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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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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입력 2019-03-11 16:08 | 수정 2019-12-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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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휴게소 음식이 제 값을 못한다는 건 휴게소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일 텐데요. 이 때문에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휴게소 음식과 관련해 여러 지적사항이 나왔고 입점매장에 대한 과다한 수수료 문제도 지적돼왔습니다. 그러자 도로공사는 지난 2017년 12월과 2018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 6천만 원을 들여 휴게소 음식 등에 대해 실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휴게소 음식값에 대한 보도는 이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참고 : <휴게시설 공익성 및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2017년 12월), <휴게소 주요 판매음식 원가 조사연구>(2018년 5월))
    [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휴게소 음식의 원가부터 살펴봤더니…

    전국의 휴게소는 모두 198곳. 입점한 매장은 3500여 개. 도로공사는 전수조사를 하기가 어려워 연매출이 80억 원 이상인 대형 휴게소 5곳, 50억 원 이상인 중형 휴게소 5곳, 50억 미만인 소형 휴게소 5곳 이렇게 15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판매음식은 식사류 13가지(면 종류 6, 한식 5, 양식 2)와 간식류 15가지(커피 4, 호두과자 4, 핫도그 등 즉석간식 7), 완제간식류 12가지(캔커피 6, 스넥 3, 생수 3) 등 모두 40가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보자면, 식사류의 평균 재료비는 32%. 그러니까 판매가가 5천 원이면 1,500원 정도가 재료비로 쓰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우동과 라면 자장면은 재료비가 평균 27.7%, 비빔밥과 찌개 등 한식은 33.9%, 돈까스는 35.7%, 제조커피는 22.9%, 호두과자는 33%, 즉석간식은 30.7%,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캔커피와 스넥, 생수는 원가가 각각 49.6%, 51.8%, 38.6%였습니다.

    휴게소 음식, 시중 음식점과 비교하면?

    원가에서 재료비가 이 정도면 적절한 걸까? 시중의 음식점 모두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아 전국에 체인을 가진 '김밥천국'과 비교해봤습니다. 자체 조리를 한다고 해도 보통 시중에서 냉동상태로 원재료를 들여와 조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비교한 결과, 휴게소 음식은 전반적으로 시중보다 재료비 비중은 낮고 가격은 높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진행한 도로공사가 내놓은 결론은 조사 결과의 방향과 달랐습니다. 도로공사는 해당 조사를 통해, 입점매장의 재료비 비중이 낮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공동구매를 통해 재료비 원가를 낮추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배보다 배꼽이 큰 '수수료'

    휴게소 음식값 원가의 30% 안팎인 재료비를 낮추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전국에 있는 휴게소 198곳의 부지는 대부분 국가 소유인데 운영방식은 제각각입니다. 휴게소는 누가 지어서 운영하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휴게소를 도로공사가 직접 지어서 운영하는 직영휴게소는 전국에 3곳뿐입니다. 휴게소를 도로공사가 짓되 운영은 개별 기업이 하면 임대휴게소가 되는데, 전국 휴게소 상당수가 임대휴게소입니다. 그리고 휴게소를 민간이 직접 짓고 운영하다가 일정기간 뒤에 국가에 반납하는 민자휴게소가 일부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음식값의 원가를 조사한 15곳은 모두 임대휴게소였는데, 이 조사 결과에는 원가 자료만 나와있어서 음식값 매출에 따른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전국의 휴게소 매장 가운데 입점매장 1천764곳의 수수료 자료를 입수해 함께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판매가의 절반이 넘는 51% 이상의 수수료를 매기는 입점매장이 10%가 넘었고 41% 이상의 수수료를 매기는 매장은 전체 45%나 됐습니다.

    호두과자 하나 팔면 상인은 얼마 벌까?

    원가자료와 15개 휴게소 입점매장(음식, 간식) 86곳의 수수료를 따져서 살펴봤더니 평균 수수료는 47.5%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재료비와 인건비를 더하면 사실상 상인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예) 호두과자 2천 원짜리를 팔 경우, 재료비와 인건비로 52%가 나가고, 도로공사 보고서 기준에 따라 수수료 43%(간식)를 계산해보면, 상인 몫은 100원, 휴게소는 600원, 도로공사는 160원을 가져갑니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휴게소 매출의 13%(2018년 기준)를 임대료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인이 손에 쥐는 돈에 비해 자리만 빌려준 휴게소는 6배, 도로공사는 2배 가까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인 겁니다. 판매가격이 올라가면 휴게소와 도로공사가 챙기는 몫은 상인보다 몇 배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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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료 47.5%는 적절한 수준?

    매출의 47.5%를 차지하는 수수료는 적절한 걸까? 임대수수료에 들어가는 항목이 휴게소와 비슷한 백화점 푸드코트와 대형마트 푸드코트와 비교해봤습니다. 업계를 취재한 결과 백화점 임대수수료는 15~20%, 대형마트는 15~17% 정도였습니다. 도로공사가 자체 보고서에서 밝힌 음식매장 수수료(음식 46%, 간식 43%)는 결국 백화점보다 3배나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로공사에 물어봤습니다. 도로공사가 내놓은 해명은 이렇습니다. "휴게소 운영은 개별 업체가 하다 보니 매장에 대한 임대수수료에 대해 도로공사가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임대수수료가 높더라도 개별 휴게소 운영업체의 수수료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 그럼 도로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휴게소의 임대수수료는 어떨까.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서창방향)의 5곳 입점매장을 직접 찾아가봤는데. 이곳의 임대수수료는 평균 46.5%. 다른 임대휴게소가 받는 수수료와 별반 차이가 없없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수수료가 높은지 물어봤더니, 도로공사는 “백화점과 달리 고속도로 휴게소는 24시간 운영되니 관리비 등이 포함돼서 그렇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밤늦은 시간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점과 간식을 파는 매장은 문을 닫는데도 말입니다.

    과도한 수수료를 휴게소 평가에 반영한다더니

    이런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도로공사는 임대 휴게소에 대한 평가 항목에 수수료 부분을 포함시켜서,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는 휴게소는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그랬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최근 3년간 계약 해지된 휴게소는 모두 10곳. 계약해지 사유는 서비스 평가 점수가 낙제점이었습니다. 즉, 휴게소에 대한 서비스 평가가 연속해서 나빴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지 수수료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겁니다. 휴게소 음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개선하겠다고 해명해놓고는 막상 휴게소 음식값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겁니다.

    왜 수수료를 건드리지 못하는 걸까? 도로공사가 지난 5년 동안 휴게소 임대와 직영을 통해 올린 수익은 8천3백억 원입니다. 막대한 이익을 쉽게 줄이거나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도로공사가 얻는 건 금전적 이익만은 아닌듯합니다. 도로공사 퇴직자들 가운데 휴게소 운영업체에 재취업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휴게소 13곳을 운영하는 업체 5개 업체에 경영진 등으로 취업한 도로공사 퇴직자는 확인된 사람만 5명이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휴게소 음식값 거품 뺀다더니…자릿세만 챙긴 도로공사
    제값 못하는 휴게소 음식

    도로공사는 휴게소 음식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휴게소 음식값의 거품을 뺄 수 있는 방법은 제시했습니다. 수수료 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있었는데, 휴게소 간 경쟁을 시키고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제3의 기구를 만들어 휴게소 30%를 운영하도록 하면 연간 377억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돈은 돈대로 들여 연구는 해놓고, 수수료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애초 조사 취지대로 휴게소 음식값의 거품을 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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