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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뉴스인사이트]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입력 2019-04-04 10:42 | 수정 2019-12-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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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대구에 살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할머니의 정보와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9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지난 2016년 피해자 등록을 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는 피해자'라고도 밝히지 못한 채 살아오셨을 그 긴 세월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 남은 할머니는 21명뿐이고 평균 연령은 91살입니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에서도 이제는 할머니들을 뵐 수 없습니다. 경기도 '나눔의 집'에는 할머니 여섯 분이 지내고 계시는데, '화해·치유 재단' 해산 등의 문제로 최근 몇 차례 취재를 갔던 저희 팀 박진주 기자는 갈 때마다 할머니들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며 걱정을 안고 돌아옵니다. 기력뿐 아니라 기억력도 떨어지셔서 인터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떠나셔도 수요 집회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 [뉴스데스크] '위안부 피해자' 없는 수요집회…시간이 없다 (박진주 기자)
    최근 위안부 관련 토론회에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곧 몇 년 안에 포스트 피해자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위안부를 부정하는 자료를 조직적으로 수집하고 대응해온 데 비해 한국 정부는 사실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실제 일본 외무성은 최근 앞으로의 역사 전쟁에 대비해 사료전문가 직을 신설해 선발 공고를 낼 정도로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점도, 로드맵도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이 토론회에서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로드맵이 과연 정부에 존재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 연구관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서 분석 수준은 대단히 높다. 문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다 끝내놨는데도 사료전문가를 새로 채용해서 분석하겠다는 거다. 반면 한국은 열성과 분노는 강한데 문서 분석은 별로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추정하는 위안부 관련 자료는 8만 2천여 건에 달합니다. 얼핏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잡지, 신문 등에 실린 할머니들의 증언, 영화, 방송 프로그램, 유품 등 민간 차원에서 수집한 파편적인 자료들이 그 정도 된다는 겁니다. 그것도 이제야 목록을 만들어 정리해 볼까 하는 수준입니다. 28년 전인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내가 바로 위안부였다"고 나서기 전에는 물론, 그 이후로도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조사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뉴스데스크] 때로는 '외면' 때로는 '졸속'…정부는 과연? (임영서 기자)
    지난해 8월에서야 정부 차원의 첫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가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 산하 성폭력방지본부 산하 위탁사업' 형식의 연구소라는 초라한 위상, 그렇다 보니 독립성과 조사 권한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초대 소장이 사퇴하는 등 파행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독립성과 법적 근거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결성된 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미국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자료들을 새로 발굴해 왔습니다. 이 성과를 두고 여성가족부가 공모한 위안부 국외자료 조사사업에 공모했지만 탈락했습니다. 정진성 교수 등이 '2015 한일 합의'에 반대해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기록을 모으고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연구소 설립 근거를 담은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2년째 잠자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할머니 없는 수요집회…계속될 수 있을까?
    이제 '분노'가 아니라 '기록'을 앞세워야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그리스에서는 대규모 양민 학살이 자행됐고, 산업 시설과 도로 절반 이상이 파괴됐습니다. 그리스는 당시 입은 피해가 400조 원이 넘는다며, 지금도 372억 원을 배상하라고 독일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배상금을 다 줬다고 주장하는데 그리스는 '무슨 소리냐'며 그 근거로 4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들이밀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뿐 아니라 징용의 최대 피해국인데 왜 일본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걸까요? 일제가 조선에서 자행했던 인적, 물적 자원 수탈은 분노로 이야기할 부분이 아닙니다. 우리도 근거, 즉 기록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할머니들의 증언과 분노에 기댈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처럼 민간 영역의 일부 뜻있는 개인 연구자들 또는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또, 생존자 중심의 조사를 넘어 가족이나 목격자, 지역사회에서 기억하고 있는 피해 조사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러려면 재원과 연구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그건 국가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입니다.

    ▶ [뉴스데스크] 하나 둘 떠나시는데…기록도 자료도 없다 (문소현 기자)
    그동안 정부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이 위안부 문제를 '진실 규명이 필요한 과거사'가 아니라 외교적 문제 혹은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 문제로만 여겨왔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오늘 위안부 연구는 여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정부의 결단,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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