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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임명현

[청와대M부스] 벨기에 국왕 방한 뒷얘기…문 대통령, '마음의 빚' 갚을까?

[청와대M부스] 벨기에 국왕 방한 뒷얘기…문 대통령, '마음의 빚' 갚을까?
입력 2019-03-26 10:05 | 수정 2019-12-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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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벨기에 국왕 방한 뒷얘기…문 대통령, '마음의 빚' 갚을까?
    문 대통령 "교황 예방하면 김정은 메시지 전하겠다"

    이야기는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 순방을 앞두고 있던 10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갖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이번 순방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긴장한 참모들의 표정을 보며 문 대통령은 말을 이었습니다. "지난달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제가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 번영에 관심이 많으신데, 한번 만나보시는 게 어떠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메시지를 교황님께 전하려 합니다."

    며칠 뒤 김의겸 대변인은 춘추관을 찾아 이 같은 사실을 브리핑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목격담까지 더했습니다. 평양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던 김희중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평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하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꼭 좀 전달해주십시오"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사상 처음입니다. 뉴스로서의 가치는 분명했고 전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습니다.
    [청와대M부스] 벨기에 국왕 방한 뒷얘기…문 대통령, '마음의 빚' 갚을까?
    '벨기에 국왕과의 면담이 있는데…' 딜레마

    그 무렵 순방 준비팀은 한 가지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필립' 벨기에 국왕과의 면담 일정과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당초 외교부가 준비한 순방 일정에 따르면 10월 18일 낮 12시(현지시간)에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황 예방이 예정돼 있었고, 일정이 끝나면 곧바로 ASEM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오후 5시 30분에 벨기에 국왕과 면담을 갖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황 예방'의 의미가 확대되면서, 교황 면담과 벨기에 국왕 면담 사이의 간격(term)이 너무 좁아지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입니다. "벨기에 국왕 면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려면 교황 예방이 끝나기 전에 기자단이 (로마의) 프레스센터에서 철수해야 한다. 비행기 이동 시간 등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교황 예방 결과에 대해 브리핑해야 하고 기자들이 보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였습니다. 약 1시간가량의 예방이 끝나고 핵심만 브리핑해도 오후 8시를 넘기게 됩니다. 주요 방송사들이 메인뉴스를 하고 있을 시간대입니다. 그런데 이때 교황 예방 결과를 브리핑하지 않고 벨기에로 이동하게 되면, 기자들이 벨기에에 도착해서 교황 예방 기사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한국시간으로 이미 자정이 넘어갑니다. 방송사 메인뉴스 반영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조간신문에 비중 있게 편집되기에도 어려워집니다. 이는 기자들의 문제일 뿐 아니라 청와대 정책홍보 담당자들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교황 예방 결과는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순방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M부스] 벨기에 국왕 방한 뒷얘기…문 대통령, '마음의 빚' 갚을까?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본 벨기에 국왕 내외

    청와대 '연기' 외교부 '난색'…결론은?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는 몇 차례 실무회의를 갖습니다. 청와대는 "정무적으로 벨기에 국왕 면담 일정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외교부는 의전상 이유 등을 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의 난색은 생각보다 강했지만 결국 청와대의 입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번 순방에서는 필립 국왕과의 면담일정을 잡지 않고, 대신 국왕을 내년(2019년) 3월 국빈으로 한국에 초청하기로 한 겁니다. 벨기에는 이 같은 우리의 입장을 흔쾌히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이 변경된 일정을 재가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미안함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벨기에 측에 결례를 범한 것으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후 늦게 벨기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ASEM 정상들과 함께 하는 '갈라 만찬'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필립 국왕과 헤드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이때 문 대통령은 "교황청 일정으로 인해 별도의 접견을 갖지 못해 유감이다. 내년 3월 국빈 방한 때 한국 국민들과 함께 따뜻하게 맞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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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구박물관 찾은 벨기에 국왕 내외

    다시 만난 두 정상…어떤 메시지 나올까?

    필립 국왕 부부가 어제 한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오전부터 필립 국왕과 공식환영식,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의 일정을 갖습니다. 그의 방한은 문 대통령 취임 이래 유럽 왕실 인사로서는 첫 국빈 방한이며, 벨기에 국왕으로서는 27년 만입니다. 지난해 우리 측의 사정을 흔쾌히 이해해준 그를 문 대통령은 크게 환대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환대'만으로 마음의 빚을 완전히 갚을 순 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입니다. 그럴 때 교황의 방북 움직임도 보다 가시화될 것이고, 필립 국왕은 보다 큰 보람을 느끼겠지요.

    벨기에는 EU 통합과 역내 평화정착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EU에 관심이 많습니다. 경제공동체로 시작해 다자평화안보공동체로 진화한 EU의 역사를 한반도에 적용하고 싶어합니다. 그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같은 제안을 하면서 EU의 역사에 대한 인용을 빼놓지 않습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도 EU처럼 안 될 것이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오늘부터 1박 2일간 이어질 필립 국왕과의 만남이 하노이 이후 복잡해진 문 대통령의 '촉진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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