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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조재영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입력 2022-06-09 07:15 | 수정 2022-06-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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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 성폭행 토로 116일 만에 숨진 두 소녀..가해자는 의붓아빠

    작년 5월, 충북 청주에서 열다섯 살 여중생 두 명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숨졌습니다. 아름이(가명)와 미소(가명). 두 소녀는 성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상황. 가해자는 아름이의 의붓아빠 원 모씨였습니다. 원 씨는 작년 1월 자신의 집에 놀러온 미소를 성폭행한 혐의, 그리고 의붓딸인 아름이를 어려서부터 성추행하다 성폭행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 씨는 경찰 진술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문제의 그 날 아름이와 미소에게 술을 먹였고, 아이들이 토한 걸 치워주기는 했지만, 성폭행을 한 적은 절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소의 가족들은 미소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한 가해자이지, 너에겐 절대 아무 잘못이 없다"며 미소의 상처를 치유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미소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바로 전날 유서에 이렇게 썼습니다.


    효도 하나 못해드려서 미안해요.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너무 아팠어.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

    ..(중략)..

    나 1월달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 "영원한 불효" 비난하더니.. '징역 20년' 나오자 반성문

    두 소녀가 이런 유서를 남기고 숨진 다음에야 원 씨는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원 씨는 1심 재판에서도 내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최후 진술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름이가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 영원한 불효를 했다"면서 숨진 딸에게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결과는 징역 20년. 재판부는 "죄가 극히 불량하고, 반성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즉각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2심 재판, 원 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판사에게 수십 장의 반성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심장은 검게 타버린 악마의 심장이었다", "미소와 아름이 두 아이는 제게 배신을 당한 것"이라면서, 성폭행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 겁니다. '발기부전'을 이유로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던 1심 때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김성훈 변호사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는 첫째, 그 사람의 죄의 경중을 따지는 부분이 있고요. 둘째,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어떤 태도인지, 또 향후에 죄를 범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이 양형에 있어서 유리한 점으로 인정이 되고, 감형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판단할 때는 단순히 반성문의 분량보다는 태도와 전후의 사정들을 봐야 하는데요.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를 구하고 있는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단과 의지가 보여지는지 등을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는 (원 씨가) 1심에서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가 2심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반성문을 내는 걸 진지한 반성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급작스러운 원 씨의 태도 변화, 하지만 정작 미소의 유족들에게는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원 씨는 판사에게 제출한 반성문에 "미소 아버님께 잘못했다"고 썼는데, 미소의 유족에게 직접 보낸 답변서에서는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만 썼습니다.


    ■ "아름이는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아이들 심정 이해해 주세요"

    미소의 유족 측은 2심 선고를 앞두고, 아이들의 휴대폰을 일일이 포렌식하고 사건 전후 행적을 재구성해 100페이지가 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 최후 유족 의견서 ========
    ○ 이 사건 피해자 아이들은 한 아이는 아동, 한 아이는 친족 성폭력의 피해 아동이므로, 어른을 기준으로 살펴볼 것이 아니라, 아동과 피지배하의 아동의 심리를 기준으로 살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

    작년 5월 사건이 불거진 뒤, 아름이는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고 해바라기센터에 갔을 때는 진술을 도중에 중단하고 맙니다. 심지어 의붓아빠의 성폭행에 대해서 "꿈을 착각한 것 같다"고 아름이가 말을 한 번 바꾸면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아름이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피해자 측 법률지원을 맡아온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은 아름이의 심리를 "철저히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탐정M] 두 소녀의 마지막 말 "나쁜 사람 벌주세요"‥2심 결과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아름이의 친엄마 양 모씨는 "돈 벌러 가야 한다"며 평소에도 집을 비우기 일쑤였습니다. 아름이를 집에서 돌보는 건 대부분 의붓아빠 원 씨의 몫이었습니다.

    아름이는 해바라기센터에 가서 경찰과 국선 변호사 앞에서 진술 기회가 생겼을 때 "아빠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보호자 자격으로 같이 갔던 친엄마가 "무슨 소리냐"며 말을 끊어 버렸고, "아름이는 기억을 잘 못하고 뭐든지 잘 잊어버리는 아이"라며 끌고 가버렸기 때문에 진술이 중단됐습니다. 그때 해바라기센터 주차장에서는 바로, 가해자 원 씨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넉 달 동안 원 씨는 아름이에게 "미소를 만나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고 대화를 녹음해 오라"고 시켰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미소를 성폭행했던 방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으라는 지시까지 했습니다. 아름이는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자신과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의붓아빠 원 씨와 한 집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아름이가 원 씨와 지내면서 여러 번 자해를 했던 사실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의료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 가정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방안(허민숙 입법조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성폭력 상담의 5.4%를 차지했던 친족 성폭력 상담 비율은 2021년 14.2%로 급증했습니다. 피해자의 96.1%가 여성이었고, 피해 발생 시기가 집중된 연령대는 8~13살이었습니다. 아름이 역시 경찰 조사와 정신과 상담에서 "어렸을 때부터 의붓아빠가 발로 차거나 효자손으로 때렸고, 몸을 만져서 무서웠다. 아빠가 밤에 깨어 있으면 무서워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잤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아름이가 보호시설로 분리됐다면, 의붓아빠와 단둘이 한집에서 지내지 않을 수 있었고, 이 분리조치를 통해 두 여중생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성폭행 사건 발생 당시, 표면적으로는 아름이가 분리 조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자신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보호자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그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아동보호서비스(CPS)는 아동이 성학대 등의 이유로 가정에 머무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일단 아동을 다른 장소로 즉시 분리하도록 하고 있고, 캐나다 역시 보호자로부터 성학대 피해를 입은 16세 미만 아동은 그 보호자 및 가정에서 즉시 분리하는 내용의 법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동 분리조치의 기준을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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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2일은 아름이와 미소가 숨진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었고, 검찰은 그 날 원 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그리고 2심 선고는 오늘(9일) 오후 2시 내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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