례 적혀있는 조현민 씨 이름입니다.

    지난해 물컵 갑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에 6년간 이사로 불법 등기된 사실 때문에 진에어는 한때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습니다. 현행 항공법에서는 항공 주권을 위해 국적항공사에는 외국인이 임원으로 등재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달간의 청문회를 통해 진에어는 면허 취소 대신 신규노선 제한 등 가벼운 제재를 받는 걸로 일단락됐지만, 당시 국토부는 면허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 3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아무도 책임없다? 아주 특별한 진에어의 불법행위
    외국인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국토부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시 면허관리를 담당한 항공산업과 공무원 3명이 진에어가 제출한 여러 서류 가운데, 대표자 변경만 봤다 ▲ 그래서 법인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 조현민 씨를 보지 못했다. ▲ 외국인 임원이 등재된 걸 몰랐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여러 가지입니다.

    2008년 설립된 진에어는 국토부에 여러차례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일단 2010년 3월 조현민 씨가 처음으로 등기이사로 선임될 당시 임원 명부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칩시다. 그러나 2013년 3월과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표자가 바뀔 때 여러 서류와 함께 법인 등기부등본을 제출했습니다. 의무사항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2013년 10월 사업범위가 변경될 때는 국토부가 행정전산망을 통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결국 ▲ 8페이지에 달하는 법인 등기부등본에 대표자가 누구인지 임원으로 누가 있는지 고스란히 적혀있고 ▲ 조씨가 영어 이름에 미합중국인이라고 친절하게 써놨는데 이 등기부등본을 국토부 공무원 모두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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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사실은 또 있습니다.

    2014년 11월 항공사 에어인천이 러시아 사람을 외국인 임원으로 앉힌 사실을 국토부가 다른 항공사와 업무 협의과정에서 파악했습니다. 당시 국토부 담당자는 이 사실을 국토부 차관에게 보고했고, 차관은 규정대로 면허 취소 조치를 진행시키는 대신 담당 직원에게 '조용히 일을 처리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래서 담당 직원은 에어인천 부사장에게 전화로 내용을 통보했고, 에어인천은 사흘 만에 러시아 임원을 해임합니다.

    이런 전례도 있고 해서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졌던 2015년 3월, 국토부는 8개 국적항공사에 친절히 공문을 보내 면허취소 사유가 될 수 있으니 사전에 점검해달라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2010년부터 6년, 그러니까 미국 국적의 조현민 씨가 불법으로 임원을 맡았던 기간동안 모두 5차례에 걸쳐 국토부는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한 번만 봤으면 조 씨가 외국인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국토부의 허술한 관리는 또 있습니다.

    국토부는 조 씨의 불법등기 문제가 불거지자 대대적으로 내부 감사를 벌였는데, 진에어의 법인 등기부등본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허둥댔습니다. 결국 부랴부랴 전임자까지 다시 불러내서 해당 서류를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장관에게 보고할 때까지 사흘 동안 등기부등본이 행방불명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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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수사 봐주기?

    국토부는 등기부등본에 미합중국인이라고 조현민 씨 이름이 적혀있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외국인인 줄 몰랐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7월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토부가 들여다봐 줄 것을 요구한 부분은 ▲면허 관리감독 소홀과 ▲ 국토부와 항공사와의 유착이었습니다.

    조현민 씨가 이사로 있었던 게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인데, 2016년 3월 항공법이 개정되기 전날 조 씨가 등기이사에서 빠진 게 의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국토부의 누군가 진에어에 모종의 연락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인 것이죠.

    바뀐 항공법에 따르면 기존에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업자도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면허 결격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토부에 보고토록 했는데 국토부가 진에어와 사전 조율을 통해 조현민 씨와 관련한 불법 논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봐준 거 아니냐는 것이죠.

    그래서 검찰 역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조 씨의 남동생인 조원태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가족 2명이 모두 이사로 등기할 필요가 없어서 조현민 씨는 빠졌다'는 경영상의 이유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납득할 수 있다고 검찰은 봤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뉴스데스크] '조현민이 외국인'인 줄 6년이나 몰랐다?
    검찰은 국토부 공무원 3명의 관리감독 소홀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이 부분은 석연치 않습니다. 검찰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3월 진에어가 대표자를 변경한다며 서류를 제출했는데 ▲ 당시 국토부는 '대표자 변경'에 대해서만 심사하다 보니 외국인이라 등기 임원을 맡을 수 없는 조현민 씨가 불법으로 등기되어 있었던 것은 심사 범위가 아니었다. ▲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일을 소홀히 한 것은 맞지만 이를 직무유기로 처벌하면 그전에 있었던 공무원들도 모두 직무유기로 처벌해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면허심사 범위에 대표자만 확인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법인 등기부등본 자체가 심사대상인데 그렇다면 심사 과정에서 도대체 뭘 심사했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습니다.

    또 진에어의 대응도 황당합니다. 진에어는 국토부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모두 '조씨가 외국인인 줄 알았지만, 외국인 임원 등기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2014년 항공사 에어인천이 외국인 임원 등기 때문에 문제가 됐었고, 2015년 이 문제와 관련해 국토부가 공문까지 보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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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지는 사람 없다?

    국토부는 공무원 3명에 대한 징계여부를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면서 국토부는 아마 해당 공무원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2013년 진에어의 면허 관리발급을 소홀히 한 직원들에 대해 징계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당시 담당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공무원들에 대해서 징계를 한다면 해당 공무원들은 과거 전임자와 형평성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항공사의 면허를 취소할 만큼 중대한 불법이 벌어졌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책임이 있는 국토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번 일도 결국 사건이 불거져 여론이 시끄러워지면 대대적으로 '감사한다', '수사를 한다'면서 급한 불을 끄다가 관심에서 멀어지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 사회의 전형적인 보신주의의 되풀이는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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