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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과도한 정치색? 올드하다?…30살 전교조의 과제와 목표

[뉴스인사이트] 과도한 정치색? 올드하다?…30살 전교조의 과제와 목표
입력 2019-05-29 13:19 | 수정 2019-1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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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과도한 정치색? 올드하다?…30살 전교조의 과제와 목표

    28일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30주년 기념식

    여러분의 학창 시절, 전교조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출범했습니다. 민주화의 열기 속에 '참교육'의 깃발을 내걸고 1만 2천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했지만, 시작은 혹독했습니다. 정부는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했고, 이 과정에서 탈퇴를 거부한 교사 1천 500여 명이 해직됐습니다. 눈물로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했던 시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당시 중고등학교에 다니셨다면 아직 그때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으실 겁니다.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았고, 한때 조합원만 10만 명이 넘는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상 노조 아님'(법외노조)을 통보받았습니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 사법 농단의 결과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현 정부도 법외노조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에 여전히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교조가 법외 노조 취소 목소리를 높일수록 보수 세력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조합원은 6만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젊은 교사들의 참여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과도한 정치색? 올드하다?…30살 전교조의 과제와 목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식을 앞둔 5월 28일 오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권 위원장 역시 초임교사 시절 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5년 만에 복직됐지만, 2016년 울산지부장을 지내면서 '노조 전임자 복귀명령'을 거부해 두 번째 해직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19대 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취임 당시 권 위원장은 "이름만 남기고 다 바꾸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의 목표는 얼마만큼 실현됐는지, 현재의 고민과 과제는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전교조 30주년…"촌지, 체벌 사라졌다"

    "저는 89년에 전교조가 만들어질 때 참여해서 해직됐고 지금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교조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다 경험한 사람인데요. 지난 30년 동안 전교조가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고 자부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촌지나 체벌금지, 학교 운영위원회, 무상급식, 무상교육, 이런 것들이 다 전교조가 지향했고 이 사회에 화두를 던졌던 것들이거든요. 전교조 선생님들이 30년 동안 탄압을 받으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실천해왔던 것들로 만들어 온 성과라고 봅니다. 참교육을 실천해온 조합원들, 그리고 저희를 믿고 지지해주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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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성과는 "교육 민주화"

    "성과는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예전에는 교육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이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에게 집중돼 있었거든요. 이런 권리와 권한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골고루 나눠준 것이 전교조였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든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훨씬 더 확장된 거죠. 다시 말해 교육행정기관에 집중되어있던 권한을 교육 주체에게 나누어준 것이 전교조가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보고요. 두 번째는 과거에는 꿈꿀 수 없었던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 논의를 확산시킨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복지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큰 성과라고 봅니다."

    과도하게 정치화?

    "제도를 바꾸는 게 정치죠. 전교조가 정치색을 띄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죠. 그 과정에서 기존에 교육과 관련한 권한을 갖고 있던 집단들이 반발을 하면서 전교조에 정치색을 덧씌우는 일이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1995년부터 대한민국에 5.31 교육 개혁안이 도입되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시작됐습니다. 이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에 주로 반대하는 투쟁이 많았는데, 사실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저희들은 그런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투쟁과 함께 '현재 학교 현장의 일상을 바꾸는 노력'에도 집중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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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외노조 취소, 가능할까?

    "법외노조 문제는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대법원의 사법거래에 의해 진행된 지난 정권 적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희들은 촛불혁명에 의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정권에선 이 문제가 제일 먼저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했어요. 하지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지금 '식물국회'로 불리는 현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현 정부가 적폐청산의 과제 중 하나로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권에서 팩스 한 장으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앗아갔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정부가 직권으로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제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가겠다는 것이거든요. 국제사회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라고 수차례 권고했고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차례 권고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지체 없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보수진영의 비판과 저항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었을 경우 보수진영으로부터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합니다. 이 정부에서 여러 차례 약속을 했어요. 현 대통령께서도 후보시절에 대통령이 되면 즉시 풀겠다고 했고요. 작년에는 지방선거 이후에 풀겠다고 약속했고요. 올 초에는 6월 국제노동기구 ILO 100주년 총회 전에 풀겠다는 약속이 또 있었어요. 하지만, 이 세 번의 약속들이 다 지켜지지 않았던 거죠. 정부도 이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가 결단을 해야 한다는 거죠. 청와대의 결단이나 결심이 없으면 이 문제는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전교조는 5월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철야농성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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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열린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조합원 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30년 전에 비해서 학교 현장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새롭게 교직에 들어오는 교사들의 요구 역시 많이 달라졌습니다. 젊은 교사들의 요구가 굉장히 다원화됐거든요. 이런 다양한 요구들에 부응할 수 있는 조직 활동과 그 내용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이 소홀했다고 보고요. 앞으로는 교육사업의 콘텐츠를 확보해나가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와 함께 함으로써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또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폭넓게 확충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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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식에 참석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오른쪽),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가운데),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왼쪽)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전교조의 대안은…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대학정원보다 졸업생 숫자가 훨씬 적어지잖아요. 그런데도 소위 몇 개의 주요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활발한 거죠. 결국, 유럽처럼 대학을 평준화하면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다 대학을 가는 구조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인재가 대학에 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30주년을 맞은 전교조의 과제는…

    "저희들이 30년 전에 전교조를 결성하면서 우리 사회에 던졌던 화두는 교육의 민주화였어요. 교육이나 권리가 특정한 집단에 집중돼 있어서 교육 주체들은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극복하고, 교육에 관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들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교육의 민주화였고요. 30년 동안 전교조의 실천을 통해 교육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입시 경쟁 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동을 저당 잡히는 구조를 바꿔내는 것이 우리 전교조가 새롭게 다가올 미래의 30년을 그려가야 할 주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결성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저희들이 우리 사회에 새롭게 던지는 화두는 '삶을 위한 교육'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삶 자체가 행복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이 그리고 있는 새로운 교육의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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