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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입력 2019-11-22 10:02 | 수정 2019-12-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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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자식에게 주는 '목숨값', 보험금

    타사 드라마지만, '동백꽃 필 무렵'을 본방 사수 중입니다. 거기엔 여주인공 '동백이'를 버렸다가 뒤늦게 찾아온 엄마가 나옵니다.

    아이를 버렸던 엄마는 왜 돌아왔을까, 엄마는 자신의 사망보험금 수령자를 딸 동백이로 해놓습니다. "밥은 굶어도 보험료는 꼬박꼬박 부었다, 내 목숨값"이라면서요.

    좀 무시무시하지만 사망보험금 뜻이 그렇습니다. (거의) 죽을 때까지 보험료 내고, 나 죽으면 나오는 돈.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인가. 동백이 엄마처럼 남겨질 자녀를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서 보험료도 비싸고, 납입 기간도 길지만 사람들은 종신보험에 가입합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금수저 못 물고 태어났으면 쥐여주기라도 해야죠!"

    얼마 전 육아 코치로 아주 유명한 분의 무료 강의래서 들으러 가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강사는 안 오고 대신 보험대리점 지점장이라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지점장은 자신이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시골에 계신 공무원 아버지가 평생을, 한 번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서 만들어준 종잣돈으로 결혼했다며, 이 돈이 없었다면 자신은 결혼 못했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님들! 자녀분 유학도 보내주고, 결혼도 시켜줘야죠! 금수저 못 물고 태어났으면 쥐여주기라도 해야죠!" 라고 발을 구르며 부르짖었습니다.

    '금수저 못 물고 태어났으면…' 마음 한구석이 쪼그라듭니다.

    "지점장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한 엄마가 물어봤습니다.

    "적금? 지금 금리가 1%대죠. 어머님 만기 된 거 찾으러 은행에 택시 타고 가시면, 돌아오는 길에 별다방 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면 그 이자 다 사라집니다, 이마저 금리 앞으로 더 떨어져요!"

    그래서 뭘 해야하냐, 바로 <종신보험>

    "3% 확정금리, 이자소득 세금 안 떼고요, 얼마든지 추가 납입 됩니다, 오늘 가입하시면 추가로 금리 혜택 더 드립니다"

    어두웠던 강의장에 불이 켜지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가입신청서를 뿌리고, 빨간 조끼를 입은 여성들이 다시 거둬갑니다.

    "빨리빨리 이제 곧 마감돼요" 재촉하는 직원 말에 앞, 뒤, 옆에서 엄마들이 앞다투어 싸인을 합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잘 안 보이게 써놓은 걸 잘 봐야합니다.

    나눠준 상품설명서에는 크고 화려한 색깔로 '확정금리' '연금전환' '세금 혜택' '중도인출' 등이 있습니다.

    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에, 아름다운 말들입니다.

    그런데 설명서 어딘가에 유독 폰트가 작은, 읽기 싫게 생긴 글자들이 있습니다. 잘 보이게 해 놓은 거 말고, 잘 안 보이게 해놓은 그걸 잘 봐야 합니다.

    ※종신보험은 사망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으로 저축(연금)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계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사업비 등이 차감되므로 납입보험료보다 작거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종신보험의 정체성이자 알파요 오메가. 복잡한 약관 다 몰라도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우선 저축이 아닙니다.

    종신보험의 기본 성격은 보장성 보험, 즉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보장으로 목돈이 나오는 보험입니다. 그 상황은 나의 사망, 여기서의 목돈은 내 사망보험금입니다.

    보험은 사업비를 떼갑니다.
    [뉴스인사이트] '우리 아이 미래 위해…' '종신보험'의 함정을 피하는 법
    확정금리에 복리로 원금 불려봤자 보험사가 사업비로 뭉텅 떼가면, 결국 내 손에 쥔 돈은 1%대 적금 이자만도 못할 수 있습니다.

    종신보험의 경우 사업비 명목으로 떼가는 돈은 보험료의 25-30%. 2% 적금 대신 금리 3%라고 해서 종신보험 들었는데 원금에서 보험사가 30% 떼가면? 계산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그간 부은 돈을 연금으로 전환해준다는 것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종신보험 사업비가 연금보험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똑같은 보험료 내고도 연금보험보다 받는 돈이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해지하면 남는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종신보험 납입 기간은 10년, 20년으로 굉장히 오랜 기간 돈을 내야 합니다.

    젊고, 직장도 있고, 소득도 있는 지금은 한 달에 10-15만 원 내는 보험금이 큰 부담 없지만 10년, 20년 뒤에도 계속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동백이 엄마처럼 밥은 굶어도 보험료는 낸다, 이런 결심이면 모를까, 종신보험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입자 절반은 5년 이내 해약하고, 열 명 중 여섯 명이 중간에 깨 원금도 못 찾습니다.

    중간에 해지했는데 만약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 이름에 '무해지(저해지)'가 붙어있다, 그러면 내가 낸 돈 한 푼도 (거의) 못 돌려받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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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맘'만 입장 가능? '브리핑 영업'의 함정

    사실 저도 혹했습니다.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 상황도 불안하고, 재테크는 어려운데 노후는 걱정되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 뭐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초조해지면서 가입신청서를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이 강의는 애초에 '엄마'만 입장 가능했습니다. 자녀 동반도 안 되고, 남성은 입장 불가. 왜 그럴까 했는데 들어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자녀 얘기에 가장 약해질 것 같은 사람을 불러다 맞춤 영업을 한 겁니다.

    이렇게 대규모 인원을 모아놓고 강연처럼 하는 걸 '브리핑 영업'이라고 합니다. 유명인 무료 강연 들으라면서, 시식회를 한다면서 수백 명을 모은 뒤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겁니다.

    보험대리점에서 많이 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많이 팔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른데 우르르 듣고 우르르 싸인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죠.

    종신보험은 내가 죽은 뒤에나 받을 걸 위해 살아있는 내내 비용을 지불하는, 아주 무거운 소비입니다.

    어쩌다 보험 설명을 듣고 솔깃해져 싸인을 할까 고민하는 상황이 혹시 생긴다면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보험은 저축도 아니고 미래도 아닙니다. 보험은 그냥 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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