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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임명현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입력 2019-05-27 13:51 | 수정 2019-12-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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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핫라인'이란?

    작년 3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귀국 직후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통신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4월 20일 대통령 집무실에 직통전화가 놓였습니다.

    그날 송인배 당시 1부속비서관과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가 4분 19초 동안 시험통화를 했습니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춘추관을 찾아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윤 실장이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핫라인이 실제로 가동됐다는 소식은 1년이 넘도록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3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시험통화 이후 핫라인을 가동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작년 4월 20일 '핫라인'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송인배 청와대1부속실장

    두 가지 가설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합의한 사항이고, 이후 실제 설치돼 남북 당국자 간 시험통화까지 이뤄진,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핫라인이 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두 가지 가설이 제기됩니다. 1) 실제로는 가동됐는데,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 실제로 가동된 적이 없다.

    저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은 한동안 1번의 가설을 유력하게 봤습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사실은 핫라인 썼는데 말 않고 있는 거죠?"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속 시원하게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그렇구나' 하고 느낄 만한 뉘앙스의 반응도 감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핫라인'이 생소한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면 정말 언제든 받느냐" 하고 물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전에 서로 실무자끼리 약속을 걸고 주고받는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정보는 청와대 관계자가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과정에서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국가안보실 등 담당 부처에서는 적지 않게 당황해 했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에 당혹해 했던 것인지, 북측의 어떤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건 당시 기자들 대다수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도 일종의 에피소드 차원에서 받아들인 이 정보가, 당국에 있어서는 '민감한' 정보였다는 것입니다.

    북한, 핫라인에 문화적 거부감?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고 그것이 외부로 공표되는 프로세스에 대해 '문화적인' 거부감이 크다고 합니다. 정부는 핫라인 설치 이후 몇 차례 정상 간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북측의 거부감에 막혔다는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통화를 하느니 차라리 만나고 만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 평양에서 예고 없이 판문점까지 내려오지 않았나. 의전과 관계없이 중국에도 몇 차례를 갔다."

    도감청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핫라인에는 도감청 방지 장치가 완벽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선 세계 최고인 미국의 정보력 수준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기에, 핫라인 이용을 결심하기가 더욱 저어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한미정상 통화 내용이 유출되는 소동 등을 보면서, 북한으로선 더더욱 핫라인이라는 건 이용할 게 아니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와대M부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왜 울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핫라인은 언제?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상황이 어려운 분위기에서는 핫라인 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남북이 완전한 해빙기에 접어든 뒤에는 이용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아직 울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핫라인은 남북관계의 어떤 '진도'를 볼 수 있는 지표로서의 의미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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