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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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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암보다 무서운 치매…"보험 이렇게 가입하세요"

[뉴스인사이트] 암보다 무서운 치매…"보험 이렇게 가입하세요"
입력 2019-04-11 09:56 | 수정 2019-1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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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암보다 무서운 치매…"보험 이렇게 가입하세요"
    "암보다 치매가 무서워"

    부모님이 습관처럼 하시는 말씀입니다.

    치매에 걸려 사리 분별도 안 되고, 자식조차 못 알아보고, 병원비에 간병에 온 가족에게 얼마나 짐이 될까 걱정되시겠죠.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시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요즘 '핫'한 게 치매보험입니다.

    보험료 10만 원에 1천만 원, 2천만 원…

    월 7~10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치매 초기 진단받을 때부터 진단비 몇백만 원, 치매가 더 진행되면 또 몇천만 원, 간병비까지 매월 돈 백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적어도 돈 걱정은 덜겠구나 싶어서 혹하게 되죠.

    가입 나이가 어릴수록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많이 든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보험사들이 판매한 치매보험만 747만 건.

    국내 치매 환자가 70만 명이니까 환자 수의 10배도 넘는 사람들이 치매 보험에 가입한 겁니다. (출처 : 국회 정무위원회 전재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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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좋기만 할까?

    올해 62세 저희 어머니 치매보험을 들고 싶다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월 보험료 8만 3천 원에 경도치매 보험금 3백만 원, 중등도 치매 1천만 원, 중증치매 2천만 원, 생활자금 월 1백만 원 이렇게 준다고 합니다.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여기까지는 잘 설명합니다.

    다달이 얼마 내는지, 치매 걸리면 얼마 주는지, 고객들이 이걸 가장 궁금해하고 또 설명도 단순 명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물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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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관에 나와있는데 못 보셨어요?"…훗날 보험설계사와 이런 불편한 대화 안 하려면

    1. "진단비 지급 기준이 무엇인지?"

    쉽게 말해 어떻게 해야 돈 주냐는 겁니다.

    사실 얼마 주느냐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보장금액이 많아도 지급 조건이 맞아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물어보면 보험사가 'CDR척도'를 얘기할 겁니다.

    치매를 진단하는 척도인데 병원 가시면 의사선생님이 생일이 언제인지, 세수나 양치는 혼자 하는지 등등 물어보고 진단을 내려줍니다.

    CDR 1이면 경증치매, 2면 중등도 치매, 3 이상이면 중증 치매.

    보험사들이 얘기하는 '경증 치매 진단만 받아도 5백만 원 준다'에서 경증치매는 CDR 1을 받았을 때를 얘기하는데요.

    보험사에 따라서는 약관에 조건을 더 붙여놓은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의 진단과 함께 MRI CT 등 뇌 영상 사진을 기초로 한다.> 이런 문구가 있으면 "CDR 1 경증치매입니다"라는 의사 진단에다 MRI나 CT 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 사진까지 첨부해야 진단비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초기 치매의 경우 사람에 따라 뇌 영상 사진에서는 증상이 안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의사한테 치매 진단을 받아도, 보험사 약관에 저런 문구가 있으면 돈을 못 받게 되는 거죠.

    "의사한테 CDR 진단만 받으면 돈 주는 거냐, 약관에 다른 조건은 없냐" 확인해야 합니다.
    [뉴스인사이트] 암보다 무서운 치매…"보험 이렇게 가입하세요"
    2. "경증치매부터 주냐, 중증치매부터 주냐?"

    요즘 보험사들은 '경증치매부터 보장해준다' 많이들 홍보하는데, 간혹 중증치매만 보장하는 상품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경증치매' '중증치매'는 앞서 설명드린 CDR 척도에 따르는데요.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치매환자'는 경층 치매가 훨씬 많습니다.

    '중증치매'라고 하면 거동이 어려워 거의 누워 계시고, 기억도 거의 없는 상태의 치매인데 사실 보험이 필요한 건 그보다 훨씬 전, 치매가 시작되면서부터겠죠.

