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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정두언에게도 제안? '주중대사 인선' 미스터리

[청와대M부스] 정두언에게도 제안? '주중대사 인선' 미스터리
입력 2019-03-21 16:04 | 수정 2019-12-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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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정두언에게도 제안? '주중대사 인선' 미스터리
    정두언 전 의원에게 '주중대사' 제안?

    얼마 전부터 여의도 정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가 '주중대사'를 맡을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단순한 풍설 수준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운 정보 같았습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탕평인사'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인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때 대선 경쟁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미세먼지 대응 범사회적기구'의 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과거 친박계 핵심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던 진영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아울러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후임으로 지명한 유명희 본부장의 남편은 '이부망천' 발언으로 유명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기도 합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청와대가 정두언 전 의원을 주중대사 후보로 고려할 만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 전 의원은 과거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를 함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정치적 인연이 없습니다. 정 전 의원이 중국 전문가이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부인하지 않은 정두언

    그러나 청와대를 1년 넘게 취재하면서 얻게 된 작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나의 상식으로 팩트의 조각을 밀어내지 말자'라는 것입니다. 그 조각이 아무리 미세한 것이어도 말입니다. 정 전 의원을 접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 전 의원과 잘 알고 지내는 본사 동료 기자와 함께 확인에 나섰습니다.

    뜻밖에도, 정 전 의원은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영민 실장이 찾아왔었나', '주중대사 직을 제안했나' 질문했는데, 정 전 의원은 어느 질문에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안받았는데 고사했나'라는 질문에도 가타부타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일관된 언급은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그쪽(청와대)에 취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최소한 노 실장과 관련 대화가 오간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뉘앙스로 들렸습니다.
    [청와대M부스] 정두언에게도 제안? '주중대사 인선' 미스터리
    청와대 반응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확인을 시도했습니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압도적인 가운데 '아니다'라는 답도 일부 나왔습니다. 취재원 몇 명의 워딩을 옮겨봅니다. 익명 인용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위관계자 A"모르는 이야기인데…정두언 전 의원한테 그런 제안을 했을까 싶다."
    고위관계자 B"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다. 그쪽(정 전 의원)에 다시 한 번 확인해봐라."
    인사 쪽 관계자 C"금시초문이다. 정 전 의원은 후보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민정 쪽 관계자 D"모른다. 다만, 대통령 스타일상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 같다."

    "검토 없었다" 결론…남은 의문

    며칠 뒤, 이 가운데 한 명은 기자와 만나 "알아봤는데, 아니었다"라고 다시 확인을 해줬습니다. 청와대가 주중대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정 전 의원을 공식화한 사실이 없다는 뜻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말이죠. 검증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잠정 결론이 났습니다.

    전임 주중대사였던 노영민 실장이 지난 1월 8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주중대사는 두 달 가까이 공석이었습니다. 그 사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노 실장은 자신의 후임이기도 한 주중대사 인선에 깊은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시기 여러 외교관의 이름이 관가에서 거론됐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는 실제 제안을 받았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한 프로세스 속에서 정 전 의원의 이름까지 나왔던 것인데, 지금까지 취재로 보면 해프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의문은 남습니다. 노 실장과 정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대화내용과 맥락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 실장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개별적 연락을 주고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 실장에게 실제 영입 의향이 있었으나 여러 사정이 있어 스스로 접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덕담 수준의 대화가 오간 것일 뿐인데 와전된 것인지 등은 추정의 영역으로 남게 됐습니다.
    [청와대M부스] 정두언에게도 제안? '주중대사 인선' 미스터리
    왜 장하성인가?

    결국,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종 낙점됐고, 현재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차담회에서 장 내정자의 중국 교환교수 경력, 비즈니스 스쿨 운영 경력, 저술 경력 등을 언급하며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장 내정자는 정책실장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서 '다시는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는 소회를 주위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중대사 직을 수락한 것을 보면 청와대의 삼고초려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럼에도, 장 내정자의 전문성을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 내정자가 중국어를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전임 대사도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내정자는 중국 2개 대학의 교환교수를 지냈고, 중국은 말도 잘하면 더 좋지만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대통령과 얼마나 잘 통할까가 중요시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되고, 사드(THAAD)라는 화약고도 아직 남아있는 지금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장고 끝에 낙점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는 여러 아쉬움을 남기고 퇴임한 장 내정자가 대중국 외교에서 성과를 내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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