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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입력 2019-04-03 11:08 | 수정 2019-12-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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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가격은 정확하게 · 과세는 공정하게"

    정부가 지난 1월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며 내세운 목표입니다. 이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렵고 복잡한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설명부터 해보겠습니다. 먼저 공시가격인데요. 재산세나 종부세 등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세금을 매길 때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게 시세가 아닌 공시가격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세는 많이 올랐는데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그러지 못했으니 제대로 시세를 반영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공시가격을 매기는 부동산은 유형별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독주택 그리고 땅으로 나뉩니다.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그만큼 정확하게 산정되어야 하다 보니 조사를 한 뒤 이를 검증하고 정부가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땅값인 공시지가는 매년 1월 전국의 1천여 명의 감정평가사가 표본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를 조사한 뒤 정부가 발표합니다.
    [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단독주택은 전국적으로 396만 호에 이르는데다 유형별, 위치별 제각각 이라서 정부가 전수조사하는 대신 22만 호의 표준주택을 따로 선정해 한국 감정원의 조사를 거쳐 1월에 발표하면, 지자체가 이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주변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계산해 감정원의 검증을 통해 매년 4월 30일쯤 최종 확정합니다. 아파트는 세대수가 많지만 면적에 따라 한 곳을 정하고 층수, 조망 등을 고려해 적용하다 보니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전국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비해 이를 기준으로 지자체가 정한 주변의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15일부터 서울의 주요 자치구에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정한 표준단독주택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7% 이상 낮았던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낮췄나?

    정부는 지난 1일 저녁에 보도자료를 통해,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 및 검증 관련해서 지자체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고,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검증한 한국감정원에는 검증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지자체가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세금폭탄이라는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우려 등 민원 때문에 공시가격을 일부러 낮게 계산한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셈입니다.

    실제 표준단독주택에 비해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이 7% 이상 낮은 용산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정부가 정한 한 표준단독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 1천5백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1억으로 26% 정도 올랐습니다. 그만큼 세금부담이 커진 셈이죠. 그런데 바로 맞은편 단독주택은 지난해 6억 9천7백만 원이었던 공시가격이 올해는 7억 5천6백만 원으로 8% 상승에 그쳤습니다. 표준주택이 바로 옆집인데 옆집만큼 오르지 않아 이웃집 사이 공시가격 상승이 3배 넘게 차이가 난 셈입니다. 당장 본인이 정하지도 않은 표준단독주택 주인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옆집보다 3배 넘게 세금 부담이 커진 셈입니다.
    [뉴스인사이트]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누가 키웠나?
    바로 조세형평성에 어긋나는 셈이죠. 그럼 지자체는 왜 그렇게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낮게 잡았을까?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26% 오른 표준주택 근처에 또 다른 표준주택을 살펴봤습니다. 작년 2억 8천7백만 원이었던 공시가격이 올해는 3억 1천5백만 원으로 9% 상승했습니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표준단독주택을 기준으로 하지만, 어떤 표준단독주택을 기준으로 삼을지는 지자체가 정합니다. 즉, 많이 오른 곳을 기준으로 삼을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기준으로 삼을지는 지자체 선택인 셈입니다.

    지자체는 의도적으로 상승률이 낮은 곳을 기준으로 삼은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표준단독주택 표본에서 고가주택이 많고, 중저가 주택은 적다 보니 벌어진 거라는 설명인데,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하소연은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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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책임은?

    그런데 형평성 논란이 과연 지자체만의 문제일까요?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건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담당합니다. 그래서 지자체가 계산한 걸 제대로 했는지 문제가 없다고 판명되야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는데, 지자체 입장에서는 그동안 문제없다고 정부가 결정해 열람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지자체가 잘못했다며 시정하라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냐는 겁니다. 실제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정요구 공문도 국토부로부터 안 왔고, 시정을 한다는 건 뭔가 잘못한 게 있어야 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국토부가 말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대한 감사도 문제입니다. 국토부는 이미 지자체가 산정하고 검증까지 끝낸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보고받았습니다. 열람을 허용했다는 게 문제없다는 뜻이기 때문인데요. 감정평가사나 전문가들은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격차가 커진 걸 이미 국토부가 알고 있는데도 언론에서 잇따라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자 뒤늦게 감사에 착수한 게 국민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셀프 감사라는 겁니다. 만약 국토부가 몰랐다면 직무유기라는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더욱이 감정원이 국토부 지시대로 검증했는데, 잇따른 문제제기에 국토부가 감정원을 감사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오히려 국토부가 감사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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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혼란…시민들은 불편

    당장 국토부의 시정요구에 따라 지자체는 조만간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표준주택에 비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됐으니 당연히 시정요구는 이를 올리라는 뜻일 텐데요. 결국, 재산정 과정에서 혼란과 잡음은 커지고 이로 인한 공시가격의 신뢰성은 물론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만 가중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이 불투명한 표준단독주택 선정과 공시가격 결정에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즉, 정부가 고가주택은 높게 중저가주택은 상대적으로 낮게 이른바 핀셋 인상을 하면서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려던 것 자체가 너무 큰 욕심이라는 겁니다.

    또한, 표준단독주택 선정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며 공시가격을 올리는 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올리는지 그 과정을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이번 달 30일에는 아파트는 물론 땅, 단독주택 모두에 대해 최종 공시가격이 확정됩니다. 정부는 지자체에 이번 달 30일 안에 시정을 끝마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가격은 정확하게 과세는 공정하게 한다는 국토부의 다짐이 구호에만 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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