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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양효걸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입력 2019-02-14 17:20 | 수정 2019-12-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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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국제수지 74개월 연속 흑자…"
    "…경상수지 흑자 '6년 만에 최저'…"

    우리 귀에 익숙한 경제뉴스들입니다. 수출이 잘 되고 있는지, 경제는 요즘 어떤지를 볼 때 가장 먼저 찾는 통계들이죠. 굵직한 정책들이 이 통계에 따라 결정됩니다. 수출이 좋은 상황이라면 다른 부분에 더 신경을 쓸 테고, 경고음이 울린다면 그에 맞게 대책을 내 놓겠죠. 마치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는 의사와 같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체온도 재고 혈압도 계속 체크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상태를 알기 위해 이리 재고 저리 재보는 것이죠. 만약 이런 수치들이 틀렸다면 의사는 잘못된 처방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경제통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를 꼽으라면, 바로 국내총생산 GDP (Gross Domestic Product)와 국제수지 BoP (Balance of Payment)를 들 수 있습니다. GDP는 한 해 동안 그 나라 안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계이고, BoP는 일정 기간 한 나라의 외국과의 상품, 서비스 등의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표입니다.

    사실 이 두 개는 항목 분류에만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국민경제의 활동을 기록한 표입니다. 경제학 원론은 물론, 한국은행에서 펴낸 매뉴얼에도 각 항목별로 같아야 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p.18, 우리나라 국제수지 통계의 이해, 2016.)

    점점 벌어지는 수치…단순 통계 오류?

    그런데 취재결과 2010년을 앞뒤로, 딱 맞아야 할 이 두 통계의 격차가 서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국제수지 중 경상수지, 그중에서도 서비스 수출이 한 해 약 22조 원에서 23조 원 차이가 나는 현상이 발견된 겁니다. 보수적인 환율을 적용한다고 해도, 176조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특히 상품 수출의 경우는 GDP와의 차이가 1.8%에 불과한 반면, 서비스 수출만 29.7%의 격차를 보입니다. 단순 통계적 차이, 환율의 차이로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 관련 영상 보기-[단독] 국가통계 오류…수출 8년간 '176조' 부풀렸다


    물론 분석에 쓰인 통계수치는 모두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모두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자료죠.

    2)왜 이런 격차…모든 게 IMF 때문?

    결과적으로, 2010년 이후 GDP와 BoP의 차이는 커졌습니다. 과연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0년으로 한 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한국은행은 IMF의 새 작성 기준이 나왔다면서 '선제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네, 맞습니다. 국제수지표를 작성할 때 제일 중요한 기준은 바로 IMF에서 밝힌 BPM 입니다. 이름도 복잡한데요. 2010년에 한국은행이 새로 적용했다는 건 BPM6, 즉 6번째 버전(Sixth Edition)입니다. BPM (Balance of Payments and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Manual)

    그럼 문제가 뭘까요? 해답은 한국은행이 2010년 12월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에 있었는데요. 당시 자료를 통해 분석해 보면,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해외 건설공사부분의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 수치도 급격한 상승을 보였습니다.

    풀어 보면, 원래 전에는 1년 이상의 장기 해외건설공사가 서비스 수출에 포함이 되지 않았는데, 이를 새로 포함시키면서 수출액이 늘었고 서비스 수지가 개선된 겁니다. 이렇게 기준이 바뀌면서 1년 이상의 장기 건설프로젝트, 그러니까 우리나라 건설사가 해외로 나가서 진행하는 대규모 건설현장의 공사 수주액 전체가 '수출'된 것으로 잡히면서 금액이 크게 뛰어오른 겁니다.

    예를 들어,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천억 원 규모의 공장을 지어주는 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여기서 100억의 이익이 났다면 이 100억만 우리나라의 '소득'으로 잡은 것이었죠. 그런데 바뀐 기준부터는 1천억 원 전체를 우리의 '수출'이다 이렇게 계산하면서 수출 금액이 확 늘어난 겁니다.

    3)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왜 우리만?

    다른 나라들은 이 새 기준을 어떻게 적용했을까요. 가까운 일본이 새 매뉴얼을 적용한 방식을 보면 건설 분야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새 매뉴얼을 적용하기 전과 후, 해외 건설 관련 수치의 변화가 전혀 없는 겁니다. 이런 경향은 경제 선진국들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는 OECD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관련 매뉴얼을 살펴보니, OECD의 자체 매뉴얼에도 건설 분야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주요 개편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도 2010년을 전후해 서비스 수지, 특히 이 중 건설 서비스의 경우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서 보도를 통해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IMF의 국제기준을 따르는 것은 좋지만 실제 매뉴얼 해석에도 무리한 해석이 따르는데다, 다른 나라도 개편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왜 성급하게 추진했느냐는 겁니다. 게다가 서비스 수지의 과다 계상 가능성을 알고서도 말입니다. 특히 통계 기준을 개편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한국은행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런 개편은 한층 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4) 무슨 문제 생기나

    우선, 현재의 국제수지팀 방식으로 서비스 수출을 잡게 되면 GDP 통계와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해당 국가 통계와의 충돌입니다.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사우디에 1천억 원짜리 공장 건설을 한다고 했을 때 사우디도 이 건설공사를 GDP로 포함시킵니다.

    당연합니다. 그 나라 안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한 공사에 대해 두 나라가 자신의 생산으로 잡는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앞부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서비스 수출 부분이 뻥튀기가 되면서 GDP와 격차도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실제 앞에서 표로 보여 드렸던 것처럼 국민계정과 국제수지의 불일치가 커지는 겁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은행은 엉뚱한 답을 내놨습니다. 마치 GDP와 국제수지의 차이가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당연한 현상인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답변은 논점을 일탈한 '동문서답'입니다. 각 국가 간 GDP와 BoP의 역사적 차이가 존재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국제 기준을 도입하면서 격차를 벌려도 좋다, 이 두 개가 안 맞아도 된다. 이런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 두 개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둘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건 제 개인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0년 12월 한국은행에서 BPM6를 적용하면서 낸 보도 자료를 한 번 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은 2010년 개편을 하면서 그 첫 번째 목적으로 "국민소득통계와의 정합성 확보"를 들고 있습니다. 즉 GDP통계와의 격차를 줄여 일치시키기 위해 BPM6를 도입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런 한은의 목표와는 다르게 장기 해외건설을 수출로 잘못 계산하면서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8년간 이어집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국제 기준을 '우리만' 그것도 '해석이 분분한' 기준을 들어 개편함으로써 우리 국제수지는 국제적 비교 가능성이 더 떨어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연평균 22조에서 23조 원에 달하는 큰 금액으로 말입니다.

    이런 대규모 개편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국제 사례를 참고했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지. 하지만, 이런 큰 기준을 도입함에 있어서 그 흔한 국제 비교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두 통계 간의 차이는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라고 주장하는 한국은행의 설명, 정말 맞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서울대학교 팩트체크 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MBC가 OECD국가들의 관련 통계들을 전부 찾아 분석했습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이 결과를 소상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자료① 국민계정- 국제수지 통계와의 관계(우리나라 국제수지 통계의 이해)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자료② 국민계정과 국제수지 수출액 비교 및 상품 수출과 서비스 수출 격차비교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자료③ 한국은행 보도자료 해외 건설공사부분의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그래프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자료④ OECD의 자체 매뉴얼(서비스 부분)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자료⑤ 한국은행 2010년 12월 보도자료 국민소득통계와의 정합성 확보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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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양효걸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상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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