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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임명현

[청와대M부스] 문 대통령, 노동절 메시지 초안을 받아보고 한 문장을 추가했다

[청와대M부스] 문 대통령, 노동절 메시지 초안을 받아보고 한 문장을 추가했다
입력 2019-05-02 09:47 | 수정 2019-12-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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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문 대통령, 노동절 메시지 초안을 받아보고 한 문장을 추가했다
    노동절 메시지, 두 문장이 눈에 띄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129주년 노동절을 맞아 메시지를 냈습니다. '노동 존중 사회'라는 국정기조의 강조,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겠다. 노동은 숭고하다'가 주된 기류입니다. 문 대통령이 그간 밝혀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선 ①[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로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입니다. 노동계를 사회적 약자가 아닌 주류로 규정한 부분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은 더욱 그랬습니다.

    ②[과거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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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의 129주년 노동절 메시지

    문 대통령이 직접 쓴 문장

    ②는 해부해볼 만한 문장입니다. 앞부분을 보면 '과거 = 기울어진 세상 = 투쟁'이라는 도식이 성립합니다. 과거는 노동계에게 불리한 사회였다는 것입니다.

    노동계는 사회적 약자였고, 그래서 그들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뒷부분을 보면 '앞으로의 세상 = 상생'이라는 도식이 뒤따릅니다. ①에서 보였던 '노동계 = 주류'라는 인식과 만나는 대목입니다.

    확인 결과, 문장① 까지는 참모들이 작성한 초안에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문장②는 초안에 없었던 내용입니다. 문 대통령이 연필로 직접 쓴 문장입니다. 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죠.

    문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방점은 '투쟁'이라는 표현에 담겨있습니다. 즉 노동계를 향해 '투쟁이라는 패러다임을 이제 내려놓으라'고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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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차 본위원회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

    투쟁과 상생은 양립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지금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느끼는 노동계는 '상생을 위해서라도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올해 메시지에서 투쟁과 상생을 대립항목으로 놓았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초안 작성에 관여한 참모들도 이 점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참모 된 입장에서 '투쟁'이라는 단어를 초안에 넣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동계, 이제 투쟁 그만 합시다"의 의미로 전달될 수 있는 문장을, 아무리 핵심 참모라 해도 대통령의 생각을 100%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①까지만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②를 직접 더했습니다.

    인식 변화 이유는?

    작년 메시지를 보면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에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경사노위 구성원을 청년, 여성,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으로 다양화해 대표성을 높인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년간 경사노위의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의 참여를 기다리다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민주노총 없이 탄력근로제 개편 등을 합의했지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의 불참으로 최종 의결이 무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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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사노위 의결 무산에 유감을 밝히는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

    당시 청와대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말에 담긴 문 대통령의 실망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경사노위가 합의했던 탄력근로제 개편(최장 6개월 연장), 한국형 실업부조(저소득층 구직자에 대해 최대 6개월간 월 50만 원 수당 지급) 정도도 '제도화' 할 수 없다면, 이것은 노동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전한 평행선…접점 찾을까?

    민주노총은 어제 오후 약 2만 7천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 원, 재벌독점체제 개혁, 탄력근로제 개악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 개악을 막기 위해 단결 투쟁을 보여주자"고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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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19 세계 노동절 대회

    여전히 청와대와 노동계는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입니다. 이전 정권에 비해선 평행선, 윗선과 아랫선의 거리를 좁혔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당장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노동계가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방식으로 말을 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이 추가한 문장이, 노정관계 변동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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