    그래서 가입할 때 경증치매부터 보장해주는지, 중증치매만 보장해주는지 '보장 범위'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가입할 땐 다 줄것처럼…'깨알' 약관에 함정 있다
    3. "몇 살까지 보장해주나?"

    치매는 80세 전후로 발병률이 매우 높은 병입니다.

    65세 이상 치매환자 중 80세 이상이 60%입니다.

    80세 만기 치매보험 들었다가 81살에 치매 걸리면 아까운 보험료만 날아갑니다.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90세, 95세, 100세… 몇 살까지 보장되는지 확인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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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치매보장개시일' 언제인지?"

    특히 나이가 많은 가입자의 경우 언제부터 돈 받을 수 있냐도 중요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험 가입하고 6개월 뒤 치매 진단을 받았다, 보험금 받아야지?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설명서 어딘가에 <'치매 보장개시일'은 계약일로부터 그날을 포함하여 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입니다.> 이런 문구가 있을 겁니다.

    보험사에 따라 1년일 수도, 2년일 수도 있습니다. 가입하고 해당 기간이 지나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덧붙여 가입할 때 가입자의 신체 상태를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복용하는 약은 있는지, 진단받았던 질병이 있는지 만약 가입할 때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면 보험도 무효가 되고, 납입한 보험료도 못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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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미리 대리청구인 지정할게요"

    보험에 '지정대리 청구인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나 대신 보험금 청구할 사람을 정해놓는 건데요.

    치매보험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치매 걱정에 보험 가입해놓고 정작 치매에 걸리면 내가 보험에 들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거든요.

    가입자 본인이 보험금 청구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배우자나 자녀, 3촌 이내 친척을 대리 청구인으로 지정해놓을 수 있는데 가입할 때 아예 미리 지정해놓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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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무해지·저해지 상품인가요?"

    보험설계사가 안내하는 상품에 '무해지'가 붙어 있는지 살펴보세요.

    아마 많이들 붙어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해지하면 뭐 없다는 겁니다.

    중간에 보험 해약하면 그동안 낸 거 한 푼도 못 받는 상품입니다. 저해지는 아주 조금 받는 거구요.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 20년 길 경우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무해지 보험은 이 보험 끝까지 가져가겠다, 중간에 '절대' 깨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 좋은 상품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암보다 무서운 치매…"보험 이렇게 가입하세요"
    7. "갱신형 vs 비갱신형?"

    갱신형 보험은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가 바뀌는 건데 비갱신형에 비해 가입할 때는 보험료가 쌉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계단식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갱신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8. "목돈 마련 상품 아닙니다"

    치매보험은 '보장성 보험'입니다.

    사망이나 입원 같은 무슨 사건사고가 있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이란 뜻이죠.

    목돈 마련이나 노후 대비랑은 상관없습니다.

    "은퇴 이후에 연금처럼…"
    "목돈 마련하신다 생각하고…"
    "은행보다 이율 높아…"

    설계사가 이런 얘기를 하면 더 듣지 말고 돌아 나오셔도 됩니다.

    "기자가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라고 반박하는 보험설계사가 혹시 있다면, 금감원 홈페이지에 '치매보험' 검색하시면 똑같은 경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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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사의 '말' 아닌 '약관'을 믿어야

    금감원이나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가운데 많은 분들이 "설계사 말만 믿었다가…"로 사연을 시작합니다.

    글씨가 너무 작고, 많고, 어려워도 내가 가입한 보험 약관은 꼭 살펴보고 (가입한 이후 책자로 배송되지만 가입 전에도 홈페이지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설계사한테 자꾸 물어야 합니다.

    설계사가 알아서 잘하겠지, 귀찮다, 해서 "네"라고 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입자 본인이 그렇게 대답한 이상, 보험사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내 돈 나가는 거고, 손해 본다고 누가 책임져주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게 상책일까,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치매보험은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느라 장기적으로 보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도 일단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보장을 상당히 '빵빵' 하게 구성한 보험입니다.

    잠깐의 귀찮음을 이겨내고 잘 따져서 똑똑하게 가입하면 암 보다 무섭다는 치매, 그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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