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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속도보다 방향"…'제 2의 류현진' 꿈꾸는 강릉고 김진욱

[전훈칠의 맥스MLB] \"속도보다 방향\"…'제 2의 류현진' 꿈꾸는 강릉고 김진욱
입력 2020-06-01 11:35 | 수정 2020-09-15 09:50
올해 고교 최고 왼손 투수로 꼽히는 강릉고 김진욱

올해 고교 최고 왼손 투수로 꼽히는 강릉고 김진욱

조금 뚱뚱하고 달리기도 빠르지 않던 중학교 야구 선수. 강릉고 최재호 감독이 기억하는 김진욱의 첫 인상이다. 딱 하나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공을 던질 때마다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가 남달랐다는 것이다. 몸이 더 커지면 꽤 괜찮을 것 같았다고 했다. 김진욱은 고교 진학 후 2년을 보내면서 최재호 감독의 기대만큼 성장했고 3학년이 된 올해엔 유연함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고교 최고 투수 중 한 명이 됐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고교야구가 황금사자기와 함께 돌아오면서 김진욱도 운동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진욱은 일상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훈련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했다. 겨우내 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는데 시즌이 열리지 않아 김진욱이 많이 답답했을 것이라는 게 임성헌 강릉고 코치의 얘기였다. 동계 훈련에서 몸에 힘이 붙도록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유연한 투구폼은 김진욱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유연한 투구폼은 김진욱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고교 선수에게 1년의 시간이 갖는 의미는 크다. 키, 몸무게는 물론 투수라면 최고 구속도 확 달라질 수 있다. 인터뷰 시점을 기준으로 김진욱 자신이 밝힌 체격 조건은 184cm에 90kg. 최고 구속은 시속 146km라고 했는데 임성헌 코치는 147km도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2학년 때보다 4~5km 정도 늘었다.

힘이 붙고 공도 빨라진 올해, 구종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고2때는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으로 승부했는데 프로 진출을 앞두고 제대로 된 변화구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년까지 '투피치 투수'로 뛴 건 변화구 남용을 우려한 최재호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올해는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생각이고 커브도 함께 연마중이다. 김진욱의 변화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임코치에 따르면 김진욱의 커브는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 흉내를 내는' 식의 커브가 아니라 공의 회전력으로 큰 낙차가 발생하는 빠른 커브라고 한다. 체인지업의 경우 스플리터 그립도 시험해봤지만 서클 체인지업이 손에 잘 맞는다고 했다.
프로 진출 준비 과제는 커브와 체인지업.

프로 진출 준비 과제는 커브와 체인지업.

한때 주목할 만한 왼손 투수 유망주가 나오면 '제 2의 류현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차츰 그런 현상은 사라졌다. 별칭을 붙일 대상도 마땅치 않았지만 수식어로 사용하기에는 류현진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너무 커진 탓이다. 여전히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김진욱은 '제 2의 류현진'이라는 문구를 오랜만에 소환하게 하는 투수다.

류현진이 동산고 3학년이던 지난 2005년, 언론 보도에 언급된 체격 조건은 187cm, 90kg이다. (당시에는 '유현진'으로 소개됐다.) 최고 구속 역시 시속 145~6km 정도로 여러 수치가 지금의 김진욱과 비슷하다. 투구 스타일도 비교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진욱은 작년 91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132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는 19개만 기록했다. 고3 선배들을 제치고 '고교 최동원상'을 받은 것도 기록이 워낙 두드러진 덕이다. 물론 고교야구 기록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제구력과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 경기 운영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다. 한두가지의 특출난 장점보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것이 류현진을 연상하게 한다.
고2때 선배들을 제치고 최동원상을 거머쥔 김진욱

고2때 선배들을 제치고 최동원상을 거머쥔 김진욱

스스로도 류현진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자신이 따라야 할 지향점으로 류현진을 정해두고 배워야 할 점은 최대한 배우려고 한다. 류현진의 투구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는 위기 관리 능력과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라고 자평했다. 위기 관리와 연동되는 부분으로, 주자가 있을 때 앞발을 내딛는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서 주자를 묶는 능력도 좋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롤모델과 별개로 가장 시선이 가는 투수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강속구 투수, 조시 헤이더라고 밝혔다.)

김진욱의 미래를 더 밝게 보는 근거도 있다. 먼저 투구폼이다. 김진욱은 1학년 때만 해도 공을 던지는 팔이 지나치게 큰 원을 그리는 방식이어서 모든 힘을 공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른바 '뒤에 남겨놓고 던지는' 투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운드의 높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동시에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와 ‘익스텐션’을 극대화하면서 더 위협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유연성에 자신의 몸 전체를 이용해 투구하는 법이 결합된 것이다.
롤모델에 대한 답변은 언제나 류현진

롤모델에 대한 답변은 언제나 류현진

꾸준한 몸관리도 자주 언급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심지어 경기 중에도 자신이 해야 하는 개인 연습을 빼놓지 않는다는 게 최재호 감독의 말이다. 임성헌 코치 역시 많은 선수들을 봐왔지만 재능 못지않게 자기 관리까지 뛰어난 드문 사례가 김진욱이라고 짚었다. 임코치는 2000년대 후반 SK에서 뛸 때 김광현을 보며 느꼈던 '아우라'가 김진욱에게도 느껴진다고도 했다.

전학 경력이 있으면 1차 지명 대상자가 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김진욱은 2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선발될 선수로 평가받곤 한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작년 최하위팀 롯데가 김진욱을 뽑을 것이 유력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민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질문을 주저했는데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 본인이 이 부분을 시원하게 인정하고 말을 이어갔다. 김진욱은 롯데 경기를 보면 항상 재미있고 더그아웃 분위기가 활발한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고 했다.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롯데 팬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일부 롯데 팬들은 코로나19로 시즌이 미뤄져 김진욱의 실전 투구가 줄어든 것을 전화위복으로 여기는 듯하다. 작년 21경기에 출전한 김진욱이 91이닝을 소화했는데 고2 투수의 어깨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차라리 쉬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재호 감독은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고교 야구 수준에서 완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선발 투수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금도 KBO리그에서 5이닝을 버티는 선수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김진욱이 워낙 탈삼진을 많이 기록해 체감 투구량이 더 크게 다가오는 면도 있고, 이미 투구수 제한 규정이 존재해 예전같은 혹사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성헌 코치 역시 기약없이 대회가 밀리는 것보다 경기를 뛰는 게 오히려 선수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속도보다 방향에 초점을 맞춰 본다

속도보다 방향에 초점을 맞춰 본다

고1 때 일찌감치 150km대의 빠른 공으로 주목받은 덕수고 장재영에 비하면 같은 나이에 120km대의 공을 던졌던 김진욱은 지난 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선수에 가깝다. 아직 고3 시즌을 치러봐야 하는 투수의 미래를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을 되새기면 그래도 긍정 회로에 불이 들어온다. 작년 두 차례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올해 우승을 이뤄내고 마는 선수. KBO리그에 진출하면 어떤 보직을 맡아도 자신있게 던지는 선수. 팀에 꼭 필요한 존재로 평가받는 선수. 그리고 훗날 포스팅 자격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 김진욱이 직접 언급한 이 선수들이 자신의 바람대로 차례차례 현실에 등장할지. 시간을 두고 하나씩 지켜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빠른 공의 구속보다 제구력과 변화구에 관심있다는 자신의 말대로, 김진욱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찾기보다 성장 방향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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