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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입력 2019-04-18 17:03 | 수정 2019-12-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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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어린이들의 목숨이 정치보다 우선이다" 지난 4월 초, 세계식량계획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이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입니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곡물 생산량 140만 톤 부족. 북한 전체 인구의 40%인 1,030만 명 영양 부족. 어린이 5명 중 1명은 만성 영양부족으로 발육 저하. 임산부도 영양부족 심각해 모성 사망률 한국의 8배."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북한의 현재 상황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올여름이 더 문제"

    세계식량계획, WFP는 서울과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사무소를 통해 평양 사무소에 이메일을 보내봤습니다. 올해 5월까지 북한 전역에 대해 식량 상황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6월부터 9월까지가 북한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라고 답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북한은 가을에 추수한 곡물로 한 해를 버티는 구조라고 합니다. 초여름부터 가을 작물이 수확될 때까지를 '단경기'라고 하는데, 그 시기엔 특별히 수확되는 곡물이 없다는 겁니다. 즉, 올여름 식량 사정이 지금보다도 더 안 좋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자존심 강한 북한이 지난 2월 유엔에 식량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에 보낸 공문에서 노동자 가정에 대한 배급량을 지난 1월부터 1인당 550그램에서 300그램으로 줄였다고 공개했습니다. 비슬리 세계식량기구 사무총장은 공화당 정치인이며 트럼프 지지자인데, 그런 그도 앞장서서 식량 지원을 강조하며,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만났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겁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대북 제재에 막힌 인도적 지원…'현실 따로 원칙 따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논의 중이입니다. 솔직히 그건 괜찮다고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의 대북 제재도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치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아님을 재차 확인한다" 지난 2017년 12월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 25항입니다. 해당 결의안뿐 아니라 기존의 모든 대북 제재가 그러하다 돼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유엔 보고서 "제재 유연한 적용 필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엔 전문가 패널이 있습니다. 매년 대북 제재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정리해 보고서를 냅니다. 그런데 올해 3월 보고서엔 대북 제재 위반 사례뿐 아니라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미친 부정적 영향들이 자세하게 실렸습니다. 지난해 보고서는 이런 부작용 부분이 반 페이지였는데, 올해는 13쪽이었습니다.

    “분만 지원 물자의 반입 승인이 나지 않아 북한 내 산모 2만 2천여 명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했다.”, “의료용 엑스레이는 제재 대상이 아닌데, 내부에 포함된 부품이 제재에 해당돼 제재 면제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

    전문가 패널은 인도적 사업에 대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유엔 스스로도 대북제재가 너무 촘촘해 문제가 있다고 본 겁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北 식량난 심각…인구 절반 가까이 '영양실조'
    "너무 포괄적…제재 면제는 하늘의 별따기"

    국내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북 제재 품목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말합니다. 유엔 제재에 따르면 '모든 산업용 기계류와 운송수단, 철강 및 기타 금속류'는 북한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주사기를 보내려 해도 주사기 바늘이 금속이라 안 되고, 비닐하우스를 지으려 해도 비닐은 되지만, 철제 프레임은 못 보내고, 농약 분무기며, 호미고 삽이고, 금속이 포함돼 다 제재에 걸린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 제재 면제를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제재 면제는 1년에 2번만 신청할 수 있고, 승인을 받는데 보통 4-5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이란 것이 긴급 지원의 성격이 강한데, 제재 면제를 받다 지원 시기를 놓칠 수 있는 겁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대북제재에 인도적 지원도 막혀…어린이들 어쩌나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제재 면제 승인을 받으려면 거래 업체의 정보나 지원 물품의 구성 등을 세세하게 적어내야 하는데, 거래 업체들이 이런 정보를 사전에 내놓기 꺼려 한다는 겁니다. 온실용 파이프를 예로 들면, 제재 면제를 신청하기 위해 파이프의 화학식까지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업체 입장에선 ‘영업비밀’일 수 있는 겁니다.

    또,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구매처나 물품 수량 등 조금의 변동만 생기면 승인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승인이 될지 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계약도 하기 전 거래 업체들을 설득해 세세한 기업 정보를 받아내야 하고, 중간에 일체의 변동도 없어야 하고. 지원 단체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미국의 제3자 제재…식량 직접 지원도 막혔다"

    그래서 대부분의 단체들은 밀가루나 분유, 콩기름 등 제재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 단순 식량류를 중국에서 구입해 북한에 보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식량을 구입하려면 중국으로 돈을 보내야 하는데, 송금이 안 됩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 때문에 은행들이 송금을 꺼립니다. 국내 은행이나 중국 은행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의 예외이지만, 혹시 모를 리스크가 너무 큰 겁니다.

    그럼 핸드 캐리, 즉 돈을 직접 들고나가야 하는데, 한 사람이 들고 갈 수 있는 외화는 만 달러뿐입니다. 대규모 거래는 할 수 없습니다. 물품을 파는 업체들도 북한과 관련된 거래 내역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합니다. 혹여 나중에 미국으로부터 금융 거래 제한 등의 피해를 당할까 두려운 겁니다.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농업 장비나 자재, 생산기계 등은 대북 제재에 꽉 막혀 있고,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식량류는 송금이나 물품 구매가 어려워 진행되기 쉽지 않은 겁니다.

    지원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에 한해 대북 제재의 포괄적 면제를 해줄 것을 주장합니다. 유엔에 관련 서한도 보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강화하겠단 입장이니,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런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제재에 막힌 인도주의
    다시 "어린이 목숨이 정치보다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800만 달러를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기로 의결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미국 눈치만 보다 집행이 무산됐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라는 오랜 원칙은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 속에 이미 훼손됐습니다.

    유엔이 올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모으기로 한 기금 목표액은 1억 2천만 달러지만, 올 3월까지 걷힌 돈은 0.5%인 6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스위스가 최근 100만 달러를 내놨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 눈치만 보고 있는 겁니다.

    대북 강경파인 자유한국당 안에서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자처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적인 지원 활동은 정치 행위에 의해서 제한받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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