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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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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입력 2019-10-01 14:19 | 수정 2019-12-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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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시스템의 물류 장악 계획

    한화시스템의 대주주가 에어로스페이스, H솔루션, 그리고 재무적 투자자 이렇게 3곳이 된 건 1편에서 말씀드린 복잡한 과정의 결과입니다. 현재 3형제의 회사 H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약 14.49% 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들3형제의 지배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한화시스템의 물류 장악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탐사기획팀은 베트남 물류 끼어들기 과정을 취재하며 한화 내부 문건과 이메일을 여러 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018년 10월 작성된 한화시스템의 문건입니다. 한화큐셀 일본 물류를 시작으로 사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나옵니다. 한화큐셀은 장남 동관씨가 임원으로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큐셀 재팬은 한화시스템에 물류를 맡겼습니다. 장남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가 장남 등 3형제의 승계 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한화시스템에 물류를 맡긴 셈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이후 사업도 문건대로 진행됩니다. 일본 다음은 베트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앞서 본 것처럼 한화테크윈의 베트남 물류도 잇따라 따냅니다.

    향후 구상도 나와 있습니다. 일본과 베트남을 발판삼아 중국과 말레이시아, 미국 유럽 등 한화의 글로벌 거점으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 부문까지 전방위로 물류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단기 매출 목표는 2020년, 즉 내년까지 1천6백억 원을 올리는 걸로 돼있습니다. 유화 부문까지 감안하면 향후 2~3년 안에 그룹 해외계열사 물류망을 완전히 장악해 매출이 가뿐이 2천억원을 넘게 되는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한화테크윈과 협력업체 사이의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어떻게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있었을까. 한화테크윈과 협력업체와의 계약은 2020년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끼어들려 하자 테크윈 실무진과 법무팀은 걱정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계약 위반으로 손해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고, 일감 몰아주기로 적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화테크윈 측은 협력업체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러자 한화시스템 측이 협력업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직접 베트남까지 찾아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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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한화테크윈 베트남 공장 안에서 열린 회의 내용을 공유한 이메일.

    여기서 한화시스템은 "그룹사의 힘을 업어" 물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전 계열사를 노리"고 있다며 협력업체를 직접 설득합니다. 진척이 없자 같은 달 다음 회의에서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계약 요율표와 물동량 같은 대외비 자료를 내놓으라고 압박합니다. 보안유지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협력업체 하소연도 무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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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회의 도중 한화테크윈 임원과 협의도 끝났다며 김우석 한화테크윈 경영지원실장의 이름도 언급됩니다. 김우석 실장은 한화그룹 재무팀 출신인데요, 앞서 설명드린 한화S&C 헐값 매각 의혹, 즉 3형제가 한화S&C를 인수하는 실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즉 김승연 회장 일가의 승계와 재산 관리에 관여했던 인물이죠. 지금은 테크윈을 떠나 문제의 H솔루션 산하 계열사의 대표로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이렇게 일이 추진되면서 결국 한화시스템은 기존 계약을 깨고 테크윈의 물류를 따냈고 올해 4월부터 물류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한화시스템이 물류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1차적으로 과거 한화S&C의 주요 사업이었던 시스템 통합, 전산 업무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관련 매출이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죠. 즉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돌파구를 외부에서 찾은 게 아니라 그룹의 물류에서 찾은 겁니다. 그룹 전산 업무를 관리하다 물류까지 도맡으며 덩치를 키운 삼성SDS와 판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적 배경은 한화시스템이 이른 시일 내 상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개가 돼있었고 얼마 전 한화시스템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동관, 동원, 동선 3형제 회사 H솔루션은 갖고 있는 시스템 지분 14.49%도 마저 매각해 현금화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공모가가 중요하겠죠. 공모가를 정하는 절차는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해당 기업의 이익 수준에 업종별 배수 (예. PER, EV/EBITDA) 를 곱해주는 기본 얼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매출과 이익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고 향후 어느 정도 기대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입니다. 합병된 한화시스템의 매출은 1조 1천2백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 정도 됩니다. 만약 문건에 나온 계획이 실행된다면 매출이 약 15%에서 20% 급증합니다. 공모가에도 꽤 큰 영향을 주는 규모이고, 이는 당연히 지분 매각을 하려는 H솔루션, 즉 3형제의 이익 증가로 이어집니다. 회계장부상 H솔루션이 갖고 있는 한화시스템 지분 가치는 1천 6백억원 정도 되는데 상장이 성공적으로 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한화의 해명

