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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양효걸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입력 2019-02-14 17:42 | 수정 2019-12-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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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② 전 세계 도입했는데 왜 한국만? 통계 오차 OECD 국가 중 '1위'

    OECD 36개국 전수 분석

    수출 통계가 8년간 176조 원이 부풀려졌다는 MBC 보도에 대해 한국은행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오류가 아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다른 국가들도 격차가 난다'라고 답한 겁니다.

    보도 직후 한국은행은 해명자료를 통해 '이 두 국가 통계 간의 괴리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단독] 국가통계 오류…수출 8년간 '176조' 부풀렸다


    1) 한국 통계 격차 22.9%로 압도적 '1위'

    서울대학교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OECD 회원국 36개국의 관련 통계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다'라던 한국은행의 설명과는 달리, 한국의 통계 격차는 ‘압도적’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위 표는 새로운 매뉴얼을 적용한 뒤, 각 나라의 국내총생산 GDP(Gross Domestic Product)와 국제수지 BoP(Balance of Payment) 통계격차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한국은 둘의 격차가 22.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큽니다. 20%를 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전체 36개국 가운데, 한국과 포르투갈, 프랑스, 일본,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5%를 넘지 않습니다. 통계 격차가 1%를 넘지 않는 나라도 17개국이었고,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5개 나라는 아예 격차가 0에 수렴했습니다. OECD 회원국들은 2009년 12월 호주를 시작으로 대부분 2014년에 BPM6로 전환했습니다.
    (터키의 경우 GDP통계 항목에서 달러, 자국통화 수치가 없어 분석대상에서 제외. 35개국 대상)

    2) 격차 줄인다더니…더 커진 통계 오류

    그런데 사실 한국은행이 새로운 기준을 서둘러 도입한 건, 이 두 통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고, 한국은행이 2010년 도입 당시 낸 보도 자료에서 밝힌 겁니다. 한국은행은 개편 이유로 '국민소득통계와의 정합성 확보'를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GDP통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다고 스스로 말한 셈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던 겁니다. 실제 BPM6, 즉 새 기준을 적용하기 전과 후의 통계 격차를 비교해봤더니 한국, 포르투갈, 프랑스 세 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격차가 줄었습니다. 세 나라 빼고 30개가 넘는 OECD 회원국은 모두 새 기준을 도입한 취지를 잘 살린 겁니다.

    3) 경제 상황이 다 달라서?…유사국 비교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규모도 다르고 수출상황도 다르고, 국민소득도 다르고. 그래서 한번 뽑아봤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수출 많이 하는 나라.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GDP 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을 보면,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통계 격차가 3% 미만입니다. 캐나다와 호주는 각각 격차가 0%, 2.7%로 거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격차가 좀 난다는 프랑스만 해도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죠.

    그럼 수출 많이 하는 나라는 어떨까. 무역의존도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봤습니다. 역시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모두 2% 이하의 수치를 보였습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4) '세계적'인 수준의 통계 오류…왜 생겼나

    그래도 경제 강국, 수출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통계 격차가 계속 발생했을까요. 그래서 이름도 어려운 BPM6, 관련 조항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문제가 생긴 '해외 건설공사' 부분을 살펴봤더니, 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원래 큰 해외 건설 공사의 경우 현지에서 인력을 조달하고 세부 공사도 현지 업체에게 나눠주는 게 일반적인데요. 한국은행은 새 매뉴얼을 적용하면서 해외에서 건설공사를 하고 있는 현지 사무소를 '지사'로 인정을 하지 않은 겁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그렇다면, 이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현지의 하나의 ‘지사’로 인정을 안 하다 보니, 이를 모두 우리나라 본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것으로 파악한 겁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수출한 금액이 크게 늘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수출금액이 부풀려진 겁니다. (아래 자료① 참고)

    앞서 [① 8년간 '176조' 부풀려진 국가 통계]에서도 밝혔지만 BPM6의 여러 조항에서 이렇게 적용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명확하게 '건설' 공사에 대해 밝힌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적용을 하지 않은 거죠. (아래 자료②, ③ 참고)

    5) 국내 대형 건설사들, "이상한데요?"

    그런데 한국은행의 해명이 더 이상합니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공사할 때도 이렇게 계산을 한다'는 건데, 이 부분도 직접 국내 건설사 측에 확인해봤습니다. 한화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 6곳에 물어봤는데, 대답은 모두 한결같았습니다. 해외에서 건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독립적'으로 회계장부도 작성하고 '지사'로 활동한다는 거죠. (아래 자료 ④ ⑤ 참고)

    이 부분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인 조영무 박사는 "IMF의 BPM6매뉴얼의 일관된 기준은 '경제적 실질'에 맞게 적용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동일한 기관에서 발표되는 두 통계가 서로 다른 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은 통계에 대한 신뢰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건설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우선적인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장황하게 국제 수지 통계 오류에 대해 설명했지만, 사실 이 모든 게 저의 새로운 주장은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은이 2010년 11월 작성한 내부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여기에는 왜 지금처럼 해외 건설 공사를 수출로 잡으면 안 되는지, 이 경우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심지어 실제 건설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사한 내용까지 나와 있습니다. 이 문건은 한국은행 내 같은 '경제통계국'의 지출국민소득팀이 작성한 문건입니다.

    이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과 함께 왜 이 문건이 한은에서 반영되지 않았는지도 따로 정리해 3편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자료① BPM6 4.27조항 Branches (지사)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료② BPM6 4.29조항 Construction projects (건설공사)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료③ BPM6 10.103조항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료④ 건설사 서베이 결과(한화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료⑤ 건설사 서베이 결과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②] 통계오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36개국 기본데이터 다운로드 보기]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양효걸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상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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