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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입력 2019-07-02 14:45 | 수정 2019-12-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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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싱가포르? 판문점? 송도?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4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를 했습니다. 이날 통화는 1시간 15분 간 이뤄졌는데, 평소 30분 안팎에서 끝났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길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결과 설명, 다가올 북미정상회담 관련 협의... 의제가 많긴 했을 겁니다.

    이날 한미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이야기합니다. 당시 청와대 발표를 보면 '2~3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고,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돼 있습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날 논의된 2~3곳은 싱가포르, 판문점, 그리고 인천 송도였습니다. 송도는 뜻밖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사업가 시절 송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과 맞물려 이야기가 나오긴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비중있게 논의된 건 아니었습니다.
    [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文, 트럼프에게 '판문점' 강의하다

    사실 가장 비중있게 거론된 장소는 싱가포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면 어떨까 한다' 하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결심이 확고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점을 눈치 챈 문 대통령은 넌지시 '북한에서는 장거리 비행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오시는 건 어떠냐'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할 만한 곳이 있느냐'며 반응하고, 문 대통령은 '내가 어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판문점이라는 곳이 있다'고 답합니다.

    역사적인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 그리고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도보다리 회담.. 드라마틱한 요소가 넘쳤던 그날의 모습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 없습니다. 곧바로 호응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추가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크다. 1953년 미국과 북한이 정전협정을 맺은 곳이다. 그리고 남과 북이 갈라진 경계선이다." 계속되는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판문점의 위치, 역사, 지형 등 다양한 질문을 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답변했습니다.
    [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트럼프의 질문…사실상 '예언'이 되다

    이날 전화가 종료된 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참모도 있었고, 박수 소리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판문점과 관련한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제 3국보다는 판문점이 더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장소가 아닐까?"하고 질문을 던진 겁니다.

    기자들을 만나서는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비무장지대 안의 평화의집과 자유의집도 고려 중이다. 이 장소가 흥미로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분단의 현장 아닌가. 잘 된다면 제 3국 개최보다 엄청난 기념이 될 것이다"

    지금 보면 사실상 1년 뒤의 오늘을 예언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실제 장소였던 '자유의집'이 등장한 점, '흥미로운'이라는 형용사가 이때도 쓰인 점, '분단의 현장'이라는 의미 등이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 영향이 확인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청와대M부스] 1년 전 '판문점' 강의한 文…트럼프의 질문, 예언이 되다
    그들다운 방법으로, 그들답게 화해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담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2018년부터 거침없이 질주해 온 'top-down' 방식은 하노이에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무리 웃으며 돌아섰다고는 해도 돌아선 이상 상처는 상처입니다. 그에 따라 'bottom-up' 방식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그러나 top단위에서 난 상처를 실무진들이 극복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실질적인 진전은 실무진들이 이뤄가더라도, 그 전에 top단위에서 난 상처가 치유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남북미 정상은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각자 역할을 나눠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서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습니다. 그렇게 다시 대화에 나설 조건이 마련됐습니다. 이제야, ‘디테일의 악마’를 극복할 과제가 실무진에게 넘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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