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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입력 2019-04-10 17:26 | 수정 2019-12-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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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정부와 여당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올해 2학기 고3 학생부터 시작해 내년엔 2,3학년, 내후년엔 전 학년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에는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무상교육이 완성됩니다.

    교육계는 대체로 만시지탄이지만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여러 매체가 "가난한 교육청이 절반 부담", "2025년부터 재원 확보 무대책", "제2의 누리과정 사태 우려" 등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MBC 보도 역시 "5년이란 한시적 조항을 단 '증액교부금' 방식의 재원 마련" 등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이 나가자 교육부에서는 늦은 밤 10시쯤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일회성 정책이 아니며, 향후 재원에 관한 연구와 협의를 거쳐 지속적 시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박이나 해명이라기보단, 동어반복을 통해 시행 의지를 강조한 걸로 보입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내후년부터…초중고 12년 '학비 없이' 다닌다
    1년 빨리 포문…교육부의 자신감 왜?

    고교 무상교육 전격 발표에서 당·정이 강조한 부분은 "시·도 교육청의 협조"입니다. 시·도 교육청은 올해 고3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교육 재원은 100%, 내년 이후부터는 47.5%, 거의 절반 가까이 부담하게 됩니다. 전면 시행 시 드는 1조 9천여억 원의 절반이니 적은 돈은 아닙니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할 교육청에 '떠넘긴다'는 비판과 우려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당초 계획보다도 1년 빨리 고교 무상교육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무슨 자신감일까' 궁금했습니다. 교육부의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사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처음 나온 내용은 아닙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도 고교 무상교육이 공약으로 제시됐고, 실제로 당시 교육부는 2013년 3월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해 2017년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업무보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단순히 '의지' 차이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각 시도 교육청의 살림살이였습니다. 전체 시·도 교육비특별회계를 보면 각 시도 교육청이 과거엔 얼마나 재정이 열악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하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우게 되는데, 2012년엔 339억 원이던 지방교육채가 2013년 9,500억 원, 2014년 3조 8천억 원, 2015년엔 6조 1천억 원까지 증가합니다. 한마디로 이때 시도교육청들은 빚더미에 앉아있었다는 겁니다. 고교 무상교육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들어 지방교육채 발행액이 3조 원으로 줄고, 2017년에는 1조 1천억 원까지 떨어집니다. 2017년 들어서야 지방 교육비에 비로소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도 교육청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진 걸 교육부가 간파한 거죠. '2조 반반 부담'에 대해 '시도교육청의 협조를 이끌어냈다'고 교육부가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해석됩니다.
    [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떠넘기기' 불러온 '5년 시한'
    그럼에도, 교육계가 이번 '고교 무상교육'을 반기면서도 우려하는건 재원 부담 방식으로 '증액교부금'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5년간'이라는 단서조항까지 달았습니다.

    교부금에는 보통교부금·특별교부금·증액교부금이 있는데, 증액교부금은 대체로 일시적인 사업을 벌일 때 활용합니다. 매년 기재부에 요청해 국가예산의 일부를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줄어들 소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계는 '무상 교육'을 '보통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내국세(관세를 제외한 세금)의 일정 %를 완전히 할애해 매년 왈가왈부할 것 없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고교 학비는 학생 수에 따라 매년 지출되는 것이 확실한데, 굳이 매년 예산을 따내서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죠.

    게다가 '5년간'이라니… 만약 5년 뒤 세수가 줄어 다시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어쩔 것이냐는, '제2의 누리과정 사태'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확실한 해답을 갖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번 중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단 전 학년에 적용해 필요한 예산을 따져 본 뒤 5년이 지나기 전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중학교 무상교육 적용 시에도 3년간 지켜본 뒤 제대로 현장에 적용했다"는 사례도 들었습니다.

    세수 감소 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수한 보고서에 명확히 나와있지 않지만, 결국 어떤 교부금으로 해결하느냐가 5년 뒤, 이르면 4년 뒤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만약 세수가 줄어들고 기재부-교육부-시·도교육청 사이 재원 조달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가면, 그때는 "지난 정부의 떠넘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인사이트] 고교 무상교육 재원, '사상누각' 안 되려면?
    덧) '기업-사교육 퍼주기' 논란에 대해

    어제 MBC 보도에서는 이런 고교 무상교육이 결국 '근로자의 학비를 지원해 주는 중견 이상 기업' 등에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습니다.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한해 고교생 자녀 학비로 4천억 원을 쓴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해당 금액과 수혜 학생 수 파악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마다 지원 방식이 달라 정확한 집계가 힘들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부모의 직업 기입을 금지한 뒤 관련 통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은 물론 기업의 '학비 납입'을 면제함에 따라 기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해뒀습니다. 소비와 저축, 투자가 증가해 9조 원에서 12조 원 정도의 생산유발 효과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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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고교 무상교육으로 인해 인적자본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이에 따라 국민 총소득(GNI)이 늘어나 '개인이 내는 소득세'로 연간 784억 원이 다시 국고로 돌아올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기업에 영향을 미친 금전적 혜택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죠.

    종합하면 '고교 무상교육'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한시적으로 보이는 '재원 마련 방안'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앞으로 '장밋빛 미래'에만 기대기보다 최악의 상황도 상정한 계획도 마련해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5년 뒤 '떠넘기기'라는 오명을 받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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