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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이덕영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입력 2019-07-23 16:05 | 수정 2019-12-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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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죽창가' 이후 40건…달아오른 조국의 페북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이 뜨겁습니다. 조 수석의 페북이 식어 있을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일본이 7월 들어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이후 활동이 더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지난 13일 ‘죽창가’를 시작으로 어제까지 일본의 규제조치와 국내 반응에 대한 글을 40여건이나 올렸습니다. 지난 일요일엔 하루 동안 무려 9건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도 가리지 않습니다.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SNS 스타였던 조 수석이지만, 최근 활동은 청와대·정부·여당을 통털어 명실상부한 '여론전 선봉장'으로 불릴 만 합니다.

    '폭풍 페북' 핵심 내용은?

    일본 관련 조 수석의 최근 글들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먼저 ‘죽창가’와 ‘친일파’ 같은 내용이 담긴 글처럼 여론과 사회적 감정에 직접 호소하는 글입니다. 다른 범주는 법리적 논박입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 정말 일본측 주장처럼 일본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청구권까지 소멸시킨 것인지, 그리고 2012년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한일청구권 협정에는 일본 강제병합, 또 위안부 동원과 강제징용 같은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의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조 수석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대법원 판결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국가는 물론 개인의 청구권까지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논리는 잘못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이런 조 수석의 글들은 지지자와 반대 세력에게 정반대의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고 김남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죽창가’를 소개한 글, 논란이 뜨거웠죠. 대표적인 운동권 가요였기 때문에 혹자에게는 옛 향수를, 혹자에게는 거부감을, 이른바 '운동권 이후 세대'인 저 같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선사해주기도 했습니다. ‘죽창가’와 함께,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이나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대하는 이들을 ‘친일파’로 규정한, 이른바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첫번째 범주의 글들은 비판도 부르고 있습니다. 조 수석이 SNS를 수단으로 여론 몰이 선동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靑 내부에선 '땡큐' 우세지만…"외교·정무 파트에는 부담"

    이런 논란에도 조 수석의 페북 글들은 청와대 내부에선 나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극적으로 법리적 논박에 나선 글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핵심 측근 조 수석이, 절제된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백병전을 자임해주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민정수석’이자 ‘유력 법무장관 후보자’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법률가 출신의 전문성을 살려 진흙탕 싸움에 나선 것을 후하게 평가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정무적으로 생각하면 못 할 일이다. 조만간 인사청문회 갈 사람인데, 야당이 얼마나 비판하겠냐. 알면서도 저러는 건 조 수석이 정말 순수하다는 뜻이다. 피가 뜨거운 사람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다른 참모들과 정부 부처는 뭐하고 있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실상 한일 간 경제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발 벗고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정부 정책 정당성을 설명해야 할 때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또 다른 관계자는 "조 수석의 페북이 정부 정책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 분열보다는 결집의 효과가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다만 조 수석의 SNS 정치가 ‘과유불급’이라는 기류 또한 여권 내부에서도 분명 존재합니다. 민정수석의 핵심 업무인 인사 검증 등에서 여러 차례 허점을 노출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입혔던 만큼, 소관업무가 아닌 사안에는 절제하고 자신이 맡은 바 업무에서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비서로서의 책무 아니겠냐는 지적입니다. 또 감정적이고 냉정하지 못한 표현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상대가 있는’ 외교·정무 파트에는 부담을 준다는 말도 나옵니다.

    '일단 멈춤' 조국 페북…앞으로는?

    조 수석의 페북은 어제 새벽 6시 17분,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판결을 매도하는 건 무도하다’는 글 이후로 멈춰 있습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같은 추가 보복이 나오기 전까지는 잠시 숨고르기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조 수석은 페북을 멈추는 대신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 아베 내각 각료 대부분이 속해있는 '일본회의'라는 조직을 분석한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을 손에 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직접 포스팅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형태로 의사를 밝힐 뜻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M부스] '일단 멈춘' 조국의 페북…아직 끝은 아니다?
    하마평대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다면 그 후 조 수석의 페북은 어떨까요? 어쩌면 민정수석일 때보다 더욱 뜨거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이 보복 조치를 더 확대할 기세를 보이는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도입, 사법개혁 등의 과제가 줄줄이 남아 있기에 여론전의 선봉을 자임한 그의 페북은 계속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같은 그의 대국민·대야 소통방식이, 앞으로 그의 정치적 진로에 미칠 영향도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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