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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입력 2019-05-28 15:00 | 수정 2019-1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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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김외숙 법제처장

    대통령과 법제처장의 논쟁

    이야기는 작년 6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 국무회의에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외숙 법제처장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외모에 흉터가 생겼을 경우,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흉터라 해도 여성의 보험금액과 부상등급을 남성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현행법령에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외숙 처장은 이 같은 규정이 차별적이라며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보상을 받도록 정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외모'라는 것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는 암묵적 메시지가 깔려있는 법령이라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묻습니다. "취지는 잘 알겠는데, 이런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무릎에 큰 상처가 있다고 하면 남성은 바지를 입지만 여성은 스커트도 입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게 더 많은 건 아닙니까?"

    이에 김 처장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전에 대통령님께서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로 계실 때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며 과거의 사건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2017년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두 사람의 인연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하면서 반박성 질문을 했지만 법제처장은 물러서지 않았고, 관련 문답이 2-3개 정도 더 오갔다고 합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제가 말씀드린 측면까지 감안해서 (정비 방향으로) 검토를 해달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김외숙 처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노동자들에 대한 법률상담을 하며 노동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포항 개업을 추진했지만, 당시만 해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변호사가 거의 없을 때라 개업 대신 당시 법무법인 <부산>에 있던 문재인 변호사에게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청와대는 현 정부 초대 법제처장으로 김외숙 변호사를 임명하면서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해온 노동, 인권 전문 변호사"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조현옥 인사수석

    법제처장, '인사' 구원투수로

    이런 김외숙 법제처장이 오늘 청와대 신임 인사수석으로 임명됐습니다. 지난달 초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야당과 여론 일각으로부터 '책임론'을 더욱 거세게 요구받아온 조현옥 인사수석이 교체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브리핑을 조 수석이 직접 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경질성'이 아니라는 점을 청와대가 분명히 한 거죠. 조 수석이 인사검증의 현실적 어려움은 겪었지만 나름대로 임기 초반 2년을 지탱해왔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비판 여론이 들끓을 때를 지나 오늘이라는 시점을 고른 것 자체도 하나의 메시지겠지요.

    다만, 청와대 설명대로 '자연스런 교체'라 하더라도 조 수석이 검증의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그럼에도 국무회의장에서 반(半)공개적인 토론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깐깐한' 김외숙 처장이 보다 엄격한 잣대를 갖고 검증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마침 청와대는 인사브리핑에서 "법제처장으로서 차별적 법령 개선에 앞장섰다"는 대목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아마, 그날의 논쟁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M부스] 대통령과 논쟁하던 법제처장, '인사검증' 구원투수로
    민정수석은?

    이 사진을 기억하시는지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신임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입니다. 사진 속 인물들 가운데 임종석 비서실장, 권혁기 춘추관장, 송인배 1부속비서관은 올해 초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조현옥 수석이 오늘 교체되면서 이제 조국 민정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 둘만 남게 됐습니다.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업무 특성상 이정도 비서관은 오래 재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심은 조국 수석에게 쏠립니다. 마침 조 수석은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으로부터 부실검증의 책임을 지라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조-조라인'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조 수석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경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업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안팎에선 수사권 조정 등 개혁업무가 성과를 내면 조 수석도 자연스럽게 거취를 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 성과의 지표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가 변수가 되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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