    이상의 과정에 대한 한화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한화 측은 그룹사의 힘을 업고 있다는 건 영업을 하다 나온 과장된 표현이고,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한화시스템이 물류를 몰아주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우석 실장과 협의가 끝났다는 건 윗선의 지시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말이 아니라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일을 처리하자고 임원들끼리 합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한화테크윈과 협력업체 사이의 기존 계약에 끼어든 것은 맞지만 원래 협력업체가 받기로 했던 요율도 그대로 유지하고 계약기간도 2020년까지의 원래 기간을 보장해 오히려 한화시스템이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그룹 차원에서 밀어줬다면 문건대로 물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텐데 아직 말레이시아나 미국 등에 법인도 세우지 못할 정도로 진행이 더디고, 또 일본이나 베트남에서도 기대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아 내년까지 1천 6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상장을 한다고 해도 물류때문에 3형제에게 가는 이익이 더 커질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규제 준수와 회피의 양면

    여기에 덧붙여 한화그룹 측은 한화시스템(한화S&C)의 지분을 매각한 것이 공정위의 모범사례에 들 만큼 지배구조와 내부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맞는 부분이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보면 규제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일감 몰아주기의 목적은 경영권 승계입니다. 최근 H솔루션은 그룹 전체 지주사인 주식회사 한화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습니다. 승계 자금 마련을 하려면 언젠가는 지분을 현금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외형상 지배구조 개선으로 포장될 수도 있지만 승계 자금 현실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 기업이 덩치도 키울만큼 키웠고, 지배구조 개선 이슈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둘째, 직접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익의 상당부분은 총수 일가에 귀속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는 한화입니다. 그리고 이 한화에는 김승연 회장과 아들 3형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0%가 넘습니다. 또 3대주주인 H솔루션의 주인은 아들 3형제이고요. 직접 소유는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영향력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셋째, 한화시스템이 노린 물류 사업은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였습니다. 공정거래법은 당연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법인과의 거래는 현실적으로 조사하거나 규제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즉, 총수 일가가 이익을 실현했는데도 여전히 계열사 이익의 상당부분이 최종적으로는 총수일가에게 귀속되는 구조이고, 계열사들 간의 내부 거래가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상 사익편취규제 대상은 아니게 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한화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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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기획팀은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와 같이 10대 그룹 공시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국내 내부거래는 제자리걸음이지만, 해외 내부거래 비중이 갑자기 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 내부거래 비중이 뛰기 시작한 건 2013년이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법 23조의 2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조항이 도입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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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뿐 아닙니다. CEO스코어와 함께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재벌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변화도 살펴봤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익편취 규제 등장 후에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에서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규제선 바로 밑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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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승계의 핵심인 물류회사 글로비스의 경우는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29.9999%였습니다. 딱 9주, 즉 140만원 어치만 주식을 더 갖고 있어도 규제 대상이 될 만큼 아주 살짝 규제선 밑으로 내려간 겁니다. 마치 쇼핑몰에서 3만원대가 아닌 2만원대라고 하면서 가격을 29900원으로 책정하는 걸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공정거래법의 근본적인 목적이었을 공정한 경쟁과 비효율적인 내부 거래 감소로 가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의 틀에 맞춰 총수 일가의 소유 구조를 바꾸고 거래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해지는 대목입니다.

    규제 강화가 대안일까?

    이런 우회로를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아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개정안 중 사익편취 규제의 주요 내용은 현재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돼있는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20%로 하향 일원화하고, 규제 대상도 총수 일가가 직접 소유한 회사 뿐 아니라 자회사까지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규제 방식을 좀더 강화하는 방향이죠.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면 또다른 우회로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한화시스템(한화S&C)의 경우만 해도 최종적으로 총수 일가에게 귀속되는 지분은 20%가 넘지만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도 규제 대상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예 논의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Majority of Minority', 즉 '비지배주주 다수결'이 그 예 중 하나입니다. 내부거래 등의 안건에 대해서는 지배주주, 즉 총수일가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의결권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의 과반수를 획득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캐나다, 호주,홍콩, 인도, 이스라엘 등에서 실시하고 있고, 미국도 명문화돼있지는 않지만 많은 기업에서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편법 경영권 승계를 지적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공정한 경쟁 기회를 차단하고, 다른 주주와 기업에게 손해를 끼치고, 결국 경제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줄이는, 시장경제를 저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대기업집단, 재벌들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그룹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항변을 하곤 합니다.
    [뉴스인사이트] 한화②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하지만 KDI의 최근 분석을 보면 오히려 대기업집단에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일어나 우리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합니다. 효율성을 내세운 재벌의 해명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결과죠. 더구나 더욱 궁금한 건 아직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 중요한 대답입니다. 그렇다면 효율성과 보안을 위해 중요한 내부거래를 하는 그 기업은 왜 하필 아들과 딸의 회사여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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